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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기억의 소환

나폴리, 나폴리...

by James 아저씨

세계 3대 미항이라고 나폴리, 리우데자네이로, 시드니... 학생 때 그렇게 배운 걸로 기억한다.

그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에 대한 추억이다. 그 기억이....

IMG_1241.JPG 나폴리의 공원에서... 멀리 보이는 게 베수비오 화산이다.

2008년 여름이었다. 로마에서 열차를 타고 나폴리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마지막 목적지가 나폴리였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라는 나폴리에 간다는 것에 가슴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로마 떼르미니역에서 표를 사는데 그때 kiosk처럼 생긴 자동판매기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는데 영어가 씌어있지 않았던 것 같다. 내 기억엔... 아무튼 그 기계 앞에서 당혹해하는데 웬 현지 청년하나가 친절하게 다가와 도와줄까? 그러는데 일단 모든 사람들은 다 경계하고 봐야 하는 촌놈으로선 괜찮다고 하고 혼자 쩔쩔매는데... 그가 물러나지 않고 바라보며 진짜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안타까운 건지... 먹잇감을 찾았다는 건지... 이상한 눈초리로 쏘아보고 있고 나는 더욱 당황되어 계속 실수를 연발하고 있는데 그가 다시 다가와 도와줄까? 하는데 마침... 마지막 단계까지 왔고 결제가 되어 나폴리 행 표를 구입했다. 그에겐 여유 있는 웃음으로 "나 해냈지롱~~" 하듯 인사를 했다. 로마에선 먼 거리가 아닌 데다 떼르미니역에서 그때 고속열차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2시간이 채 안 걸린 걸로 봐서 아마도 고속열차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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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시내 거리... 그나마 깨끗한 곳

그렇게 빠르게 나폴리에 도착... 떨리는 마음으로 역광장으로 나온 순간! 악취가 나기 시작하는데 거리로 나오니 거리엔 온통 쓰레기 더미들이 나뒹구는 게... 정상적인 도시 같지가 않았다. 더욱이 세계 3대 미항이라는 곳이... 이렇게 거리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이게 한 군데만 그런 게 아니라 나폴리 시내 전부가

쓰레기 더미 같았다. 냄새도 심하고 아무튼 거리는 쓰레기 거리였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쓰레기와 방치되어 쌓여 있는 쓰레기... 그야말로 처참했다. 게다가 쓰레기가 쌓여 태운 건지 쓰레기를 태운 흔적도 있고 하여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간 유럽의 거리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빼곡하고 깨끗하게 잘 정비된

도로며... 멋진 거리라는 머릿속 생각들이 이곳에서 왕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로마도 그다지 깨끗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기 나폴리에 비하면 로마는 굉장히 깨끗한 거였다. 아무튼 쓰레기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역에서 시내 중심가로 나오는데 어느 곳은 좀 괜찮은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쓰레기가 그대로 쌓여 있기도 했다. 일단 냄새는 금세 적응이 되니 참을만했다.

IMG_1261.JPG 항구에서 본 바다 이곳은 쓰레기가 없다.

일단 미항이라는 곳이니 해안가... 부두... 뭐 그런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 일단 지도를 펴서 방향을 잡아

그리로 향했다. 그런데 해안가로 갔는데 뭐 별로 달라지는 게 없었고 조금 높은 곳으로 가 해변을 굽어 볼까 하고 갔지만 그 풍광도 이게 뭐 세계적인 미항일까...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쓰레기 거리도 그렇고 경치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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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찾아간 식당 로고가 멋지게 있고 후식까지 먹고 레스토랑 종업원들과 사진도...

그러다 배가 고파져 시내로 나와 '파스타', '피자'의 원조라는 곳이 나폴리니... 일단 그걸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식당을 찾아봤다. 그동안 유럽의 거리들이 예쁜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아름다운

바로크식이니 고딕이니 하는 유럽의 건물들만 봐왔던 나는 이 나폴리의 낡고 지저분한 건물들이 즐비한 시내를 걸어 대체 이 도시가 무슨 그렇게 아름다운 거리란 말인가... 하면서도 일단 배가 고프니 식당을 찾아 걸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검색을 해보겠지만 그땐 두꺼운 여행책자를 보고 일단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찾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촌스런 관광객 티를 내지 않으려면 너무나 두리번거리는 건 좀 자제를 하고...

결국 로고가 멋진 어떤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하는데 메뉴판은 영어가 하나도 없다. 이게 관광 대국의 위엄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타인에 대한 배려는 1도 없고 어찌어찌 fish라 쓰인 것 같은(정확한 기억이 없음) 메뉴로 파스타를 시켰다.(이게 해산물 파스타라 생각하고) 뭐 애피타이저인지 뭐도, 음료수도, 후식도 그냥 이거 이거 손으로 대충 찍었다. 사진도 없는 메뉴판에서...그랬더니 그 종업들끼리 낄낄대고 웃으며 뭐라 뭐라 하며 동양 촌놈 하나 왔다 뭐 이러며 웃는 건지... 문제는 내가 시킨 파스타가 나왔는데 이게 커다란 접시에 어떤 생선이 C자로 누워있고 그 굽어진 생선 사이에 국수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접시가 내 탁자에 놓이자마자 코를

찌르는 생선 비린내가 나는데 이게 홍어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고 종업원들은 나를 빙 둘러서서 이 동양 놈이 이걸 먹나 보자 그러는 듯 예의도 없이 손님인 내 주변에 둘러서서 대놓고 구경을 했다. 그 비린내 나는걸 나는 보란 듯이 꾸역꾸역 먹었다. 사실 나는 고수만 못 먹지 사람이 먹는 건 다 먹는다. 그러니 이놈들아~ 그래~ 볼 테면 봐라... 하듯 다 먹어 치웠다. 그러니까 그 종업원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 후식을

준단다. 이번엔 초콜릿케이크 같은 거에 음료인지 술인지 뭔지 한잔이 나왔다. 이것도 먹었다. 다만 그 술인지 음료인지 뭔지는 맛도 이상하고 뭔가 찝찝해서 맛만 보고 남겼다. 대신 콜라를 다시 주문하여 콜라는 다 마셨다. 그러고 계산을 하는데... 동양 놈에게 바가지를 씌울 작정을 한 것처럼 애피타이저에서 후식까지 그 문제의 술은 주문도 안 했는데 아무튼 계산서에는 당시 돈으로 5만 원가량이 나왔다. 놀랐다. 로마에서 점심을

보통 20,000원 정도에 먹었던 기억에서 이건... 두 배가 넘는다. 그런데 못하는 영어지만 영어도 안 통하고

이태리어는 전혀 모르고 하니 따지고 싸울 수도 없고 이 네들은 내가 알아듣든 말든 빠른 이태리어로 쏘아대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는 내게 속사포처럼 이 놈 저놈 떠들어 대며 정신을 빼놓고... 결국 '잔돈 너희들

가져...'라고 하며 나왔다. 그랬더니 유일한 영어로 땡큐~~를 연발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달란다.

무슨 심보냐...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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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나폴리에서 유일하게 멋진 곳이었던 공원

배도 채웠으니 시내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 쓰레기 거리를 다닐 엄두가 안 나고 어떤 거리에선 흑인들이

내게 마약을 사라고 접근을 하고... 그러니 푸니쿨라를 타고 높이 올라가 볼까 했던 것도 포기하고 결국 해안가 공원으로 가 그냥 바다를 보며 여기가 그 유명한 '나폴리야... 나폴리...' 하면서 내게 '나폴리 참~ 멋진 곳이야...'라고 최면을 걸고 다시 로마로 왔다. 반나절 좀 넘게 있었다. 그리고 나폴리는 내 기억에 최악의 도시로 남겨졌고... (사실 그걸로 도시를 판단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그때의 느낌은 그랬다)


세월이 흐르고 나중에 뉴스에서 나폴리 쓰레기 사태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알고 보니... 이태리 마피아

개입된 일로 이 쓰레기 분리, 수거사업에 마피아가 끼어들어 이권을 챙겼으나 거꾸로 매립장이며 분리장의

기능은 마비가 되어 도시 쓰레기 수거가 안되고 쌓이고 쌓여 쓰레기 도시가 되었단다. 그러나 정부도 해결을 못하고 심지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어떤 시장은 마피아에 의해 죽었다는 소릴 듣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나폴리와 일부 몇 개 도시들이 이렇게 되자 급기야 EU가 개입을 하고... 결국 나중에 독일의 어떤 회사가 나서 쓰레기를 치워주었다고 들었다. 하필 그때 최악일 때... 내가 나폴리를 방문한 거였다.

나폴리야 미안하다. 많이 아팠을때였구나... 그랬던 것도 모르고...


#나폴리 #마피아 #쓰레기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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