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과 중고 책의 사연들
나는 책을 사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 읽기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물욕에 어두워서 그냥 책을 좋아하는 거다.
어쨌든...
그건 아마도 문화적 허영심과 지적 열등감 때문에 책으로 보상받으려는 일종의 보상심리인지...
하여간 그렇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찾아내면 반드시 그걸 사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생기며
그걸 꼭 소유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된다.
그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찾아낸 책은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가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사기 시작했다.
한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는데 소유에 대한 기쁨(?)을 못 느끼게 되니
빌리는 책은 내 것이 아닌 욕망이었다.
그러니 성에 차지 않았다.
그렇게 책욕심은 커만 갔고 물욕에 눈이 먼 나는 그렇게 책을 사모았다.
그러다 보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했겠지만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읽었느냐 일 텐데...
그중 따져보니 완독은 20% 정도 되는 것 같고
20%쯤은 앞부분을 읽다 말거나 필요한 챕터를 보면 덮어버리고... 그랬던 것 같았다.
절반 이상이 읽지도 않고 쌓여가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꼭 새책을 사야 할 것이 아니라면 중고 책을 사자였다.
마침 알라딘에서 중고책서점이 영업 중이기도 하고...
또 사고 싶은 책이 절판되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땐
이 중고 서점에서 검색해 보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산 중고책이 배송되어 오면 소위 말하는 떨리는 마음으로 언박싱을 하고
책 표지를 넘기다 보면 심심치 않게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누군가에게 선물하며
표지 바로 다음 장에 한 마디씩 적어 놓은 걸 보게 된다.
어찌 보면 저자의 사인이 있는 책이니 영광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씁쓸하다는 건 그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쓰고 그걸 지인에게 선물한 것을
그 책을 받은 사람이 하필 중고책으로 시중에 내놓았기 때문인데
저자는 그걸 알까...
심지어 어떤 저자는 모 판사에게 증정하며
'아무개 판사님.... 어쩌고 저쩌고... 하며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는
친필 사연까지 적혀있는 걸 보았는데
설마 판사님께서 생활이 곤궁하여 중고책으로 내놨는지는 모르겠으나 묘한 기분이 든다.
또 어쩐 저자는 정말 사랑이 담긴 문장으로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있는
그걸 받은 사람은 어쩐 일인지 중고시장에 내놨다.
각자의 사정이야 있겠지만 저자의 땀과 눈물이 담겼을 책이
그것도 '***님 혜존...'이란 존칭으로 저자의 친필과 함께 보내진 책들이 중고책으로 나온다.
개중에는 정말 생활이 어려워 책 몇 권이라도 중고시장에 내놓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그렇게까지 급박한 상황에 접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나 같으면 그 저자의 노고와 관계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렇게 못할 것 같다.
혹은... 이런 경우일 수도 있겠다.
원수 같은 놈이 책나부랭이 하나 썼다고 내게 자랑질하듯 보내온... 그런 경우라서 그럴까?
그래서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중고품으로 내놓은 걸까?
별별 상상을 다 해본다.
나의 경우 직장생활을 30년 넘게 하다 은퇴하고 내 방에서 짐을 뺄 때
선. 후배동료들이 보내온 논문이 박스로 하나쯤이 나왔다.
고민이 되었지만 다른 건 다 버리면서도 그 논문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에겐 별게 아니지만 그 사람은 그걸 쓰기 위해 오랜 시간 밤잠을 못 자고 쓴
고뇌의 산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당사자는 내게 줄 때 '냄비받침으로 쓰시면 아주 유용합니다...'라고 멋쩍게 주었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그 박스가 걸리적거리고 보관하자니 내겐 쓸모도 없는 것들이라 매번 고민이다.
하지만 아직도 못 버리고 있다.
다른 책들은 주로 이사 때 또는 간혹 솎아내듯 책을 버리곤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남들이 책을 내게 주면 그걸 버리지 못하는데
간혹 중고책을 사다 보면 그렇게 저자의 친필 사인과 함께 사연이 있는 책이 내게 올 때...
그걸 볼 때면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 이러저러 문구를 쓰던 저자의 심정과
그때 이 책을 받은 이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궁금함에 내 심정까지 더해져
묘한 감상에 빠지곤 한다.
그런들 저런들 나는 오늘도 책궁리에 빠진다.
검색해 놓고 장바구니 담아 놓은 책들 중 또 얼마나 사야 하나... 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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