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출산 후 95%가 복직하는 나라의 비밀

경력단절 제로를 만든 제도적 장치

by 박상훈

9화. 출산 후 95%가 복직하는 나라의 비밀

― 경력단절 제로를 만든 제도적 장치



한국 복직률 43%,

스웨덴은 95%.


2019년 한국 정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육아휴직 후 직장으로 복귀한 여성이 43.2%였다.

10명 중 6명이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2025년 현재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15.9%이고,

35~39세 기혼여성 중에서는 24.7%에 이른다.


4명 중 1명이 경력단절 상태라는 뜻이다.


같은 시기 스웨덴을 보면

육아휴직 후 복귀율이 95% 이상이다.

거의 모든 여성이 돌아온다.


경력단절이 거의 없다.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복귀할 자리가 보장되어 있다


스웨덴 직장 여성 사라(32)는

작년에 첫 아이를 낳았다.


육아휴직 8개월 후 복직했다.

사라가 복귀할 때 걱정한 것은?


"없었어요."

왜?

"제 자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스웨덴 고용보호법에는 핵심 조항 3개가 있다.


첫째, 육아휴직 중 해고 금지다.

임신, 출산,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

위반하면 기업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둘째, 복귀 후 원래 직급을 보장한다.

같은 직급, 같은 수준의 업무를 제공해야 한다.

"자리는 있는데 일이 없어요"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셋째, 불이익 처우를 금지한다.

급여 삭감, 승진 탈락, 팀 재배치 등 불이익 처우가 금지된다.

2024년 노동법원 판례를 보면

복귀 후 새로운 업무 배정도 불이익 처우로 인정되었다.


법이 명목 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작동한다.


한국은 법은 있는데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에도 육아휴직 후 복귀를 보장하는 법이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실은?


사례 1: "자리는 있는데 일이 없어요"

복귀했지만 팀이 재편되어 있다.

맡을 업무가 없다.

책상만 있고 할 일이 없다.

실질적 퇴출이다.


사례 2: "다른 부서로 발령났어요"

영업부에서 일했는데 복귀 후에는 총무부로 배치된다.

경력이 단절된다.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사례 3: "승진에서 누락됐어요"

육아휴직 기간이 근속에서 제외된다.

승진 대상에서 밀린다.

"열정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은 있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18개월 동안 자리 비워도 괜찮아야 한다


스웨덴은 육아휴직이 480일이다.

약 16개월이고,

부모는 18개월까지 완전히 직장을 떠날 수 있다.


한국이라면

"18개월 쉬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18개월 자리 비워도 회사는 돌아간다"는 게 당연하다.


어떻게 가능할까.


대체 인력 시스템이 작동한다


사라가 육아휴직을 간 동안

그녀의 자리에 대체 인력이 들어왔다.

이름은 에릭(28)이고, 12개월 계약직이다.

에릭의 계약서에는 명시되어 있다.


"이 계약은 사라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유효합니다.

사라가 복귀하면 계약이 종료됩니다."


에릭은 불만이 없다.

왜?

"저도 다음 직장에서 정규직 될 겁니다."


스웨덴 노동시장의 특징은

단기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12개월 계약직으로 경력을 쌓으면

다음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에릭은 사라의 자리를 "훔치는 게" 아니다.


자신의 경력을 쌓는 것이다.


한국은 대체 인력이 없다


한국 기업이

육아휴직자 대체 인력을 안 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비용 부담이다.

대체 인력 채용 비용을 회사가 100% 부담해야 하고,

정부 지원은 미미하다.


둘째, 재계약 부담이다.

12개월 계약직을 쓰면 2년 후 무기계약 전환 의무가 생긴다.

기업은 부담스럽다.


셋째, "다른 직원이 커버하면 되지"라는 생각이다.

육아휴직자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떠넘긴다.

나머지 팀원이 야근한다.


그러니 팀원들은 육아휴직자를 원망한다.

"쟤 때문에 우리가 고생한다."


스웨덴은 정반대다.

대체 인력이 들어오니 팀원 부담이 없다.

"육아휴직 가도 우리 일은 그대로다."


복귀 후 시간제 근무가 권리다


사라는 복귀 후 선택을 했다.

주 4일, 하루 6시간 근무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이라면

"시간제 = 비정규직 = 경력 포기"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그런데 스웨덴은 다르다.

시간제도 정규직이다.

스웨덴 부모휴가법은

자녀가 8세가 될 때까지 근무시간 단축 권리를 보장한다.

고용주는 거절할 수 없다.


시간에 비례한 급여를 받고,

복지 혜택도 동일하고, 승진 기회도 동일하다.


사라의 말.

"시간제로 일하면서도 커리어를 쌓을 수 있어요."

시간제 = 경력단절이 아니다.


한국은 시간제가 경력단절의 시작이다


한국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있다.

2025년 기준 급여 상한 월 55만 원.


그런데 실제로 쓰는 사람은?

2025년 상반기 사용자 약 3만 명.

육아휴직 사용자 13만 명의 23%.

왜 안 쓸까?


첫째, 급여가 너무 적다.

월 55만 원으로는 생활 불가능.

사실상 무급 휴직이나 마찬가지.


둘째, 승진에서 탈락한다.

시간제 근무 = "열정 없는 직원".

평가에서 불리.

승진 대상에서 제외.


셋째, 비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시간제로 일할 거면 계약직으로 바꾸자."

정규직 지위를 잃는다.

그러니 한국 여성들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안 쓴다.


복직 후 불이익이 없다


스웨덴 노동법원 2024년 판례.

한 여성이 육아휴직 후 복귀했다.

회사는 그녀에게 새로운 업무를 배정했다.


원래 하던 일: 프로젝트 매니저.

복귀 후 배정된 일: 행정 업무.


여성이 노동법원에 소송.

"이건 불이익 처우다."

노동법원 판결.

"회사가 패소."


육아휴직 복귀 후 원래 업무와 다른 업무를 배정한 것은.

부모휴가법 위반.

불이익 처우로 인정.


스웨덴에서는 법이 실제로 작동한다.


한국은 복직 후 불이익이 일상이다


한국 여성들이 복귀 후 겪는 일.


"팀이 재편되었습니다."

원래 팀에 자리가 없다.

다른 팀으로 배치.


"프로젝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맡던 프로젝트가 끝났다.

새 프로젝트에 배정 안 됨.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 인정 안 됨.

동기는 승진, 본인은 누락.


법적으로는 불법이다.

그런데 증명이 어렵다.


"재편은 회사 사정이고요."

"프로젝트 종료는 어쩔 수 없고요."

"승진은 평가 결과니까요."


법은 있지만, 현실에서는 무력하다.


"VAB 덕분에 일을 계속할 수 있어요"


사라의 딸(3세)이 어제 열이 났다.

어린이집에서 연락 왔다.


사라는 회사에 문자 하나 보낸다.

"VAB 씁니다."

VAB (vård av barn, 자녀 돌봄 휴가).


자녀가 아프면 연간 120일까지 유급 휴가.

급여의 80% 지급.

회사는 거절할 수 없다.


팀장은 답장한다.


"Ok, 빨리 나으면 좋겠네요."


아이 아파도 일을 계속할 수 있다.


한국은 아이 아프면 연차를 쓴다


한국 워킹맘 김영희(35).

딸(4세)이 어제 열이 났다.

어린이집 긴급 연락.


영희는 회사에 연락한다.

"죄송한데, 아이가 아파서 연차 쓰겠습니다."


팀장 목소리가 차갑다.

"오늘 회의 있는 거 알죠?"


영희는 시어머니에게 연락한다.

"어머니, 죄송한데…"


한국도 가족돌봄휴가가 있다.

연간 10일.

그런데 무급이다.


10일 쉬면 급여 10일 치가 날아간다.

그러니 안 쓴다.

연차를 쓴다.

연차 다 쓰면 병가.

병가도 다 쓰면 무단결근 또는 퇴사.


그래서 한국 엄마들은 아이 아프면 퇴사한다.


복직률 95%를 만드는 3가지 장치


스웨덴이 복직률 95%를 달성하는 비결.


첫째, 법적 보장이 실제로 작동한다.

- 육아휴직 중 해고 금지

- 복귀 후 원래 직급 보장

- 불이익 처우 금지

- 노동법원이 강력하게 집행


둘째, 대체 인력 시스템이 있다.

- 12개월 계약직 활성화

- 육아휴직자 자리를 대체 인력이 채움

- 팀원 부담 없음

- 대체 인력도 경력 쌓음


셋째, 유연근무가 권리다.

- 자녀 8세까지 시간제 근무 권리

- 시간제도 정규직

- VAB 연 120일 유급

- 아이 아파도 일 계속 가능


이 3가지가 맞물려서 95% 복직률을 만든다.


한국은 3가지가 모두 없다


한국 복직률 43.2%가 낮은 이유.


첫째, 법적 보장이 있지만 작동 안 한다.

- 육아휴직 후 "자리는 있는데 일 없음"

- 팀 재편, 부서 이동으로 실질적 퇴출

- 승진 탈락, 평가 불이익

- 증명 어려워 소송도 힘듦


둘째, 대체 인력 시스템이 없다.

- 대체 인력 비용 회사 부담

- 정부 지원 미미

- 나머지 팀원이 업무 떠안음

- 육아휴직자에 대한 원망


셋째, 유연근무가 눈치다.

-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55만 원 (너무 적음)

- 시간제 = 비정규직 전락

- 가족돌봄휴가 연 10일 무급

- 아이 아프면 연차 쓰거나 퇴사


그러니 한국 여성들은 복직하지 못한다.


오늘의 교훈


첫째, 복직 보장은 법이 아니라 집행이다.

스웨덴도 한국도 육아휴직 후 복직 보장 법이 있다.

차이는 집행력.


스웨덴은 노동법원이 강력하게 집행한다.

불이익 처우 적발 시 기업이 패소.

그래서 기업이 법을 지킨다.


한국은 법은 있지만 집행이 약하다.

"재편은 회사 사정", "평가 결과" 등으로 회피 가능.

그래서 기업이 법을 안 지킨다.

법 있어도 집행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둘째, 대체 인력이 있어야 복직이 가능하다.

스웨덴은 12개월 계약직이 육아휴직자 자리를 채운다.

팀원 부담 없음.

육아휴직자 눈치 안 봄.


한국은 대체 인력 없이 팀원이 업무 떠안는다.

팀원 야근 증가.

육아휴직자 원망.


대체 인력 시스템이 없으면,

육아휴직은 팀의 적이 된다.


셋째, 시간제 근무가 정규직이어야 한다.

스웨덴은 시간제도 정규직.

시간에 비례한 급여, 동일한 복지, 승진 기회 동일.

그래서 여성들이 시간제로 전환해도 경력 유지.


한국은 시간제 = 비정규직.

급여 적음, 복지 없음, 승진 탈락.

그래서 여성들이 시간제 안 쓰고 퇴사.

시간제가 비정규직이면 경력단절 불가피.


넷째, VAB가 여성 고용을 살린다.


스웨덴 VAB: 연 120일 유급 (급여 80%).

아이 아파도 일 계속 가능.

남편과 나눠 쓸 수 있음.


한국 가족돌봄휴가: 연 10일 무급.

아이 아프면 연차 쓰거나 퇴사.

엄마만 희생하는 구조다.


스웨덴 여성들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아이 아파도 퇴사 안 해도 되니까.


한국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

아이 아프면 퇴사할 수밖에 없으니까.


다음 화 예고


"15분 안에 어린이집 갈 수 있는 이유"

스웨덴 부모는 집에서 15분 안에 어린이집에 갈 수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커버리지 100%.

대기자 없음.


한국은?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경쟁률 5~10:1.

대기 1~2년.

민간 어린이집은 월 100만 원.


다음 화에서는 스웨덴 보육 인프라의 비밀을 파헤쳐봅니다.

어떻게 모든 아이에게 15분 내 어린이집을 보장할 수 있는지.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 알아봅니다.


[스웨덴 :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

시스템의 완성

2부 1화. 출산 후 95%가 복직하는 나라의 비밀

(이 글은 스웨덴 고용보호법(Employment Protection Act), 스웨덴 부모휴가법(Parental Leave Act), 스웨덴 노동법원(Arbetsdomstolen) 2024년 판례, 한국고용정보원 2019년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 통계청 2025년 육아휴직통계, 고용노동부 2025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통계, 여성가족부 2025년 경력단절 실태조사,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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