23화. 복지국가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프랑스가 스웨덴에서 배울 것

by 박상훈

23화. 복지국가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 프랑스가 스웨덴에서 배울 것


프랑스에서

복지국가를 줄이려고 하면 거리가 불타오르고,

복지국가를 지키려고 하면 재정이 파탄 난다.


이것은 "복지를 줄이면 폭동이 일어나고,

복지를 지키면 국가가 파산한다." 는

양자택일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런데 스웨덴은 제3의 길을 찾았다.

복지국가를 지키면서도 경쟁력을 되찾았다.

1990년대 스웨덴도 프랑스처럼 위기였다.


실업률은 9%까지 치솟았고,

국가부채는 GDP의 80%에 달했다.

이케아와 볼보는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탈출했다.

하지만 30년 후 스웨덴은 혁신 강국이 되었다.

프랑스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어떻게 이런 극적인 차이가 생겼을까?

복지 철학은 유지, 방식은 혁명

스웨덴은 복지국가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핵심은 '선별적 보편주의(selective universalism)'였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 서비스는 보장하되,

추가 혜택은 소득과 기여에 따라 차등화했다.

복지의 철학은 지키면서도

방식은 혁명적으로 개혁한 것이다.

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을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으로 전환했다.


개인계정 도입으로,

일할수록 더 많이 받는 구조로 바꿨다.

근로 인센티브를 강화한 것이다.

실업급여도 개혁했다.

급여 수준을 80%에서 60%로 낮췄다.

대신 적극적 재취업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실업자를 '지원받는 사람'에서

'재취업 준비자'로 위치를 바꾼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의 적극 활용

공공서비스에 경쟁을 도입했다.

교육 바우처제가 그 시작이었다.

학부모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정부 지원금은 학생을 따라 이동한다.

학교 간 경쟁이 교육의 질을 극적으로 높였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환자는 의사와 병원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의료진 봉급은 환자 수와 성과에 연동된다.

공공 의료에 시장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서비스 질은 높아지고 비용은 절약되었다.

경쟁이 효율을 만들어낸 것이다.

혁신 경제로의 대전환

스웨덴은 제조업에서 지식경제로 대전환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GDP의 3.6%까지 늘렸다.

이스라엘(6.3%), 한국(5.0%), 대만(4.0%)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혁신 경제의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한 것이다.

대학과 기업의 연계를 대폭 강화했다.

스톡홀름에는 '유니콘 기업'의 밀도가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높다.

스포티파이(Spotify), 킹(King), 스카이프(Skype)가 모두 스웨덴 기업이다.

인구 1,000만 명의 작은 나라에서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탄생했다.

디지털 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

5G 상용화는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UN 전자정부 발전지수(EGDI)에서는 14위를 기록하며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높은 세금, 높은 효율

스웨덴의 세금은 여전히 높다.

GDP 대비 조세 부담률이 43%다.

프랑스의 45%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만족한다.

정부 신뢰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투명성이 핵심이다.

모든 공공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된다.

세금 납부 내역도 누구나 볼 수 있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부패는 거의 없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스웨덴은 세계 8위를 기록한다(2024년 기준 80점).

덴마크(90점, 1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청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복지와 경쟁력의 새로운 조화

개혁 30년 후 스웨덴은 완전히 달라졌다.

1인당 GDP는 프랑스를 추월했다.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는 세계 8위로 올라섰다(2024년 기준).

복지를 지키면서도 경쟁력을 회복한 것이다.

실업률은 7.5%로 안정되었다.

국가부채는 GDP의 32%까지 줄었다(2024년 기준).

1990년대 80%에서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재정수지도 흑자를 유지한다.

복지지출은 줄었지만 만족도는 높다.

GDP의 27%로 프랑스의 31%보다 낮지만 복지 만족도는 더 높다.

효율성이 만족도를 높인 것이다.

돈을 덜 쓰고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프랑스가 스웨덴에서 배워야 할 것

첫째, 복지 철학과 복지 방식은 다르다.

철학은 지키고 방식은 바꿀 수 있다.

스웨덴은 '모두를 위한 복지'라는 철학은 지켰지만,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방식은 과감하게 바꿨다.

둘째, 선택과 경쟁이 복지를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효율을 높여 복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시장 메커니즘을 복지에 도입한 것이

스웨덴 개혁의 핵심이었다.

셋째, 높은 세금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비효율적인 세금 사용이 문제다.

스웨덴은 세금을 높게 거두지만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쓴다.

프랑스는 세금을 많이 거두지만 낭비가 심하다.

스웨덴은 변화를 택했고,

프랑스는 현상 유지를 고집했다.

30년 후 결과는 극명하다.


스웨덴은 복지와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모델을 만들었고,

프랑스는 여전히 딜레마 속에서 갇혀 있다.

오늘의 교훈

복지국가는 죽지 않는다.

다만 진화해야 한다.


스웨덴은 복지의 철학은 지키면서도

작동 방식을 현대화했다.

선택과 경쟁을 도입하고,

일할수록 더 많이 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세금은 높지만 효율은 더 높아졌다.

프랑스는 복지를 줄이려고도 하고 지키려고도 하는데,

둘 다 실패하고 있다.

스웨덴은 복지를 지키면서도 경쟁력을 회복했다.


프랑스의 문제는 복지가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복지가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모델은 복지국가가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음 화 예고

독일, 덴마크, 스웨덴 3개국의 성공 사례를 보았다.

이제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들어간다.

프랑스 노동법 3,200페이지를 어떻게 수술할 것인가?

해고 절차 16개월을 어떻게 단축할 것인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개혁안을 제시해봅니다.

[프랑스 : 복지국가는 죽지 않는다]
해법과 재건
3부 3화. 복지국가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 프랑스가 스웨덴에서 배울 것
(이 글은 스웨덴 재무부(Swedish Ministry of Finance) 1990년대 개혁 보고서, OECD Economic Surveys: Sweden 2023-2024, 스웨덴 국립은행(Riksbank) 경제통계 1990-2024, 스웨덴 통계청(SCB) 연구개발 투자 데이터 2024, UN E-Government Development Index 2024,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부패인식지수(CPI) 2024, IMD 세계경쟁력연감(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 2024, Trading Economics 스웨덴 정부부채 통계 1994-2024, 스웨덴 연금개혁위원회(Swedish Pension Reform)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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