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오케스트라의 큰 울림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2024년 11월 30일 세종문회회관 체임버 홀
오랜만의 세종문화회관 체임버 홀에서의 공연관람이었다.
진눈깨비가 날리는 저녁 세종문화회관은 조경 불빛과 흐린 하늘이 묘하게 어울렸다.
사실 기타는 독주악기라는, 대개는 노래의 반주용 악기라는 선입견이 드는 악기로 이게 오케스트라로 편성되어 공연을 한다는 것도 신기했고 이번 공연은 솔로, 듀오, 앙상블에 오케스트라까지 구성이 다양한 공연이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동 그 자체였다. 기타라는 단일 악기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 연주... 정말 그 감동은 무어라 형언할 수가 없다. 체임버 홀은 만원이었고 기타 협회 정기연주인만큼 단골 관객들도 많은가 보았다. 협회장의 인사말과 함께 단골 관객들도 함께 환호~로 시작....
시작은 솔로연주였다. 조용하고 격정적이지 않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빨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의 곡들이었고 시작인 만큼 분위기를 잡는 곡으로 편성이 된 것 같았다.
두 번째 연주는 듀오로 중국 기타리스트였는데 익히 잘 아는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고 너무나 멋진 공연이라 객석에서 환호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실 연주 사이 박수가 나오면 좀 당황해하기도 하는데 이 연주자들은 아주 능숙하게 잘 넘어갔다. 순서는 특이하게도 가을,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이었다.
그리고 앙상블 공연으로 기타 협회 임원들의 연주였는데 유일하게 이번 공연에서 한국작곡가의 곡으로 첫째 곡은 나희덕 시인의 시를 모티브로 창작된 곡으로 "들리지 않는 노래"였고 김현옥이란 분이 작곡했으며 역시 이 작곡가가 재해석한 "강강술래"가 두 번째 곡이었는데 이곡이 연주된 후 객석에선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 곡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 민요를 기타 앙상블로 듣는 또 다른 매력... 14명의 연주자와 기타 협회 협회장의 지휘로 연주되었다.
그리고 INTERMISSION...
2부는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기타 오케스트라 공연이다.
사실 기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너무나 궁금했고 다른 악기의 협연이 아닌 오케스트라 자체가 기타로만 구성된 연주라니... 말이다. 리여석 기타 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지휘를 리여석이 해야 했으나 연로하신 이분이 갑자기 허리를 다쳐 장시간 서서 지휘를 할 수 없어 급하게 일본기타 협회 지휘자를 모셔와 연주를 했다.
팸플랫에 나오지 않은 분이다. 다행히도 일단 우리가 익히 아는 곡들이 나오니 더 집중이 되었고 첫곡이 '케텔비'의 '페르시아의 시장에서'였는데 이곡은 내가 중학교 때 교내 합창대회 때 우리 반 곡이었다. 그런데 예선에서 탈락~ 더욱이 음악선생님이 우리 반 담임이었음에도... 물경 50여 년 전이었다.
두 번째 곡은 '주뻬'의 '경기병 서곡'... 내겐 이곡이 압권이었다. 수십대의 기타가 내는 소리로 이 경기병서곡을 듣는데 마치 고급오디오의 서라운드처럼 베이스기타의 소리가 나다가 알토기타들이 들어오고... 소리에도 그러데이션이 있다면 그렇게 옮겨가고 콘트라베이스 기타가 받고... 정말 수십대의 각기 다른 기타들이 내는 소리란... 귀가 갑자기 확 열리는 것 같고 일시에 머리털이 쭉쭉 솟는 것 같기도 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기타가 이렇게 나를 떨리게 하다니... 세 번째 곡 역시 잘 알고 있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고 이곡은 왈츠곡으로 경쾌하게 연주되니 어깨가 들썩이게 했는데... 이렇게 세곡을 일본 기타 협회 지휘자가 하고 마지막 휘날레는 리여석이 나와 지휘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휠체어를 타고 나와 앉아서 지휘를 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이다. 이 곡은 휘날레 곡으로 정말 잘 어울리는 곡으로 그 합창 부분의 대합창의 소름 돋는 것 같은 느낌이 기타로만 표현이 되는데도 정말 그 느낌이 살아나는 것이다. 오묘하게도 말이다. 그리고 앙코르곡으로 휠체어를 탄 지휘자를 감안하여 열화 같은 성원이 있었으나 1곡만 연주가 되었다.
이렇게 100분간의 공연이 끝났다. 나는 처음으로 기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었음에도 그 감동이 남아 쉽게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그 감동의 여운으로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 싶어서였고 아직도 귓가에 기타 선율이 오른쪽, 왼쪽귓가에 서로 스치듯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 협회의 공연이 65회째가 이어가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나도 다음번 공연을 벌써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기타 오케스트라의 구성은 비올족 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를 바탕으로 하는 일반 오케스타라의 편성과 매우 유사하다. 알토와 베이스 기타의 편성을 기본으로 하고 쳄발로기타를 더하여 기타 오케스트라의 음빛깔을 좀 더 화려하게 빛내주기도 하고 여기에 더하여 곡에 따라서 좀 더 높은 음역의 소프라노 혹은 소프라니노기타가 들어가기도 하고 가끔 타악기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번 공연의 퍼커션은 1인으로 이분이 제일 바쁘게(?) 연주를 했는데 타악기 주자들이 그러하듯 여러 종류의 악기를 혼자 연주함과 동시에 곡 중간중간 관악기류(피리종류, 호각종류 등 작고 신기한 여러 가지 악기들이 나온다)의 여러 가지 악기를 불기도 했는데 정말 바쁘게 이것저것 잡았다 불고 놓고 다른 것 잡고 치고 놓고 또 다른 것 불고... 하여간 이분이 제일 바쁘고 힘들게 연주를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제일 신나 보였다.
이번 공연에서 안 것은 기타에도 그 종류가 여러 가지 나는 것... 현악기 종류처럼(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등...) 기타에서도 그 역할을 하는 기타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소리가 다 다르고 그 어울림이 내는 소리는 정말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어울려내는 소리 못지않게 단일 악기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가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하고 섬세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감동받았다.
원래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하는데 이 기타가 각각 음역대가 다른 여러 가지 종류 수십대가 한꺼번에 내는 소리... 그게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절묘한 화음으로 색이 다른 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감히 말하지만 올해 본 공연 중 가장 감동이 있는 연주였다.
기타 오케스트라에 편성된 기타들
- 알토기타 : 바이올린과 같이 주선율과 그 화음 등을 주로 연주
- 프라임기타 : 비올라와 같이 일반적인 코드 진행을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 베이스기타 : 첼로가 맡고 있는 음역을 연주한다.
- 콘트라베이스기타와 기타론 : 콘트라베이스와 같이 음악을 감싸 않는 역할을 한다.
- 이상 기타 자료 중에서
이 글은 지난 11월 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공연을 다녀와서 12월 초에 쓴 글인데
그냥 서랍에 넣고 있었습니다.
요즘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현실의 상황이 나를 가만 두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무슨 투사가 되어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몸이 빈둥대면서도 무얼 써야 할지 몰라 그렇게
집에서 멀뚱멀뚱 있었습니다
한때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