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주고 약주기

제주4.3 옥살이 전원 무죄

          (조선일보)

내가 자랄 때는 빨갱이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무섭고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될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누가 빨갱이라고 하면 당연히 감옥에 가두어야 했고 그들이 이적 행위를 해서 사형선고가 내려 지면 잘 했다고 믿었다. 

나는 제주 4.3 사건이 어떤 내용의 사건이었는지 전혀 모르고 자랐다. 자세한 내용을 이해 한 것은 약 15년 전 한국 근현대사를 뒤적거리기 시작한 후이다. 왜냐면 대한민국 정부는 오랜동안 빨갱이 누명 씌우기로 벌어진 사건을 쉬쉬 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를 보니 이 사건에 연루된 335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1947년3월1일 반미시위로 시작된 제주도 반정부 시위는 1948년4월3일에 본격화 했다. 통일정부를 포기하고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하자는 5.10 선거에 반대 하는 데모였다. 시위의 주동자들은 남로당 사람들이었다. 초기에는 미군정, 1948년8.15일 이후에는 대한민국정부와 제주도민의 싸움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4년에야 진압(?)이 되었다. 

미군정이나 남한정부의 진압 방법은 공산주의자들을 선별적으로 색출하여 처벌하는 것이 아니고 대강 지역 주민을 반정부 반란군 취급을 해 버렸다. 진압 과정에서 아무 죄없는 양민들이 죽거나 다치고 재산 피해를 입었다. 6.25사변전에 많은 양민들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 되었다. 사변이 터지자 대한민국정부는 투옥 된 사람들을 사살 했다. 그러나 인민군이 들어 오면서 전국 각지의 감옥 에서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 325명이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은 고태삼, 이재훈씨 두사람이라고 한다. 각각 92, 91살이다. 1948년에 21살, 20살이었다. 이들은 72년동안 죄인으로 살았다. 1948년 여순사건이후에 만들어 진 보안법은 연좌제 조항으로 그들의 가족 자손 에게 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제한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나 있던 법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은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 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나도 그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살아 왔다. 물론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 인 고태삼씨도 억울한 사정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살아 왔을 것이다. 그 가족이 당한 불이익과 감시는 오죽 했으랴!

고태삼씨는 무죄 선고를 받고 재판장에게 “나머지 인생이라도 편안히 살게 되어서 진짜 감사 합니다.”

고 말했다. 이재훈씨는 “지금이라도 이렇게 판결을 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 겠다. 그러나 그동안 참은 고충이야 말로 ...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당했다.” 라고 소감을 표현 했다. 사망한 수영인 이시전씨의 딸 이영자(80살)씨는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를 너무너무 기다리시고, 바람 소리만 나도 오시는가 하고...아버지의 이런 판결도 못보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제일 한이 됩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늦었어.” 하면서 울먹였다.   재판장은 울음 바다가 되었다.(MBC 뉴스). 72년전 대한민국의 판사는 그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여 주었고 오늘날의 판사는 무죄를 선고 했다. 누가 죄인 인가? 355명인가 아니면 국가인가? 미군정과 대한민국이 죄인임이 판정된 날이라고 생각 한다. 

적어도 살아 있는 고태삼씨와 이재훈씨는 국민의 권리를 백분 행사하지 못 하면서도 국가에 세금을 꼬박꼬박 냈을 것으로 짐작 한다. 과연 대한민국은 이들로 부터 세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나라 였을 까? 적어도 대한민국은 이 세금에 이자를 붙여서 이들에게 보상해야 되지 않을 까? 

우리는 아직도 미군정이 1947년 부터 제주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서 어떻게 개입 했는지 대한민국 정부에게 말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미국정부에게 관련 서류 공개를 요구 하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잘못이 있으면 배상등 상응 하는 조치를 받아야 한다. 

왜 위안부 문제에는 떠들썩 하고 미군정의 비행에는 관대 한가?  비겁하지 않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