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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02. 2023

[자두, 살구 이야기]

1화: 프롤로그- 유기견 자두, 살구와의 11년

작은 천사 백구 내게로 오다

2012년 가을 살구, 자두가 왔다. 

2011년, 그간 살던 아파트에서 마당이 있는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슨 바람이 든 건지 작은 마당이라도 흙이 있고 풀들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자 망설임도 없이 부동산을 드나들며 단독주택을 알아보고- 당시 내가 살던 신도시에는 

택지지구에 단독주택들이 있었다-그중 연결이 된 한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파트를 나오긴 했지만 살던 아파트를 팔고 단독주택을 사서 들어간 건 아니고 일단 살아보고 결정하자... 

였고 그게 2012년 5월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집에서 개도 키우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런 마당 있는 집에 이사를 가자는 건 사실 그게 가장 큰 이유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유기견 보호센터와 연결이 되었고 안락사 직전의 아이 하나가 내게로 오게 되었다.

 '살구'... 하얀 백구로 5개월쯤 되어 보이는 어린 강아지였는데 이 아이는 상태가 좋아 보이는 게 오랜 시간 길에서 살았던 것 같지는 않고 보호소에서 잘 지낸 것 같았다.  2012년 초 가을쯤....

2012년 9월 말.... 마당에서의 살구

살구는 오자마자 사람을 잘 따르고 하얗고 포동포동한 게 그야말로 귀여움 그 자체였다. 사실 개를 키워본 게 어렸을 때 부모님이 키울 때 나는 그저 이뻐만 하고 내가 한 아이의 보호자로 책임을 가지고 키워보지 않았다가 40여 년이 지나고 내가 책임을 가지고 보호자가 되어 개와 함께 살아보는 게 처음이라 그저 이쁘고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사실 준비도 없이 그저 밥만 잘 주고 이뻐만 해 주면 되는 줄 았았다.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많은 책임과 마음씀이 필요한지 몰랐었다.

어쨌든 이 어린 백구는 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다른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2주가 지났을 무렵

다시 임보(임시보호자)에게 연락이 왔다. 또 며칠 후에 안락사가 될 어린아이가 있다고....


2012년 10월 중순... 자두가 왔다.

그렇게 또 준비 없이 또 한 아이가 들어왔고 이 아이가 '자두'다. 자두는 살구와 달리 사람을 잘 따르지 않고 무서워하는 것 같고 건강상태도 나빠 보이는 게 아마도 학대받은 아이가 아니었나 싶었다. 이 아이는 건강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한 2주가 지나면서 눈치 보지 않고 밥도 잘 먹고 내게도 잘 오고 슬슬 활발해지며 살구와도 잘 지내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말라서 등뼈가 다 보일 때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니 뽀얗게 변하며 이뻐지며 본색(?)을 드러내 살구도 서열상 아래로 만들며 건강하게  적응을 했다.

두 아이가 말썽을 피울 즈음 펜스를 만들어 넣어 두었다.

이렇게 해서 2012년 가을 두 아이가 내게 왔고 이 천사 아이들은 개춘기를 거치며 악마가 되기도 하고 폭풍 성장을 하며 멋지고 늠름한 진돗개(믹스)가 되어갔다. 마침 이 집은 이 애들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었는데 이 겨울을 실내에서 보내고 봄에는 아이들이 1살쯤 되므로 밖에서 키울 예정이었다.

그렇게 실내에서 사는 동안 애들이 폭풍 성장을 하는 시기... 먹어도 먹어도 끝도 없이 식탐을 내고(특히 자두는 살구 것까지 뺏어 먹고 폭군 노릇을 했다) 매일 자라는 게 눈으로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매일 말썽을 부려 이갈이를 할 때쯤엔 나무로 된 건 뭐든지 갉아 대고 심지어 알루미늄 새시까지 물어뜯었다. 계단이며 가구 다리등은 남아나지 않았고 아직 배변 훈련을 못해 아무 곳이나 똥오줌을 싸댔다. 매일 치우고 매일 먹이고 매일 따라다니며 말려야 했다. 그래도 이뻤다.


훈련사를 보며 집중하여 얌전히 앉아 있는 애들...

결국 TV에 나오는 유명한 동물행동교정사를 초빙하여 기본 훈련을 하기로 했다. 일단 사람에 대한 복종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배변 훈련과 함께 기본 사회화를 시켜야 했다. 

정말 신기한 건 훈련사가 있는 동안은 너무나 잘 따르고 말도 잘 듣고 하더니 똑 같이 배우고 내가 할 땐 이 애들이 따르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얘네들도 아나 보았다. 전문가와 아닌 사람이란 걸...

암튼 그 후 배변 훈련이 이루어졌고 산책하며 밖에서 만날 수 있는 타인, 타 동물, 자동차들에 대해 사회화를 시켰다. 물론 겨울이라 밖에 나가는 게 쉽지 않았고 춥지 않은 날에만 시험 삼아 나갔고 날이 풀린 봄이 되어 본격적으로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 자두는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지 커다란 차만 보면 짖으며 달려들어 애를 먹었다( 그 버릇은 지금까지 이어져 나가서 큰 트럭만 보면 달려들려 한다).  승용차에는 반응하지 않았으나 대형차(특히 큰 트럭)에는 어김없이 달려들어 단단히 끈을 잡고 있어야 했다. 이렇게 동네 골목과 공원과 큰길에 나가 밖의 세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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