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불완전

여름의 잔향-전망대와 도시, 그리고 나

by 윤담

110층 전망대의 유리벽 너머로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수천 개의 불빛이 마치 별처럼 아래에서 반짝였다.
밤하늘과 도시가 뒤집힌 듯한 풍경.
우리는 그 경계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있으면,
사람이 작아진다는 느낌보다
세상이 너무 커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의 불빛이 별 같아서 그렇겠죠.”
“별은 위에 있는 거 아닌가요?”
“이제는 아래에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하늘을 잃고, 도시를 만들었잖아요.”

그녀는 웃지 않았다.
유리벽에 이마를 살짝 대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입김이 번지며 작은 구름이 생겼다.
그 안에 잠시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가 사라졌다.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람의 진동이 유리벽을 울렸다.
도시는 멀리서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래에서는 분명히 누군가가 웃고,
누군가는 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감정이, 소리가,
이 높이에서는 하나의 빛점이 된다.

그녀가 물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높이 올라오려는 걸까요?”
“멀리 보기 위해서겠죠.”
“그런데, 멀리 본다고 다 보이나요?”
그 질문에 나는 답하지 못했다.
사람은 가까운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니까.

잠시 후, 엘리베이터의 불빛이 반짝였다.
관광객들이 한 무리씩 떠나가고,
전망대는 조금씩 비워졌다.
우리 둘만 남았다.

그녀는 도시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저기 아래, 저 불빛들 사이에도
우리처럼 말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까요?”
나는 말했다.
“아마 대부분이 그럴 거예요.
세상은 늘 그렇게 환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두운 채로 살잖아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유리창 위의 불빛을 따라 그렸다.
그 움직임은 마치 별자리처럼 보였다.
“저기, 저 불빛 하나가 우리라고 하면,
우린 지금 서로를 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반짝이는 걸까요?”

그녀의 말은 물음이었지만,
이미 대답을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유리벽 너머의 도시가 천천히 흐려졌다.
안개가 아니라, 우리의 숨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 문득 생각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 유리벽 같다.
보이지만 닿을 수 없고,
가까워질수록 흐려지는 투명함.

시간이 흘러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도시를 내려다봤다.
수천 개의 불빛이 멀리 아래에서 깜빡였다.
그건 밤의 심장 같았다.
꺼지지 않지만, 뜨겁지도 않은 심장.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가 말했다.
“이렇게 높이 올라와서 본 건
결국, 우리 발밑이네요.”
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요. 사람은 늘, 자기 자리로 돌아가니까.”

문이 열리고, 도시의 소음이 다시 들려왔다.
바람, 차, 사람, 목소리.
모두 살아 있는 세상의 냄새였다.
우리는 1층의 빛 속으로 걸어 나왔다.

위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아래에서 반짝였고,
그 불빛 속 어딘가에
우리의 잔향도 섞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