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고 후진 정치...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는
소설처럼, 역사 속의 기억처럼, 먼 후진국의 일처럼...
그렇게 느꼈던 일들이 실제 일어났다.
그것도 내 생애에 또...
그렇게 해서 내겐 치욕의 기억이 또 하나 늘었다.
분노의 기억이 또 하나 쌓였다.
우리 세대는 계엄시대를 건너오며 트라우마 같은 게 있었다.
그렇게 잊혀져 가던 기억...
어두운 터널을 겨우 빠져나왔다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아닌 밤중 홍두깨처럼
2시간 30분 동안 잠깐의 암흙 같은 순간을 다시 경험했다.
이게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라면...
그랬으면 했는데... 그건 현실이었다
미친... 술 먹다 저지른 것 마냥...
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45년 전에 겪은 일이 또 일어나니 가슴속 열불이 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20대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뉴스를 보며 지인들의 카톡을 보며 정국만큼 내 마음도 혼란스러웠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카톡의 단체대화방에서 계속 울려왔다. 나는 동시에 여러 개의 카톡방을 왔다 갔다 하며 대화를 하느라 더 어지러웠다.
그렇게 150분간의 기막히고 웃픈 드라마 한 편을 보았다. 누군가는 그랬다. 희극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고...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확실하게 장악을 했다면 어쩌면 성공했을지도 모르겠고 그러면 우린 또 그 45년 전의 암흑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겠지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쉽게 뒤집힐(결과적으론) 일을 저질러 놓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궁지에 몰리고 내편은 점점 줄어든다지만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법률가라는
사람이 절차, 내용... 후속조치... 이런 걸 무시하고 일을 벌이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사실 그렇게 속 깊고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란 건 그동안 누누이 까발려져서 놀랍지도 않지만... 이런 극약
처방을 충동적으로 했을 리는 없는데 경제도 나락으로 만들고 국격도 땅에 처박고 무엇보다 국민들을 3류
국가 국민으로 전락시킨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나처럼 이렇게 궁금한 사람들은 저마다 추측을 해댄다.
음모론으로 들어가는 사람, 현실적인 판단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거밖에 없었을 거라는 사람... 야당지도자와 모종의 거래를 할 것이라는 사람,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고 야당이 탄핵열차를 가동하면 이번엔 군을 동원한 친위쿠데타를 일으킬 거라는... 아직도 이 여파는 끝나지 않았다. 또 무슨 획책을 부릴지...
그러다 오늘 점심시간에 대화를 하다 우리 일터 30대의 반응은... '진짜 북한이 쳐들어 온 줄 알았어요, 전쟁이 일어난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계엄선포를 한 거라고 생각했다는 그... 놀란 건 그네들이나 마찬가지인데... 계엄 시대의 경험이 없는 그들은 그래서 대통령이 했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분개보다는 그런 반응에 나는 더 놀랐다.
또 한 친구는 당장 아침에 출근은 제대로 해야 하나? 가 더 궁금했다고...
이제 정말 어찌 수습을 하느냐가 문제다.
저렇게 온 국민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 장본인과 그 수하들을 어찌할지...
이 사진이 화제다. 저 군인은 계엄군이 철수하며 가는 길, 뒤 돌아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이고 갔다고 한다. 저 한 명의 군인이 무슨 죄랴... 명령을 수행하는 한 병사일 뿐... 그런데 본인의 양심상 저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렇게 실천을 하니 다행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