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 나무를 여행하다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1년 8월 31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사실, 내촌 목공소란 것이 있는지... 남희조, 허회태라는 작가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난 7월, 예술의 전당 전시회 목록을 뒤적이다 제목에 이끌려 관심만 갖고 있다가 며칠 지나고 다시 생각이 나 예매를 했었다. 일단 나무와 관련된 주제는 내겐 다 눈에 들어오는 주제였다. 사실... 그 밑의 설명은 잘 보지도 않았다. 나무와 관련된 전시 공연 교육등은 무조건 저지르고 보자 주의였기 때문인데 사실 예매를 하고도 너무 뜨거워 집을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폭염이 막바지에 이르는 8월 31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으로 향했다.
아직도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나무의 시간'은 미술관 최초로 목공소와 예술가가 협업한 전시라는 것에 또 흥미가 갔다.
목공작업과 미술과 서예... 언뜻 이 조합이 연결이 되기는 하는 걸까? 갸우뚱했지만...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중시하는 마음이 단지 감상을 넘어 체험하고 느끼는 것까지...라는 것에 또 호감이 갔고 오랜만에 전시회를 간다는 설렘이 겹쳐 발걸음도 가볍게 서초동으로 향했다.
해설에는 "이 시대의 가장 필연적인 궁극의 목적인 자연과 Humanity의 예술성을 구현하는 세 팀의 Harmony는 단순한 관람의 장이 아닌, 예술과 환경의 접점에서 실질적이고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Next Green Movement'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사실 '목공'과 '미술'과 '서예'의 조합 중에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목공'이었고 나머지는 그냥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직접 가서 보기 전까지는...
#1. 내촌 목공소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목공소로 원목의 벌채, 제제, 건조와 선별작업까지 직접 하여 조상들이 고안해 낸 접합 방법인 짜맞춤 결구를 적용하여 가구뿐 아니라 주거 건축과 마을을 만드는 긴 시간의 작업도 함께하는데 최근에는 내촌 목공소가 강원도산 활엽수를 활용하여 지역성과 탄소중립(지속가능한 삶)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과 작업들을 'Green Movement'라 하고 세상은 바로 이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목공소 작품들을 보고 "이렇게 힘 있는 작품들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라고 감탄을 했다고 하며 동대문 DDP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그의 건축 도면을 이 내촌작업으로 채우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꾸븐낭개'라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는 강원도에서 벌목한 나무를 탄화처리하여 방수처리가 되어 나무의 수명이 오래가는 효과도 있고 또 새까맣게 탄 나무를 가공하여 가구를 만들다 보니 심미적인 면에서도 특이한 멋이 우러나오는 것 같았다. 특히 까만색의 긴 벤치와 수십 개의 의자들은 마치 종교예술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꾸븐낭개-구운 나무
#2. 남희조
서양회화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재질들을 이용한 설치 작품들이 어우러지니 동서양의 미가 같이 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재질을 이용하여 그 물성이 곧바로 작품의 특색으로 드러나기도 하는 등 남희조 님의 세계는 정말 다양했다. 게다가 유화, 삼베, 금속, 자개 등 다양한 여러 가지 재질을 사용함은 물론 방법적인 면에서도 회화, 도예, 설치 미술 등 다함으로 나타나는데 그 작품들의 특성은 정말 이게 다 같은 작가의 작품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다양했다. 붓으로 화화적 표현을 하고 망치로 두들기고 철을 녹여 설치 미술을 만들고 다 해져 보이는 삼베를 이고 붙인 작품등... 동양적인 재료들을 사용하여 서양적인 철학적 울림을 주기도 하고 또 서양기법들을 이용하여 동양의 깊은 사유를 내보이기도 하는 등 문외한이 내가 보아도 정말 다양하고 그 깊이가 끝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약력을 보니 이루 말할 수 없이 화려했다.
#3. 허회태
전통 서예를 어릴 때부터 익히고 수만 자, 수백만 자를 써내고 체화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를 만들어낸 작가 허회태 님은 역시 글씨만으로 자신의 예술을 다 표현해 내지 못했는지 이모그라피(emography)라는 장르를 만들어 내고 말았는데 이는 서예를 아무리 잘해도 중국류의 예술이라는 소리밖에 못 들어선 지 새로운 장르를 만든 것인데 멀리서 보면 회화 같은 느낌의 작품을 가까이 가서 보면 아주 작은 깨알 같은 글씨 수만 자를 이어 붙여 저렇게 회화처럼 보이게 만든 정말 놀랍기 그지없는데 외국의 평론가들이 '수공예 보석', '절대적 조화'라는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전통적인 서예작품들(좌)도 있지만 새로운 기법의 회화작품(우) 같은 그림들을 가까이 가서 보면 수만 자의 글이 깨알처럼(가운데)씌여저 있는 것이다. 그 글씨를 쓴 수만 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이어 붙여 큰 작품을 만든 것이라 한다. 가까이 가서 보면 그 깨알 같은 글씨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고 결국 그 집중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 전시는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제목 '나무의 시간'으로 갔다가 운 좋게 도슨트의 해설 시간에 맞춰가는 바람에 해설을 들으며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걸 해설서에 의지 하지 않고 친절하고 전문적인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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