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정소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Oct 16. 2024

#14: 우리 동네-오지랖 유감

어떤 야생 동물 가족이 살고 있어요

농수로 속에 있던 어떤 동물가족

이 시멘트 덮개 앞 농수로에....

자두와 산책을 가다 보면 깨밭을 지나가게 됩니다. 깨밭과 논 사이엔 수로가 있습니다. 그 수로와 시멘트 덮개가 만나는 입구쯤에 전봇대가 있는데 어느 날 자두는 냄새를 킁킁 맡더니 깨밭 옆 수로를 보며 낑낑댑니다. 뭘 발견했길래 그런가 하고 내려다보니 농수로 물 흐르는 곳 바닥 옆구리쯤에 작은 흙무더기가 있는데 거기 뭔지 모를 꼬물거리는 물체가 

뒤엉켜 있습니다. 다행히 자두는 뭘 봐도 위협적으로 짖어대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습니다.  

그저 안타까운 것 같은 낑낑거림만 있을 뿐... 

그런데 거기엔 어떤 애들이 꼬물거리며 한데 엉켜있습니다. 대체 저들이 뭘까 궁금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며칠이 지나고... 

그곳을 지나는데 자두가 끌고 갑니다. 

가서 보니 애들이 엉켜 있는데 3마리쯤으로 보입니다.                    


                                      

                      한가족인지 엉켜서 잠을 자는 것 같기도 하고...

뭔지 모를 애들이 3마리가 엉켜 있습니다.

그렇게 산책 때마다 이 애들을 보고 있다가 궁금증이 나서 야생동물 구조대에게 사진을 보내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 애들은 '너구리'라는 겁니다. '너구리'가족이 여기서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땐 아직 장마가 오기 전인 6월 중순 무렵이었습니다. 매일 보는데도 매일 여기서 있는 애들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저 애들은 왜 저기서 저렇게 엉켜있고 가만히 있을까 궁금해서 야생동물 구조대에게 물어봤습니다.

혹시 수로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이 수로는 농업용 수로이며 깊이는 150cm 정도? 아무튼 내 가슴정도 올 것 같고 폭은 아래쪽이 6~70cm 정도 돼 보이고 위쪽은 1m가 채 안돼 보입니다. 혹시 이 애들이 

여기 갇혀 못 나오는 게 아닐까? 폭이 좁으니 뛰쳐 올라오지 못하고 말이죠... 게다가 물이 없는 모래톱 같은 좁은데 엉켜 있는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동영상과 사진을 보냈더니 구조하러 오겠다고 합니다. 그런데다 장마가 오거나 농업용수로 위쪽에서 물길을 열어 놓으면 물은 깊고 물살이 물길로 

변하는데... 걱정도 되고요... 그런데 구조하러 오겠다는 날 오지 않았는데 누군가 상류에 물길을 열어 놨나 

봅니다. 물이 거의 지면 가까이 까지 차서 세게 흐르고 그 애들이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는 겁니다.

세상에...

며칠 전 깨밭 주인께 여기 애들 있는 거 보셨어요? 하니 그분 전혀 몰랐다 하십니다. 그리고 며칠 후 이렇게 

물길이 열려 물살이 세고 깊어진 겁니다. 구조대는 오지 않고 이 애들이 여기 있다가 물살에 쓸려 내려갔나 

보다... 하고 걱정이 되고 더욱이 그 애들 있는 곳 바로 다음으로는 시멘트 뚜껑들이 덮인 지하수로입니다. 

그 위는 그냥 길이 된 거고요... 그리로 휩쓸려 들어갔다면 나올 수도 없는데...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

해서 구조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지랖도,,, 참....

그런데 이번엔 다른 분이 전화를 받는 겁니다. 사진을 보내주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길 했더니... 그분 왈~

걱정 마세요... 그 애들 수영 잘하고 물 좋아하는 애들이고 어딘가 자기들이 통하는 길이 있어 들어왔을 거고 물이 넘치기 전 빠져나갔을 거라고... 요. (근데 왜 며칠을 한 곳에 엉켜서 꼼짝 않고 있었던 건지...)

그렇담 왜 구조하러 오겠다고 했냐니까... 그분 왈~ 그건 잘 모르겠고 암튼 그 애들 수영 잘하고 물가에서 

사는 애들이니 괜찮을 거라 합니다. 그 얘길 들으니 안심도 되고 또 괜한 오지랖에 무안해지고...

암튼, 올여름에 '너구리'를 구조해야 하나... 했던 마음은... 오지랖만 부린 꼴이 되었었습니다. 

잘 살고 있겠죠? 그 애들...


자두는 산책 시 길냥이들이 사는 곳도 발견하고 누군가가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풀숲에 버린 것도 찾아내고 

이렇게 이런 애들이 있는 곳도 발견해 내고 그럽니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