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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09. 2024

#13:'은퇴'  유감-2

은퇴한 우리들은

                              #1. 은퇴한 친구 K

내 친구 K는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내다 서기관으로 은퇴를 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가 3도 4촌 또는 4도 3촌의 생활을 하며 반귀촌을 했고 일주일에 두 번은 강의로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것과 가끔 서울집에 가는 걸 제외하면 주로 자신의 고향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서울에서 먼 곳도 아니고 강화도라는 가까운 곳이라 우리는 여름이면 강화도 친구집에서 모여 1박을 하며 옛이야기도 하며 친구가 밭에 일구는 작물들도 구경(?)하고 술도 마시며 하루를 보내고 온다. 이번 여름도 지난주 집에 모여(최강의 더위였을 날) 하루를 보냈다. 친구의 작물은 정말 다양한데 집 앞에 조금만 직접 일구는데 밭에 호박, 오이, 참외, 수박, 피망 같은 덩굴류, 그리고 고추, 토마토 같은 대를 세워주고 지지대를 필요로  하는 것들과 그밖에 고구마며, 마, 콩, 옥수수와 뒷 텃밭엔 상추며 각종 쌈채류가 심어져 있고 버섯도 키우고(지금은 한 여름이라 그늘막에 세워져만 있고) 과실류 나무들에는 배와 복숭아, 감, 포도, 대추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원래 촌놈이라 이 정도 하는 건 일도 아니라는 그는 정말 농부처럼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가 딴 푸성귀로 찬거리를 만들었지만 이 더운데 불을 펴서 고기를 굽는 건 하지 말자고 읍내 나가 족발을 

사와서 술을 마셨다. 아... 이날 접경지역인 이곳에선 대남 방송이 재개되어 이곳 사람들이 너무나 고통스럽다는데 하루 있었던 우리도 아주 괴로웠다. 북한의 방송은 우리 괴롭히기 하나로 확성기에 계속 경보음으로 왜왱~왜왱~~ 거리는 소리와 비행기 출발하는 것 같은 소음만 주야장천 틀어 댔다.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것 

같았다. 주민들이 아주 고역이란다. 물론 남한도 북한을 향해 몇 배는 성능 좋은 확성기로 방송을 해댈 

테지만 말이다. 안타까웠다. 세월이 가며 서로 가까이 조금씩 문을 열고 다가가도 부족할 판에 다시 이런 

시대로 돌아가다니... 내 친구 집에서 북한의 개풍군 까지는 직선거리로 2.8k로 멀리 한강 하구 건너 북한의 집들이 보이고 망원경이 있으면 사람들도 보일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친정아버지가 시집간 챙겨주듯 자신이 키운 것들을 종류별로 따서 바리바리 싸주는데 고구마순도 벗겨놓은 것이라며 싸주고 당뇨에 좋다며 말린 여주를 싸주면서 우리 나이엔 이런 것도 먹어야 한다며 잘 덕아서 차로 우려내 먹으라고 음용법까지 

알려준다. 노각은 무쳐먹어야 한다며 그만의 레시피까지 알려주었다. 기특한 놈... 

그렇게 우린 여름밤 하루를 그네 집에서 보내고 왔다.


                               #2. 은퇴한 나는

나는 33년을 다니던 일터에서 은퇴를 하고 그 계열사 격인 지방의 읍내에 있는 작은 일터로 4년 전에 내려왔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 귀촌. 귀농도 아닌 어정쩡한 시골 살이를 하고 있다.  처음엔 텃밭을 일구고... 뭐 그러려고 했다가 일단 몇 해 전 실패한 기억도 있고 굳이 남의 집에 세를 살면서까지 땅을 일구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고(실은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다) 그저 마당가에 꽃이라도 가꾸고 화분이라도 잘 가꾸자로 돌아 섰다. 아무튼 나는 몸은 시골에 살지만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일터에선 한창 올해 노조와 임금교섭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나는 사측대표로 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마주 앉아 교섭을 해야 한다. 아주 고역인 날이다. 노조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는데 그 요구를 설득하고 받아내는 것도 고역이고... 무엇보다 37년 전 서울에 있을 때는 내가 노조 간부활동을 했고 당시 87년은 울산에서 시작된 노동자 대투쟁등으로 민주화의 열기가 고조될 때였고 마치 이건 시대의 부름과 같은 

느낌으로 곧 이은 사무전문직 노조가 태어나는 계기 이기도 했고 그로 인해 노조 활동을 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고 간부가 되었고 또 세월이 흐르고 나는 은퇴를 하고 이곳으로 내려왔는데 이번엔 내가 사측대표로 노조와 교섭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일단 입장은 사측이니까 노조의 요구나 주장을 들어주거나 잘 논리적으로 설득하여야만 한다.  우리 일터의 이야기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대의적인 면에서는 이해가 되고... 그 입장이 지지가 되기도 하지만 이게 우리 일이 되어 자기주장을 하며 공격할 때는 상황이나 제반 어려움들을 설명해도 안 통하니 이럴 땐 정말 화도 나고 답답하기만 

다. 더욱이 요즘 노조는 그 시절 내가 노조활동할 때와는 사뭇 분위기도 다르고 일단 요구 조건도 다르고 

요즘 노조 간부는 사실 구속이 된다거나 목숨 내걸고 하는 게 아니니 너무나 다른 느낌의 노조인데 이걸 MZ세대라고 뭉뚱그려 넘길 수는 없지만 예전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으니 예전과는 

당연히 달라야 하고... 또 그게.... 딱히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기보다는 다른 상황이라 다르게 보이는 것 

말고 예전과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집회도 농성도 출퇴근을 딱딱 맞춰하는 것도 신기했고(예전엔 퇴근 후 밤샘 농성도 하고.... 몇 날을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했지만) 지금은 파업 집회도 퇴근 시간에 맞춰 칼같이 끝낸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신세대적이고 합리적인 노조 문화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건 신선하다. 문제는 이 교섭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교착상태에 빠지고 작년에는 파업으로 이어져 아주 고역이기도 했다는 것이고 올해는 파업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지만 빨리 잘 끝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측교섭대표도 이젠 정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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