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관계-비추는 조명
조명이 켜지는 순간, 사람의 얼굴은 달라진다.
빛은 표정을 드러내고, 감정의 결을 벗겨낸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빛을 두려워하고,
어떤 사람은 그 빛 아래서만 숨을 쉰다.
회사에는 늘 웃는 동료가 한 명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작은 스탠드가 있었다.
형광등보다 훨씬 밝고 따뜻한 빛이었다.
그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며, 늘 그 조명을 켜두었다.
“이거 켜야 집중돼요.”
그 말이 습관처럼 들렸다.
어느 날 야근이 끝나고,
모두가 퇴근한 뒤에도 그의 자리만 환했다.
나는 문득 돌아서서 그 불빛을 봤다.
그는 모니터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손에 쥔 펜은 움직이지 않았고,
눈빛은 어딘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조명을 끄지 못했다.
그 불빛이 꺼지면, 자신도 사라질 것 같았던 걸까.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없애는 게 아니라,
사람의 불안을 감추는 장치라는 걸.
며칠 뒤 그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책상은 비워졌고, 스탠드는 그대로 남았다.
그날 퇴근길, 나는 그 스탠드를 껐다.
불이 꺼지는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크게 들렸다.
순간, 사무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조명이 사라진 자리에서
비로소 사람의 그림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빛 아래서는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웃는다.
칭찬은 거래가 되고, 도움은 계산이 된다.
그런 세상에서 도태된 사람들은 늘 어둠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진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조명이 꺼진 뒤에 찾아온다.
조명은 세상을 밝히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그림자를 만든다.
그걸 알고도 우리는 빛을 향해 걷는다.
그게 인간의 아이러니이자, 생존의 방식이다.
나는 요즘 밤마다 조명을 껐다 켠다.
빛이 꺼질 때마다,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웃음이 진짜였는지,
아니면 빛에 길든 습관이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사람을 천국으로 이끄는 것도,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
조명은 방향의 문제다.
누군가는 타인을 비추고,
누군가는 자신만 밝힌다.
그 차이가 세상을 밝히기도, 어둡게도 만든다.
나는 여전히 불을 끄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조명은 꺼졌지만,
그 빛의 잔열은 어딘가에 남아
이 도시의 밤을,
조용히 밝혀주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