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정소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Jun 18. 2024

#11:집 유감

떠나야만 하는, 떠날 수 없는, 떠나기 싫은

이곳 시골로 완전 이사를 온 지 만 2년이 되었다. 

그전에는 2년가량 다른 곳에서 여기를 오가며 장거리 출퇴근을 하며 살았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무엇보다 일터와 집이 가까우니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아침 시간을 활용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활용이 되니까 이 시골 생활에 나름 익숙해져 이 동네가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골에서 4년이 흘렀다.


떠나야만 하는...

무엇보다 사계가 확연히 느껴지는 풍광이 좋았고 농촌마을의 조용하고 정적인 느낌이 좋았다.

늙은 개들과 산책하는 것도 좋았고 만나는 농촌분들과 나누는 인사도 좋았다.

푸르름이 시작되는 봄을 지나 여름이 되는 무렵의 짙푸른 녹색이 아닌 연녹색 세상이 아름다웠다

그러다 동네 고양이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고 같이 살던 자두와 살구 중 살구는 지난여름 세상을 떠났다

처음 왔을 때의 불편함 같은 건 차츰 없어지고 이 시골살이가 익숙해졌다. 철 따라 피어나는 꽃들이며 들녘에 익어가는 벼의 변화를 보며 도시의 사계와 비교도 하고 읍내 나가 시골 5일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생겼다.

은퇴하고 다시 온 직장 생활 때문에 내려온 시골살이라 원래 서울주변 위성 도시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않고 그냥 내려와 전세 집을 구해 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떠날 수 없는...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전세 살이 2년이 되었으며 이 전세 집에서 더 살 것인가에서 당연 더 살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집에 문제가 생겼다. 여기 일일이 쓰기는 복잡한데 알고 보니 집에 대출관계가 복잡하여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어떡하든 집에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사 가는 게 싫고(이제 정이 붙었고 이사비용이며 귀찮고 힘든 이사라는 것도 피하고 싶고...) 이사를 안 하고 그냥 사는 걸 생각해 봤는데 식구들이 난리다. 무슨 X 같은 소릴 하느냐... 모르고는 살아도 알고 있으면서 어찌 여기 살 수 있느냐는 것... 결국 이사를 가야 하는데 문제는... 집이 그렇게 대출이 있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고 팔려고 내놓은 모양인데 그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집주인은 나더러 집을 사라 하는데... 원래 살던 곳에 집이 있는 데다 이런 집을 떠안고 사는 것이 싫다.  아무튼 머리가 복잡해졌고 마음이 심란하다. 


떠나기 싫은...

집주인 형편이 그 대출을 다 갚으면 깨끗한데 현재는 갚을 능력이 안된다 하고 부동산에선 대출이 있는 한 세를 놓을 수 없다(요즘 세상에 그런 집에 누가 들어오느냐고) 고 하고 뭐... 어떻고 저떻고... 하는 데다 아무튼 집문제가 좀 꼬여있다. 내가 잘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식구들에게는 말했지만 고양이들이 제일 걱정이다. 이 애들, 정든 애들을 두고 가야 하다니...

동네 아는 분께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우리 동네에 고양이를 돌보는 집이 여러 군데 있으니 이 애들, 알아서 다 먹고살지 않겠느냐... 하시고 하여간 그래도 나는 이래저래 잠도 못 이루고 뒤치락거리고 있다. 


집이 나가도 걱정이고 안 나가도 걱정이다. 젠장!!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