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 블랙이 2호, 치즈 1호. 치즈 2호
'호피'는 지난해 말쯤 '자두'네 집에서 독립한 후
가끔씩 와서 밥을 먹고 갑니다. 그런데 올 때마다
수척해진 모습으로 오더니 며칠 전엔 이렇게 긴...
마치 뱀처럼 길쭉한 모습으로 마른 상태가 되어
왔습니다. 배가 쏙 들어가고... 게다가 목덜미엔
상처가 난 상태로요... 다행히 목덜미 상처는 아물어 가는 상태인데 야생으로(?)으로 나가 험난한
삶을 살며 다른 애들과 싸우다 다치고 먹이활동을 제대로 못한 건지 이렇게 마른 상태가 되어 왔습니다. 목덜미 상처는 처음엔 살이 드러났지만 다행히 덧나지는 않고 딱지가 덮으려는 상태였는데 며칠전
다시 보니 아물고 딱지도 떨어졌습니다.
자두네 집에서 살 때는 살이 올라 제법 포동포동했는데 나간 지 두 달이 좀 넘었는데 이렇게 수척 해진 겁니다. 다행히 많이 아파 보이진 않습니다만...
얌전해진 게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집 나갈 무렵
호전적이던 모습이 없어지고, '블랙이 2호'가 지붕 위에 왔는데 공격하지 않습니다.
마침 이날 아침엔 '턱시도'가 오랜만에 자두네 집
테이블 위에 올라왔는데도 둘이 하악질을 하지
않더군요....
나가서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말라서 오니 참 안타깝습니다.
*대문사진은 지난가을, 자두와 산책에서...
심각한 건 '블랙이 2호'입니다. 지난번 비를 맞고 나타나 밥을 먹을 때만 하더라도 다리를 절지 않았는데 며칠 전엔 오른쪽 앞다릴 절며 왔습니다. 아예 딛지를 못하고 들고 다니는데 다리도 부어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픈데... 뭐 해줄 게 없습니다. 어째야 좋을까 고민만 합니다. 생각 같아선 붙잡아 다릴 상태를 보고 (뭐 내가 육안으로 봐서 알겠습니까 마는...)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나... 생각만 하며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밥이라도 잘 먹이자 하는데 밥그릇에서 주저하길래 밥그릇에 급히 통조림을 넣어 주었습니다. 이거라도 먹고 기운을 내라.... 하면서요. 근데 얼굴에 상처는 왜 그리 많아졌는지... 어디서 싸우다 다친 건지... 지난가을 '치즈 2호'가 다리를 절며 나타났을 때는 몇 주 지나자 회복이 되어 다행이었는데 이 애도 회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애는 다리가 부은 게... 예전 치즈 2호 때와는 달라 보여 걱정입니다. 저렇게 다릴 못쓰니 먹이 활동을 어찌할까 싶습니다. 다른 애들한테 밀리고... 쫓기고 할 텐데 말입니다. 그나마 또 며칠 안 오니 걱정입니다. 와서 밥이라도 먹었으면 좋으련만...
'치즈 1호'도 상태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집 나간 후에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자주 오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얼마 전 왔을 때 보니 귀 근처의
상처가 이렇게 덧나고 아물고 반복되는 상태 같습니다. 딱지도 있고 피가 엉기기도 하고 살이 드러나 있기도 하고요... 지난번 자두 약 타러 병원 간 김에
이 애 사진을 찍어 수의사에게 물었더니...
수의사가 '뭐 어쩔 수 없지 않겠어요' 하길래....
너무 가슴이 아팠는데 그때보다 더 안 좋은 상태가 된 겁니다. 길냥이들이 집냥이보다 건강상태가
안 좋다는 걸 실감합니다. 더욱이 집냥이는 병원에
가서 약이라도 먹이고 바르고 하지만 이 애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넥칼라를 하고 약이라도 주기적으로 발라주면 좋을 텐데... 길냥이에게 넥칼라를
해줄 수도 없고요.... 이 애도 왔을 때 통조림이라도 먹여 보내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습니다. 애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는데... 힘겹게 겨울을 났는데, 봄이
오는 길목... 애들이 아프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어제 자두와 산책 중 윗마을 밭두렁에서 '치즈 2호'를 만났습니다. 자두가 있어 가까이 갈 수는 없었는데 우릴 보자 잔뜩 엎드려 경계를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지나쳐 왔습니다.
잘 있구나... 하면서요... 그런데 이 애는 거리를 두고 우릴 쫓아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집까지요...
자기가 있던 원래의 구역인 데크 오른쪽까지 왔길래 반가워서 일단 추르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밥을 주니 밥을 먹는데... 세상에 이 애 귀뒤에 저런 상처가 있습니다. '치즈 1호'는 윗 사진처럼 오른쪽 귀에 상처가 있고 이 애는 왼쪽 귀뒤에 더 심한 상처가 있습니다. 아마도 싸우다 생긴 상처가 이렇게 덧나고 아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야생에서 생존경쟁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투이니 아마 피를 보는 싸움을 하거나 다른 천적을 만나면 죽자고 싸워야겠지요... 이 애들의 삶은 이렇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며 가슴이 짠해옵니다. 이렇게 라도 살아 있고 나를 보자 쫓아와 밥을 먹는 '치즈 2호'가 대견하기도 하고 또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힘겹게 난 겨울, 따스한 봄인데 애들은 이렇게 되고...
빨리 자연 치유되는 거밖에 기대할 게 없어 마음이 불편합니다.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