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 춤 배우기 도전과 실패
춤... 하면 일명 고고장에서 추던 막춤과 7~80년대 그때 유행하던 디스코와 그때 그 춤의 명칭은 모르겠는데 고고장에 가면 대충 대열을 맞춰 어떤 리더를 따라 하던 춤도 있었는데... 그때 고고장에서의 디스코나 막춤은 그냥 젊음의 몸부림이었지 그걸 따로 배운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지금 고백하자면 고3 때 친구의 옷을 빌려 입고 가발을 쓰고 청계천 3가 있는 센트럴 호텔 나이트 '피갈스'라는 고고장엘 간 적이 있었다.
그 디스코장이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 한때 명동에도 이름은 잊었지만 디스코장이 있었다. 그땐 이 일탈이 내게 가장 큰 일탈이었고 너무 스릴 있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외려 성인이 되고 합법적으로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땐 디스코장이나 춤추러 가는 곳에 대해 심드렁했고 누군가 가자하면 술에 취했을 땐 가지만 맨 정신에는 가지 않는, 아무튼 춤은 내게 별로인 장르였다. 당시 춤보다는 모두 대개는 헌팅이 목적이었고 그렇게 하루 즐기자는 일탈이었다.
나는 관심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가 분명했다. 관심 없는 건 철저하게 관심이 없었고 관심 가는 건 버킷
리스트에 넣었다. 하지만 실제 그걸 실행에 옮긴 건 사실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이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그 호불호가 극명하여 나는 내가 관심 없는 영역은 그야말로 나는
완전 꽝이다. 춤이 그런 영역이었다. 춤을 배우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장르였다.
80년대, 풍물과 탈춤이 한창일 때 풍물과 탈춤은 배운 적이 있었고 잠깐이지만 심취도 했었다.
그 외... 춤은 나와는 관심이 없는 분야였다.
그 후 나의 춤 도전기... 이자 흑역사... 는
은퇴 전 직장에서였다. 15년도 더 된? 아무튼 그때... 갑자기 우리 회사 보스께서 나를 부른다는 비서실에서 연락이 와 업무 중 헐레벌떡 올라갔더니 갑자기 나더러 '팀장님... 우리 회사에 댄스 동호회 하나 만드시죠'라며 말은 건의 지만 지시나 다름없는 말을 하는 것이다. 뜬금없고... 너무 기가 막혔다.
6,800여 명 직원 중 하필 나를? 왜? 내가 춤스럽게 생겼나? 이건 또 뭔 상황이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뒤엉켜가는 기분인데... 자기가 '탱고'를 배우고 싶은데 우리 회사에 '탱고' 동호회 좀 만들면 자연스럽게 '탱고'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동호회를 만들자는 거였다. 오메... 환장할~~ 춤에 관심 있고 잘 추는 젊은 직원을 발굴해 내지 왜... 이 중년 아저씨인 나를...? 했더니 젊은 애들 춤은 관심 없고 중후한 사람들이 춰야 할 것 같은 '탱고'를 배우고 싶은데 내가 떠 올랐다니... 기가 막혔다. 게다가 '탱고'가 중후한 사람이 추는 춤? 그땐 '탱고'가 어떤 춤인지 몰라 궁금하긴 했었다. 하지만.... 난 춤의 'ㅊ'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아무튼 건의를 빙자한 지시로 급조한 '탱고' 동호회를 만들었다. 일단 사내 회칙상 동호회를 만들려면 발기인이 있어야 했고 구성요건에 최소인원이 필요했고 동호회장 및 총무 기타... 뭐 이런 걸 만들어 회사에 신청을
하면 회사에 정식 동호회로 등록이 되기에 알고 있는 팀장들 몇몇에 일반 직원을 넣어 발기인 만들고 어쩌고 하여... 급조된 동호회가 만들어졌고 강사는 보스께서 직접 구해오셨다. 강남에 있는 탱고바에서 구경(?)도
하고 클럽에도 가보고 위의 사진이 그때 강남에 있던 탱고바에서 사진을 찍은 건데 실제 춤 장면이 아니라
홍보사진을 위한 포즈를 취한 사진이다. 그렇게 강남에서 강습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시작을 하니 보스
자신이 바빠서 빠지는 일이 많았고 그러니 우리끼리(사실 다들 내가 강권해서 들어온 터라...)도 열의가 없고 하니 1달 만에 흐지부지 되고 두 달째 드디어 해체(?) 아닌 해체를 하고 말았다. 나부터도 대체 '탱고'라는
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1도 없었고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억지 동호회 회장이 되어
시작한 것이어서 이 동호회는 해체 아닌 해체로(그냥 유명무실한 활동 없는 동호회가 된) 춤을 추지 않게
되자 나는 너무 신이 났다. 매번 그 강습날짜만 되면 스트레스였고 회장이니 빠질 수도 없고... 남들 챙겨서
모임날 만나야 하고 보스는 처음엔 열심이더니 워낙 바쁜 일정 때문에 자리에 없는 날이 더 많다 보니 하찮은(?) 춤 따위에 매번 참석이 안되고 하더니 결국 2달째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러니 내가 이 춤에 빠졌다거나 여기서 인생의 새로운 낙(?)을 발견했다거나 소위 춤에 눈을 떴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재미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내 몸이 이렇게 뻣뻣하고 둔하다는 걸 오히려 확인했다는 것이다.
내 평생 '탱고'를 배우게 될 줄 꿈에도 몰랐고 지금 기억에 '탱고' 동작은 끈끈하고 심하게 관능적인 춤이란 것 밖에 없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면 좋은 경험일까?
나는 춤엔 관심이 없었지만 어느 때부턴가 유독 탭댄스에는 관심이 갔다. 오래된 영화 중 유명한 탭댄스가 나오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비 오는 거리에서 물방울 튀기며 춤을 추던 영상이 오래도록 남았고 한국영화로는 '스윙키즈'에서 도경수가 현란한 발동작을 하던 그 영화가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마음은 그랬지만 시도는 못하며... 그렇게 나이가 들어 중년을 넘어 은퇴를 앞둔 어느 날, 예전부터 배우고 싶던 탭댄스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커져와 결국 검색을 해서 내가 살고 있던 곳에서 학원이 있는지 찾아봤다.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탭댄스 학원을 찾아냈다. 퇴근 후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드디어 탭댄스를 배우게 되었고 내 취미란에 '탭댄스'라고 쓸 수 있는걸 꿈꾸며 강습소에 다니며 신이 났다. 하지만 그 신남은 얼마가지 못했다. 내가 철저히 몸치에 박치라는 걸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탭댄스에는 필요한 건 딱히 없었지만 신발(구두)은 꼭 필요했다. 이게 현란한 발동작에서 나오는 그 경쾌한 소리가 나와야 하는지라 탭댄스용 구두를 신어야 하는 거였다. 일단 내가 탭댄스를 배우겠다는데 그깟 구두가 문제랴.... 연습용은 얼마 비싸지도 않았다. 그렇게 1달을 했다. 기본동작만... 보통은 기본 동작은 1주일에서 2주일 걸린다는데 나는 1달이 되었다. 문제는 그래도 나는 기본동작 조차 되지 않았는데... 처음엔 내가 좀 느리게 습득하는 형이라... 그런가? 했다. 소위말하는 '슬로 스타터....?' 가 아니라는 확신이 점점 들었다.
2달이 되어가는데도 나는 기본 동작조차 되지 않는 거였다. 짧은 반주에 맞춰 몇 가지 동작이 반복되는 초보자코스에서도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답답한데 강사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었다.
그래도 강사는 최대한 나를 추켜세우며 격려를 해줬다. 그렇게 3개월이 돼 가고 첫 회식을 했다. 나는 심각하게 강사에게 물었다. 기본동작만 3개월 하는 사람이 또 있었나요? 그렀더니 그 강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 없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전 강습시간에는 나를 그렇게 격려해 주며 '이거 사람들이 다 그래요... 어려워해요...'라며 그렇게 나를 끌어올리려 갖은 멘트를 다 하더니... 술 몇 잔에 진심이 터져버린 것처럼 단칼에 "없었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4개월째... 나는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같이 시작한 사람들은 곡에 쉬운 동작으로 구성된 춤은 제법 하며 강사와 합이 이뤄져 가는데... 나는 발동작을 못 따라가고 혼자 딴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심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찌 이리 못하는지... 역시 젊은 사람들, 학생들은 금방 따라 하고 학생의 경우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강사와 듀엣 춤까지 해냈다. 나와 같은 중년의 커플과 또 어떤 중년여인... 또 어떤 60대쯤 돼 보이는 신사분... 모두 3개월쯤 되자 곡이 나오면 다 같이 동작이 맞춰져 그야말로 탭댄스 다운 동작이 나왔다. 나만...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4개월까지 다니다 그만두었다. 그렇게 내 춤 도전은 끝이 났다. 도대체 왜 동작이 안 따라주는 건지... 발 동작 신경 쓰다 보면 상체는 따로 놀고 박자를 놓치고... 상체와 하체는 따로 놀며 발동작은 박자가 안 맞았다. '나는 지진아, 바보, 멍청이...' 갖은 욕을 스스로 해댔다. 뭔가 억울했지만 내 탓이었고 분했지만 그 대상이 또 나였다.
이렇게 내 인생에 춤 도전은 끝이 났고 전리품? 패잔병에게 남은 건 탭댄스용 구두 한 켤레가 다였다.
#춤 #탱고 #탭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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