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사물의 관계-망각의 가방

by 윤담


가방 안을 더듬는 건,
언제나 무언가를 정리하려는 마음의 제스처다.
지갑을 찾다가 오래된 영수증이 손끝에 걸리고,
그 종이의 냄새는 묘하게 지난 계절의 공기를 품고 있다.
사람은 가방을 자주 열지만,
그 안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잘 하지 않는다.

가방은 늘 닫혀 있다.
출근길엔 계획을 넣고, 퇴근길엔 피로를 넣는다.
때로는 필요 없는 서류를,
때로는 버려야 할 감정을 함께 담는다.
가방은 그런 것들을 아무 말 없이 삼킨다.
그 속은 작지만, 인간의 하루가 가장 많이 쌓이는 공간이다.

어느 날 문득 가방 안을 정리하다 보면,
잊고 있던 것들이 나온다.
뜯지 않은 영수증, 이름 없는 약 봉투,
여름에 다녀온 여행의 티켓 조각.
그건 작은 과거들이었다.
버리지도 못하고, 꺼내지도 못한 것들.
기억의 유물들이 먼지처럼 바닥에 깔려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주워 담았다.
손끝이 잠시 멈출 때마다,
그때의 나와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바쁘게 살며 흘려보낸 시간들이
가방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가방은 인간의 망각을 대신한다.
버리지 못한 것들을 대신 품어주는 장치,
기억을 정리할 여유가 없던 날들을 대신 견뎌주는 존재.
그래서 사람은 종종
자신의 가방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확인한다.
“내가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지만 가방은 결국 무겁다.
쓸모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리란,
가끔은 삶에서 무엇을 버릴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오래된 종이 몇 장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그건 물건을 버린 게 아니라,
미처 정리하지 못한 ‘나’를 조금 비워낸 일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은,
사실 우리 자신과 다르지 않다.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이 섞여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늘 ‘정리 중인 인간’으로 살아간다.

가방을 닫으며 나는 안다.
내일이 되면 또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삶이란 결국,
계속해서 넣고, 버리고, 다시 채우는 과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