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 불러온 파국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5.1.11. 국립극장(스포 있음)
거의 10여 년 만의 연극 관람이었다.
그날 관람은 내 연극 관람을 막는 트라우마 같은 흑역사를 극복(?)하고 찾아간 날이었다.
공수처의 활약을 기대하며... 오랜만에 연극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품은 미국의 한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에릭 무어'의 아들 '지미 무어'가 이웃집 소녀 '에이미'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에릭 무어는 외견상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어느 날 이웃 소녀 에이미가 실종되고 그의 아들
지미가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가정 내 불신과 의심이 시작된다.
에릭 무어가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가족 간 숨겨진 비밀과 감정의 균열이 드러나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데 평범했던 가족이 서로의 의심으로 인해 파멸로 치닫는 심리극 같기도 하고 원작이
미국 추리소설작가 '토마스 쿡'의 동명소설을 토대로 했기에 추리극 같기도 했다.
이들 서로에게 피어오르는 의심과 내면의 균열은 단지 사춘기 아들의 문제뿐 아니라 부부간의 문제까지 수면 위로 나오고 급기야 저 밑 심연에 있던 가족사까지 드러나며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실종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주인공 '에릭무어'역은 배우 김강우(내가 갔던 날)가 나왔고 용의자로 지목되어 집안에 평지풍파를 몰고 온 사춘기 아들 '지미 무어'역은 배우 이유진(내가 갔던 날)이었으며 원작은 위 말했듯 동명의 추리소설을 각색했다. 일단 구성이 탄탄하여, 치밀한 짜임새가 앞으로의 전개가 어찌 될지 모르면서도 불안한 심리 묘사와 복선이 드러나지 않은 채 흘러가니 관객은 예측할 수 없음은 물론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욱 몰입감이 드는 한 편의 추리+심리극을 본 것 같았다. 이는 마치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불안, 의심,
죄책감과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복잡한 본질을 탐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극의 특징을 보자면 심리 스릴러 쪽 장르로 단순한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면밀히 묘사하며,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고 또한 극적인 반전이 나와 관객들은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충격을 경험하게 되는데 메시지는 아마도 가족관계에서의 책임과 신뢰 그리고 의심이
가져오는 파괴적 결과를 보여주며 현대사회의 파편화된 인간관계를 조명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만 사건중심 전개로 본격적인 추리극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지루 했을 것도 같은데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관계, 그 변화등이 길게 진행되니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극을 보고 나오니 내내 드는 생각은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심과 오해가 가족이라는 관계를
어떻게 시험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10여 년 만의 연극 관람은... 그때의 트라우마는...
오래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하는 연극 공연의 초대장을 받은 지인이 나를 초청해 지인들 몇몇이 갔는데 하필 무대 맨 앞자리였다. 무대 앞에서 고개를 약간 뒤로 젖혀야 했던 것 같은데(확실한 기억이 아니나)
문제는 잠이 들었던 것이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잠이 드니 입은 헤~ 벌려졌을 거고... 게다가 코까지 골았던 모양이라... 같이 간 지인이 황급히 나를 깨웠는데 이 얼마나 황당하고 무례한 행위란 말인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맨 앞자리에서 입을 벌리고 잠이 든 관객을 보고 연기하자니 얼마나 화가 났을까... 게다가 코까지 골며... 너무나 창피했고 배우와 눈이 마주칠까 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며 전전긍긍하며 끝날 때까지 너무나 힘들게 있었던... 악몽이 있었다.
연극의 제목도 생각 안 나고 내용도 기억이 없다. 창피하고 죽을 것 같은 심정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 후 연극은 전혀 갈 생각을 못했고 다른 장르도 맨 앞줄이거나 앞보다는 대개는 초대권이 아닌 한
2층 맨 앞줄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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