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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억의 소환

갈라파고스에서-2

by James 아저씨

두 번째 갈라파고스 방문에서...

3년 후 2017년 출장 때는 직원 한 명을 더 데리고 갔다. 이 친구의 역할도 있고 해서...

그리고 역시 그 친구도 갈라파고스를 가고 싶다기에 이번엔 지난번 방문하지 않은 섬으로 들어갔다.

첫 방문은 산크리스토발 섬이었는데 이번엔 산타크루즈 섬이었다. 이번엔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에쿠아도르에 가기 전 갈라파고스를 들렀다 에쿠아도르로 가기로 했다. 물론 이번에도 휴가를 2박 내고 전체 일정 중 앞부분에 휴가를 쓴 것이었다. 전체 일정은 지난번과 동일하게 출장업무는 6박 8일이고 그 앞에 갈라파고스 여행이 2박 3일이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일정상, 비행기 표 사정상 그렇게 일정을 짰던 것 같다.

그러니 이번 여정은 인천공항->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에쿠아도르 키토 공항-> 과야킬 공항-> 갈라파고스공항 이런 여정이었고 도합 거의 서른 시간에 육박하는 비행시간이었다. 마지막 비행이니 지칠 대로 지쳐가는 이때... 에쿠아도르에 도착하여 과야킬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라파고스행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데 이날... 무슨 연윤지 기분 좋은 횡재를 했다. 일행 중 1명을 제외하고 나와 내가 데리고 간 직원의 좌석을 up grade 시켜 비즈니스석으로 올려준 것이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26시간의 장거리 비행으로 녹초가 되었는데 3시간가량의 비행이 비즈니스석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문제는 제외된 1명... 아... 이 사람은 어찌 이리도 운이 없는지... 사실 좌석승급의 기준은 완전 항공사 판단이라 뭐라 할 수도 없고 또 운이 따라야 하는 거라 그 일행에겐 너무 미안했지만 이런 소확행을 놓칠 수는 없었다. 국내선이라 비행시간도 2시간 30분~3시간가량이라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런 소소한 행복이 생기니 기분이 좋았다.

고깃배가 들어오면 어김없이 펠리칸이 나타난다. 생선 내장이나 부속물들을 얻어 먹기위해 모여든다.
선착장 주변 어디나 있는 이구아나(좌) 역시 해안가 주변에 있는 물개와 펠리칸

어쨌든 갈라파고스에 도착했고 우린 설레는 마음으로 입도 신청을 했고 무사히 우리는 공항밖으로 나왔다.

나는 몇 해 전 방문도 있고 하니 좀 잘난척하며 아는 체를 했다. 하지만 이번엔 현지 교민의 도움 없이 순전히 우리들끼리의 갈라파고스 방문이었다. 되지도 않는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현지 여행사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고 해양 activity도 예약했다. 숙소는 펜션 같은?... 그리고 마당엔 작은 수영장도 딸린 그런 곳이었다. 첫날은 잘난 척도 좀 하고 섬 일대를 다니며 뭐 우쭐대고... 그랬다.

사실 나는 여행체질이라 어떤 현지 음식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편이고 한데 딱 한 가지 못 먹는 게 '고수'였다. 더운 나라의 음식엔 대개 '고수'가 들어가는데 이곳도 '고수'가 들어간 음식들이 나오고 이곳 남미에 처음 왔을 때 현지 대사님이 초청을 해서 점심 만찬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남미 전통 음식이라는 '세비체'라는 걸 권하며 먹어보라 기에 먹었더니 이건 '고수'로 버무렸는데 생선회도 아니고 삭힌 것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의 날 생선살을 해초와 양파 등을 넣고 레몬즙에 버무린 음식인데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대사님 안 볼 때 슬쩍 뱉어낸 적이 있었다. 나는 그전부터 사실 '고수'가 들어간 음식은 못 먹었고 냄새도 못 맡았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들의 저녁 식사 때는 이 남미 전통 음식인 '세비체'를 초심자(?)에게 먹어보라 시켰고 그런데 같이 간 이 직원이 너무 맛있다며 또 시키고 또 시키고 해서 혼자 3 접시를 먹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먹었다. 그것도 세 접시나... 아무튼 맥주도 마시고 즐거운 저녁을 먹고 밤이 되었는데 그 친구가 속이 좋지

않다고 했고 별거 아니겠지 하고 다음날 해양 activity 때도 배를 타고 나가 다이버들의 천국이라 하는 곳에서 다이빙도 하고 스노클링으로 수심 5~10m쯤 구간을 헤엄치며 바닷속을 돌아다니고 현지인들만 아는 곳이라는 스폿에서 수영도 했다. 이곳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쳐진 천혜의 바닷속 수영장으로 그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곳인데... 외국인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내리는데 첨엔 구경만 하다 슬쩍 그 친구를 꼬드겨 올라가 보니 너무 높아서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그냥 눈 질끈 감고 뛰어내렸다. 그런데 외국인들도 다 하는데 뭘.... 대한 남아가 '까이꺼~뭐~'하며 용기를 내 또 한 번 뛰어내렸다. 해보니... 뭐 별거 아니네... 했지만 사실 두 번째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했다. 세 번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상어가 출몰하는 곳이라는데 다행히도 이곳 상어는 포악한 상어가 아니라 사람들을 무시하듯 신경도 쓰지 않는 그리 크지 않은 상어라 한다. 어쨌든 좋은 경험이었다.

바닷물이 들어온 병풍바위 계곡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이곳에서 다이빙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날 저녁, 숙소에 오니 그 친구가 열이 나고 속이 더 안 좋다고 한다. 컨디션이 꽝인데...

이 섬에서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가져간 해열제도 없고... 아침에 깨워 보니 이 친구 눈이 퀭한 게, 밤새 설사를 수 없이 했다는 것이다. 거의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큰일이었다. 이 상태로 에쿠아도르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고 어지간해서는 아프다는 내색도 않는 친구가 침대에서 못 일어나고 있으니 난감하고... 마지막날 프로그램은 없어 다행인데 그 친구에게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오후 비행기로 에쿠아도르로

왔다. 이 나라 최대 도시인 과야킬 호텔에 짐을 풀고 그 친구를 눕혀놓고 현지 의사가 호텔방으로 왕진을 와 주었다. 열이 높으니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수액으로 수분보충도 하고 열도 떨어뜨리자고 하고 수액을 놓고 나 더러는 두 시간마다 열을 재고 이 수액이 다 들어가면 또 한 병을 두고 갈 테니 갈아 끼우라고 한다.

얼떨결에 그러마 하고 나는 밤새 그 친구 병간호를 했다. 의사가 무얼 먹었느냐, 무얼 했느냐... 등등의 문진을 했는데 딱히 한건 둘째 날 해양 activty를 했고 첫날 저녁에 '세비체'를 3 접시나 먹었다고 하니 그 '세비체' 때문인 것 같다고 일종의 풍토병인데 이걸 평소 먹어온 이 현지 사람들은 괜찮지만 생소한 외국인들은 배탈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도 그 생선을 정말 삭힌 것도 아니고 회처럼 싱싱한 것도 아닌걸 레몬즙과 고수를 섞어 버무린 그 '세비체'가 문제일 것 같았다. 열이 39도인 그 친구가 녹초가 되어 숨소리만 내고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은근 걱정도 되었다. 상사인 내가 데려가서 현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찌할 것인가....

별의별 걱정이 다 되었다. 다행히도 해열제와 수액덕에 열은 조금씩 떨어지고 새벽이 되자 37도가 되었다.

대신 수없이 설사를 해대느라 화장실 출입은 계속했다. 심지어 내가 샤워 중에도 뛰어 들어와 설사를 했다.

그리고 수액 2병을 다 맞고 아침에서야 열이 떨어지고 설사 횟수도 줄었다. 그렇게 그날 하루는 그냥 시내

호텔에서 더 묶었다. 그 친구가 회복이 되니 안심이 되었고 그 친구는 자기 때문에 일정이 망가진 것에 대해 미안해했지만 나는 일단 회복된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을 현지 분들과 상의를 하고 그렇게 6박 8일의 일정을 마쳤다. 돌아올 때 북반구는 한 겨울이었고 우리는 한 여름에서 갑자기 암스테르담의 겨울밤을 즐기고 왔다.


그리고 이듬해...

같이 간 일행 중 협력자로 같이 간 사람이 있었는데 세상에... 이번엔 그분이 고산병에 걸려 또 컨디션이

난조가 되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에쿠아도르 수도 키토가 백두산 높이쯤 되는 해발 2,800~3,000m쯤 되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전혀 증세도 못 느끼고 이 정도 높이에서 고산증세를 느낀다는 게 너무 이해가

되었지만 그분은 머리가 아프다 하고 어지럽고... 고산증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스위스의 알프스 3,500m에서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호텔 프런트에 이야기를 하니 평소엔 고산증에

쓰는 산소통이 있는데 하필 다 떨어졌다고... 아마도 이 정도에서도 고산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긴 한가 보았다. 대신 단 1m라도 내려 달라고 했더니 11층의 방을 4층으로 옮겨주었다. 그분 때문에... 그리고 밖에 나가 약국에서 고산증 약을 사 먹었다. 3,000m도 안 되는 곳에서 고산증을 느낀다니... 정말 희한했다. 해서 마지막 날 오전 방문하기로 한 해발 6,000m 급 산에 가는 건 포기했다. 거의 중턱이상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고 그곳에서 거의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는데... 등산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3,000m도 안 되는

곳에서 고산증이 나타났는데 6,000m에선 위험할 수도 있다니... 나는 정말 가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포기... 사람들이 그런다. 나는 현지 음식도 잘 먹고(고수만 빼고) 고산증도 안 느끼고... 완전 여행체질인 것 같다고... 아프리카에서도 남미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도 동남아에서도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돌아다녔다. 다만 '고수 공포증'은 극복을 못하고 나라에 따라 '고수'가 들어 있는 음식을 피하느라 애를 먹는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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