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우리 동네-오지랖 유감

어떤 야생 동물 가족이 살고 있어요

by James 아저씨

농수로 속에 있던 어떤 동물가족

이 시멘트 덮개 앞 농수로에....

자두와 산책을 가다 보면 깨밭을 지나가게 됩니다. 깨밭과 논 사이엔 수로가 있습니다. 그 수로와 시멘트 덮개가 만나는 입구쯤에 전봇대가 있는데 어느 날 자두는 냄새를 킁킁 맡더니 깨밭 옆 수로를 보며 낑낑댑니다. 뭘 발견했길래 그런가 하고 내려다보니 농수로 물 흐르는 곳 바닥 옆구리쯤에 작은 흙무더기가 있는데 거기 뭔지 모를 꼬물거리는 물체가

뒤엉켜 있습니다. 다행히 자두는 뭘 봐도 위협적으로 짖어대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습니다.

그저 안타까운 것 같은 낑낑거림만 있을 뿐...

그런데 거기엔 어떤 애들이 꼬물거리며 한데 엉켜있습니다. 대체 저들이 뭘까 궁금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또 잊어버리고 며칠이 지나고...

또 그곳을 지나는데 자두가 끌고 갑니다.

가서 보니 또 그 애들이 엉켜 있는데 3마리쯤으로 보입니다.



한가족인지 엉켜서 잠을 자는 것 같기도 하고...

20240730_055838[1].jpg
20240729_191755[1].jpg
뭔지 모를 애들이 3마리가 엉켜 있습니다.

그렇게 산책 때마다 이 애들을 보고 있다가 궁금증이 나서 야생동물 구조대에게 사진을 보내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 애들은 '너구리'라는 겁니다. '너구리'가족이 여기서 살고 있었던 겁니다. 그땐 아직 장마가 오기 전인 6월 중순 무렵이었습니다. 매일 보는데도 매일 여기서 있는 애들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저 애들은 왜 저기서 저렇게 엉켜있고 가만히 있을까 궁금해서 야생동물 구조대에게 물어봤습니다.

혹시 수로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이 수로는 농업용 수로이며 깊이는 150cm 정도? 아무튼 내 가슴정도 올 것 같고 폭은 아래쪽이 6~70cm 정도 돼 보이고 위쪽은 1m가 채 안돼 보입니다. 혹시 이 애들이

여기 갇혀 못 나오는 게 아닐까? 폭이 좁으니 뛰쳐 올라오지 못하고 말이죠... 게다가 물이 없는 모래톱 같은 좁은데 엉켜 있는 걸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동영상과 사진을 보냈더니 구조하러 오겠다고 합니다. 그런데다 장마가 오거나 농업용수로 위쪽에서 물길을 열어 놓으면 이 물은 깊고 물살이 센 물길로

변하는데... 걱정도 되고요... 그런데 구조하러 오겠다는 날 오지 않았는데 누군가 상류에 물길을 열어 놨나

봅니다. 물이 거의 지면 가까이 까지 차서 세게 흐르고 그 애들이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는 겁니다.

세상에...

며칠 전 깨밭 주인께 여기 애들 있는 거 보셨어요? 하니 그분 전혀 몰랐다 하십니다. 그리고 며칠 후 이렇게

물길이 열려 물살이 세고 깊어진 겁니다. 구조대는 오지 않고 이 애들이 여기 있다가 물살에 쓸려 내려갔나

보다... 하고 걱정이 되고 더욱이 그 애들 있는 곳 바로 다음으로는 시멘트 뚜껑들이 덮인 지하수로입니다.

그 위는 그냥 길이 된 거고요... 그리로 휩쓸려 들어갔다면 나올 수도 없는데...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

해서 구조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지랖도,,, 참....

그런데 이번엔 다른 분이 전화를 받는 겁니다. 사진을 보내주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길 했더니... 그분 왈~

걱정 마세요... 그 애들 수영 잘하고 물 좋아하는 애들이고 어딘가 자기들이 통하는 길이 있어 들어왔을 거고 물이 넘치기 전 빠져나갔을 거라고... 요. (근데 왜 며칠을 한 곳에 엉켜서 꼼짝 않고 있었던 건지...)

그렇담 왜 구조하러 오겠다고 했냐니까... 그분 왈~ 그건 잘 모르겠고 암튼 그 애들 수영 잘하고 물가에서

사는 애들이니 괜찮을 거라 합니다. 그 얘길 들으니 안심도 되고 또 괜한 오지랖에 무안해지고...

암튼, 올여름에 '너구리'를 구조해야 하나... 했던 마음은... 오지랖만 부린 꼴이 되었었습니다.

잘 살고 있겠죠? 그 애들...


자두는 산책 시 길냥이들이 사는 곳도 발견하고 누군가가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풀숲에 버린 것도 찾아내고

이렇게 이런 애들이 있는 곳도 발견해 내고 그럽니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keyword
작가의 이전글#13:'은퇴'  유감-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