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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억의 소환

갈라파고스에서-1

by James 아저씨

이 글들은 여행에서 또는 일상에서 겪은 일들 중 조금 황당하고

조금은 어이없는... 또는 흐뭇했던 기억들을 되살리는 글들이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다 추억이다~~라고 하지만

당시는 꽤 어이없어하고 기분 나빴던, 달콤하고 행복했던 짧은 순간의

일들을 하나씩 소환하는 글들이다.

좌) 갈라파고스 제도 주요 섬들 우) 다윈 박물관의 흉상

평생 남들은 한 번도 가기 어려운 갈라파고스 제도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참 운이 좋았다. 처음 방문은 2014년으로 내가 2013년부터 파견되어 나가기 시작한 남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에쿠아도르 출장을 다니기 시작할 때 두 번째 해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내 휴가를 붙여서 이곳에 가게 되었다. 이곳은 천연동식물의

보고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진화론의 저자인 다윈이 이곳에서 진화론을 완성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으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짧은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2013년 시작한 에쿠아도르의 출장은 대개 1주일(6박 8일) 정도였고 봄(5월)과 겨울(12월)에 두 번의 출장이 이어졌다. 그렇게 첫해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고 이듬해 2014년 방문 때 남미라는 곳이 우리나라와는 지구

반대편으로 거길 가기도 힘든데 그곳에 있는 갈라파고스는 따로 내가 작정을 하고 가기도 어려운 곳이니 출장 끝내고 돌아올 때 들러보기로 한 것이었다. 에쿠아도르에서 귀국하는 날 나는 에쿠아도르 과야킬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갈라파고스 산크리스토발 섬으로 들어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 섬에 들어간 날... 하필 무슨 행사가 열리고 있었는데 이 섬은 세계 천연동식물의 보고로 이곳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는 화석연료사용을 줄이자고 해서 이 섬에 태양열 발전소를 만들었는데 그걸 대한민국에서 만들어 주어 이날이 태양열

발전소 개소식을 하는 날이었다. 하필... 그러다 보니 자칫 하면 뜻하지 않게 대한민국 관계자로 오인할 것도 같아... 조심(?) 하기도 했는데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었다. 곳곳에 태극기가 걸려있고... 한국사람으로 뿌듯한 느낌도 들고... 출장 시 같이 간 대표와 과야킬 현지에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교민분... 이렇게 셋이 갔었다.


우선 출발 전 현지 여행사에 예약을 하고 숙소와 섬에서의 일주 및 해양 activity 등을 예약했다.

교통편은 남미의 LANTAM항공이 매일 에쿠아도르 최대도시인 '과야킬'과 수도 '키토'에서 출발한다. 이 섬에

가려면 일단 입도비를 내야 하고 거기다 비자비(?)도 내는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에쿠아도르에 비자 없이 갈 수 있으나 이 섬은 비자비를 따로 내야 한다. 이 섬은 이렇게 방문객에게 받는 세금도 꽤 되지 않을까 한다. 게다가 공항에서 선착장까지는 그곳의 마을버스 같은 버스를 타야 하는데 비용이 또 들고 배를 타고 내가

가야 할 섬으로 가야 하니 배값이 또 든다. 그곳 섬에서 내리면 택시를 타고 내가 정한 숙소를 가야 하니 또

택시비를 내야 한다. 어쨌든 이곳까지 왔으니 이동이나 그에 필요한 경비는 필수다. 그러나 교통비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훨씬 싸다. 말도 안 되게...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쿠아도르 영토로 약 1,000km 떨어진 곳에 19개의 화산섬과 많은 암초로 이루어진 군도이며 고유한 생태종이 많이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동식물들이 있다. 땅거북, 핀치새, 바다이구아나 같은 고유종 동물들이 그것이다. 이곳이 이렇게 특이하게 진화된 동물들이 있게 된 건 육지와 멀리 떨어져 육지 동물과 교배 없이 그 안에서만 진화가 이루어져 육지와는 다른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군도에 여러 섬마다 같은 종류의 새가 그 섬에서만 진화가 이루어져 같은 새들 간에도 차이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제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이 고유한 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물학, 식물학, 진화론 연구에서 중요한 곳이라 하고 실제 다윈은 이곳에서 진화론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다윈 박물관도 있다.

좌) 물개들과 해변산책 하는 나 우) 해안가 시설물을 점유하고 있는 물개들

이곳은 정말 동물들의 천국이다. 물개들이 해안가를 점령하고 있고 심지어 항구에 정박한 배에도 올라와 있고 마을 공원의 벤치는 물개의 벤치다. 길에도 물개들이 어슬렁 거리고 다니고 항구 생선가게엔 물개가 늘 와서 생선가게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먹으려 아장거리며 사람들 주위를 돌고 사람들은 그 물개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하고... 입큰 팰리컨들도 도처에서 먹을 걸 노리고 있는데 물개만큼 사람들에게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동네에선 물개는 그냥 동네 개처럼 여겨지는 듯한데... 현지인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나처럼

외지인, 관광객들만 사진을 찍고 신기해하고 있다. 다만 만지는 것은 안되며 가까이서 사진을 찍는 건 된다. 그러다 보니 물개들도 사람들을 천적처럼 여기질 않으니 사람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먹을 걸 기다리기도 하고 하루 종일 공원 벤치에서 낮잠을 자는 애 들도 있고 심지어 해변 모래사장에 누워있는데 물개들이

쓱 와서 누워있는 사람들 옆에 오면 사람들이 자릴 피하고 물러나 완전 물개들의 천국이었다.

좌) 동네 생선가게에서 기어코 생선 한조각 받아낸 물개 우) 동네 벤치는 물개가 차지하고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섬에 따라 동물들의 서식도 다른데 안타까운 건 이름을 잊었는데 슬픈 새가 있다... 외양은 오리만큼 크지만

너무나 이쁘고 앙증맞은 색을 하고 있는데 바다 위를 선회하다 물고기가 포착되면 공중에서 수직으로 직하강하여 물속 고기를 잡아채는데... 이런 방법으로 사냥을 하다 보니 머리(뇌)에 충격이 와서 결국 눈이 멀고

눈이 멀면 사냥을 못하니 눈이 안 보이면 이 새는 나뭇가지에 앉아 그냥 굶어 죽는다고 한다(현지인의 설명이 그렇다) 왜 그렇게 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물속으로 들어가 수영으로 잡는 방법으로 진화를 하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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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바다이구아나가 해변 모래사장을 어슬렁거리고 우) 생긴건 공룡의 후예같으나 온순하다

바다 이구아나들이 수백 마리가 떼로 해안가에 있는 걸 보면 소름이 끼치기도 하는데 그 크기가 악어 새끼

수준으로 보통의 이구아나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고 게다가 거의 바다 이구아나들은 새까만 색이라 더욱

무섭게 보이는데 이 애들은 사람을 물지 않는다 하고 먹이도 선인장이나 해조류, 이끼등을 갉아먹는다고

하니 사람들에겐 전혀 위협이 되는 애들이 아니다. 다만 너무 많은 애들이 해변을 뒤 덥고 있어 무서울 뿐...

100세 이상이신 분들... 좌측의 거북이는 200세 정도로 추정된다고...

또한 육지 거북은 몸이 육중해서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거대한 바위 같은 느낌도 드는데 나이가 200~300살쯤은 되는 애들 아니 분들(?)이란다. 이 거대한 분들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피하지도 않고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또한 남극에만 있는 줄 아는 펭귄도 이 섬에 서식을 하는데 이곳 펭귄은 크기는 좀 작아 보이는데 해안 바위에 무리로 앉아 있거나 쉬고 있는 게 보이며 역시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이곳 동물들은 인간들이 자기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로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외려 인간들 세계로 와서 같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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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어디서나 볼수 있는 펠리컨 중) 물개와 바다 이구아나 우)사람들에게 먹이를 받고 있는 물개

다만, 이 섬에 올 때 동남아의 멋진 휴양지를 상상하거나 그런 멋진 리조트, 호텔을 상상하고 오면 안 된다.

일단 지형이 화산섬지형이라 멋진 해안가나 야자수 늘어진 동남아의 해변과는 다르게 황량한 느낌이기도

하고 건기와 우기가 있어 건기 때는 건조하며 주변도 선인장류의 건조지대에서 사는 식물들만 있고 푸르른

녹음이 짙은 휴양지 해변과는 다르다. 이곳은 적도 밑에 있으면서도 동태평양의 찬 해류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차고 해양 activity때 찬 물에 놀라기도 한다. 날씨 또한 찬 해류의 영향으로 적도 밑이지만 동남아처럼

습하고 뜨거운 대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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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화산분화구의 모습 중)화산동굴 입구 우)반대편으로 나오는 동굴출구


안타까운 건 이 섬에 오는 관광객이 늘어가며 자연훼손도 늘어나고 무엇보다 인구가 증가가 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천연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인간이 들어올 때 같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쥐 피해가

크다고... 생태계 무법자로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개체수로 문제가 되고 그러다

보니 고양이를 들여왔고 이 고양이들은 또 생태계 상위에서 교란을 일으켜 현재는 고양이, 개들은 반입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길거리에는 개 대신 물개가... 어슬렁 거리고...


좀 창피했던 기억 하나...

해양 activity때... 보트를 타고 어떤 섬으로 가서 이 섬주위에서 스노클링을 하던지 수영을 하던지 하라고

내려주고 배는 떠났는데... 나는 수영에 자신이 있으니 수영으로 섬 주변을 돌겠다고 수영을 시작했는데 수영하다 바다 밑을 보니 물이 맑아 다 내려다 보이는데 그 깊이가 끝없이 깊은 느낌... 수십 미터는 돼 보이는 게... 갑자기 공포가 확 몰려와 당황이 되었다. 사실 물에선 절대 당황하면 안 되는데... 이미 바다 밑을 보니 공포가 몰려와 공황상태 같은 게 돼 가고... 무서워 수영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마침 어떤 서양 아빠가 커다란 튜브에 애들을 달고 서서히 수영을 하며 내게 다가오길래 염치 불고하고 한 손으로 튜브를 잡겠다고 하며 그 튜브를 잡고 왔다. 너무 무서웠다. 그 서양 아빠는 한 손으로 수영하며 한 손으로 애들의 튜브를

끌며 여유롭게 가고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수심 4~50m쯤 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 곳에 수영이든 스노클이든 하라고 풀어놓다니...(물론 해변 모래사장에서 몇 m쯤 되는 곳은 얕겠지만) 그렇게 해변에서 놀고 섬

주변을 탐색도 하고 왔다.


현지인에게 사기 친 기억도~~

저녁 전 해안가에 나가 바람을 쐬고 카페에서 커피라도 마시고 오자고 나갔다 해가 지니 어두워져 우리의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깜깜한데 무섭긴 하고... 물어볼 사람들도 없고... 그런데 저기 여학생 같아 보이는

10대 소녀들이 오길래 다가가 이러저러 호텔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왔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애들이 소릴 지르며 반가워한다. 의아해하는데 자기들은 'G드래곤' 팬이고... '권상우' 팬이란다.

사실 나는 그 둘 다 다 별 관심이 없어 잘 모르는데... 그냥 장난으로 권상우가 옆집이라고 했더니 애들이 소릴 지르고 손뼉 치고 그야말로 난리부르스.... 물어보니 권상우는 이 나라에서 방영한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알려졌다고... 그런데 이걸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영을 하는데 매번 시청률 1위란다.... 신기했다. 심지어 대사 몇 마디를 애들이 따라 하는 것이다. 난 알지도 못하는데... 그러면서 급 친해진 그 애들은 권상우가 잘생겼다느니... 하며 내게 계속 권상우 이야길 들려주길 원하는데 솔직히 아는 게 없으니 더 말할 것도 없어 후회를 했다. 이 애들에게 이런 사기를 친 것을... 물론 이 애들과의 대화는 같이 온 현지 교민분이 있어 가능했다. 아무튼 놀라웠다. 그리고 신기했다. 적도 아래 동 태평양 고도(孤島)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도 10대들은

우리 드라마와 우리 음악을 듣고 열광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깜짝쇼처럼 이곳 선착장 표 파는 할아버지는 날 보더니 정확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몇 마디

한국말을 해서 깜짝 놀랐는데 대체 이곳에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온다고 한국인사말을 할까... 또 내가 한국사람 이란 건 어찌 알았을까 궁금했다. 한국 KOICA단원들이 이곳에 왔다 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들에게 배운 게 아닐까 했지만 너무나 유창하고 정확한 발음이라 깜짝 놀랐다. 물론 한국 드라마도 방영된다고 하여 더

놀랐었다.


2017년 두 번째 갈라파고스 방문 때는 내가 데려간 일행이 생각지 못한 풍토병에 걸려 고생을 했다. <계속>


#갈라파고스 #에쿠아도르 #물개 #육지거북 #천연동식물 #다윈 #진화 #펠리컨 #바다이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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