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지만 웃기는 기억...
쫌 오래전의 일이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는 길가에 작은 빵집이 하나 있었다. 아주 작은 빵집인데 직접 빵을 구워 파는 작은 빵집으로 그러다 보니 매장보다 안의 빵 굽는 곳이 더 큰 구조로 되어 있다. 하여간 빵돌이인 나는 그 집 빵이 다른 집보다 싸고(현저히) 맛있다 보니 오매가매 들러서 빵을 사곤 했다. 다만 빵집 앞에 차를 세우고 사야 하는데 그곳은 주차 금지 구역이라 딱지를 뗄 위험이 상당히 많아 그야말로 빵만 사면 후다닥 나와 차를 빼야 하는 곳이다. 그날도 그랬다. 차를 길가에 대고 후다닥 들어가 빵을 사서 나와 앞뒤 볼 것 없이 잽싸게 차를 빼려 문을 열고 앉는 순간... 영화 한 장면처럼 룸미러(백미러)로 보이는 뒷좌석에서 낯선 얼굴이 쓰윽~ 보이는 것이다. 영화의 장면처럼... 더 상상을 하자면 그 뒷 좌석의 작자가 흉기를 내 목에 대며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쩌고... 하는 장면이 떠오를 만큼... 아무튼 너무나 놀랐고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순간적으로 용수철
튀듯 밖으로 나와 안에 있던 작자(?)를 향해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넌 누구냐 **** 놈아... 당장 내려!!
신고할 테다" 며 엄청 큰 소리로 욕을(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험한 쌍욕을 해댔다. 무지 길게)해대며 놀란 마음을 그 작자에게 퍼붓고 있었는데 정작 뒷자리의 그 작자(?)는 너무나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만 볼뿐 뭐라 말을 못 하고 어버버 하는 형국이었다. 가만히 보니 앳된 얼굴의, 소년을 막 벗어난 고등학생, 대학생쯤? 암튼 작자는 아니고 청년쯤 되는데... 너무나 놀란 얼굴로 내게 모기만 한 소리로 "우리 아... 빠... 차인데요..." 하며 겁이 잔뜩 들어간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뭣이라고? 이게 너희 아빠 차라고?" 그럴 리가...
사실 내 차는 드문 모델로 그나마 단종이 되었고 색상 또한 흔치 않은... 하여간 별로 많지 않고 색상 또한
구린 색으로 이 동종의 차는 별로 없는 차였다. 그리고 이 차가 세워진 이곳은 평소 빵을 살 때면 늘 잠깐 세워 빵을 사자마자 차를 빼던 곳이었고... 그러니 이 차는 분명 내차가 맞는데... 아빠 차라니... 게다가 운전대 옆 기아 있는 곳에 컵 홀더까지 끼워져 있는 걸 보니 내차가 분명한데... 그러면서 옆을 보니 앗~~ 내차는 바로 이 차의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똑같은 차종에 똑같은 색이었다. 그 두 대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이 차의 주인 그러니까 이 청년의 아버지는 내 차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것이 아닌가... 그 아버님은 내 차를 자기 차로 알고... 서로 바꿔 타려던 것이었다. 그때 내가 큰 소리로... "저기요 선생님~~ 그 차는... 제 차고요... 이 차가 선생님 차입니다..."라 하니 그 분도첨엔 놀란 표정이었다가 차를 이리저리 살피는데 정말 자기 차는 내 차뒤에 있는 걸 보더니 그분도 머쓱한
표정이 되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자기차가 있는 내쪽으로 걸어왔다. 그분께 정중히 인사를 하고...
"저도 이 차가 제 차인 줄 알고 문을 열고 앉았다가 뒷자리 아드님을 보고 놀라... 큰 소리로 막... 이 휴~
죄송하게도 제가 아드님께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그랬습니다. 아드님이 많이 놀랐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 라며 말을 했더니 그분도 멋쩍은 웃음으로 뒤통수를 긁으며 "아... 그러네요... 차가 똑같네요.
이런~~" 이러는데... 아무튼 둘은 너무나 어색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둘 다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곤 둘이 헤어졌다.
그 아들은 뒷좌석에서 잠시 자릴 비운 아빠를 기다리다 봉변을 당했으니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그야말로 봉변을 당해도 된통 당한 기분일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자기 아빠 차에 타고선 자기 차라고 우기며 내리라고 소릴 지르고 쌍욕을 해댔으니 말이다. 얼마나 기가 막히고 억울했을까... 착한 청년이니 망정이지 좀 거친
청년이었다면 뭔 개소리냐... 하며 내게 주먹을 날릴지도 모르는... 아무튼 생각하니 웃기기도 하고 또 기가
막히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드문 차종으로 단종되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차고 또 색도 일반적이지 않는 요즘 감각으로는 절대 구매할 것 같지 않은 구리구리한 갈색의 차... 이게 두대가
나란히 주차를 했고 하필... 두 운전자는 서로 바꿔 차를 타려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가 막히고 웃기는 일이었다. 확률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일이 얼마나 될까? 만약 두 차의 운전자가 차를 바꿔 출발을 했다면...
둘이 가까이 있었으니 시동은 걸렸을 테고... 얼마동안 몰고 가서 서로 남의 차란 걸 알았다면... 어찌할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니 일어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구 생각이 튀어나왔다. 게다가 신기한 건 그 차도 기어 옆에 컵 홀더가 끼어져 있었다... 내 차의 것과 같은 것으로... 그러니 나는 앉자마자 당연히
내 차인 줄 알았고... 만약 뒷자리 그 청년이 없었다면 나는 시동도 걸었을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한... 그러고 서로 한참을 가다 어라~~ 이게 내차가 아니네... 하고 알아챘다면 서로 또 어떻게 만나야 했을까...
웃기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그나저나 그 뒷자리 청년에겐 제대로 된 사과도 못하고 말이다.
지금 이 자릴 빌려 그때 그 청년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 이 글을 볼 확률은 없지만... 혹시 알아? 그 두대가
나란히 주차를 한 확률도 있었는데... "하여간~ 그때... 대자 고자 소리 지르고 욕해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