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Aug 14. 2024

11. 한영애

- '거기 누구 없소'...  '조율'한번 해주세요


이 이야기 들에 나오는 분들은 내게 문화적 영향을 준 사람들입니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내 코드가 맞는 사람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내 영혼의 팬? 

그냥 쉽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이 이야기들은 나의 십 대 말부터 지금까지 내 감성의 심연에 들어온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혁명가, 대중예술, 스포츠, 건축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글들입니다

그래서 깊이 없는 그저 내 감정, 내 마음대로 쓴 글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열한 번째:한영애...

1956~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여자 블루스 계열의 가수... 

그녀의 노래를 TV에서 들어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라디오에서, 음반에서, 공연장에서 주로 들었고  

한때 모 방송에서 가수들끼리 하는 경연프로그램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그 프로를 본 적은 없었고

그러다 보니 TV화면에서는 볼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기획사에서 키운 깜찍 발랄한 10대 소녀, 소년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고 상품성 없는 특별한 장르의 가수나 예술인들은 그 분야의 특집방송이 

아니면 볼 수 없다.  지금처럼 스타를 육성해 내는 시스템이전에는 그가 가진 예술성으로 데뷔를 하고 인기를 얻고 했었고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 그 분야의 스타들이 배출되고 저마다 자기의 색과 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명멸하곤 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과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에 어울리는 여자 뮤지션이 바로 한영애가 아닐까 한다.  요즘 자신들의 철학? 또는 음악적 세계관을 가지고 활동하는 가수가 또 누가 있을까 확 

떠오르는 인물이 별로 없다.  물론 현재 가수 중엔 높은 음악성을 가지고 본인 만의 노래를 만들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활동을 하는 젊은 뮤지션들도 있긴 하다. 요즘처럼 기획사에서 잘 훈련되고 찍어낸 듯한 

스타들만 매체에 나오는 요즘은 대개 비주얼로, 춤으로 승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조율" 한번 해주세요~~~~ 나는 이 노래 때문에 이 가수에게 열광한 것 같다.

오래전, 90년대 중반인가... 한양대학교 체육관에서 그녀의 라이브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가 

'조율'을 불렀고 나는 평소 음반으로만 듣던 그녀의 목소리에 실제 공연에서의 그녀의 보컬은 무대의 묘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신비한 느낌이 느껴졌는데 그 끈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흐느적거리는 것 같기도 한 이상한 힘이 막 뿜어져 나오는 그 무엇에 끌려 그야말로 나도 모르게 일어서서 열광을 하고 있었다.


일단 한국 대중음악에서 이런 독보적인 음색의 보컬리스트가 떠오르지 않고 재즈. 블루스에서 록과 심지어 

트로트까지 아우르는 그녀의 광폭에 놀란다. 이러한 그녀의 가수 데뷔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 중반 신촌에서 김의철, 이정선, 엄인호 등이 활약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때 김의철에 의해 발탁된 한영애는 '해바라기'멤버가 되었고 이렇게 가수 데뷔를 하였다. 그리고 1986년 1집 앨범 '여울목'을 발매하여 솔로로서 그녀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해 동시에 '신촌 블루스' 활동을 하며 그녀의 장기인 소울 풀한 창법이 그녀의 보컬로 독특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다 1988년 자신의 대표음반이 된 불후의 명반 '바라본다'로 그녀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이 음반은 '한국 음악 명반 100'에 3번이나 선정되기도 했다) 내가 그녀의 노래를 알게 된 건 바로 이 음반이었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노래에 푹 빠지게 된 건 1992년 발매된 3집 '한영애 1992'에서 그 유명한 "조율"이 수록되어 나왔고 나는 이 장엄하고 웅장하면서도 그녀의 아우라가 모두 뿜어져 나오는 이 곡 때문이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한양대학교 공연에서 라이브로 들었던 

그녀의 "조율" 열창에 그야말로 "누나~~~ 까약~~~"이라고 소리만 지르지 않았을 뿐 거의 그런 상태가 되어 일어나 환호하고 열광했던 기억이 오래오래 남아 있고 지금까지 나는 그 공연의 느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TV에서는 주로 열린 음악회에서 볼 수 있었고 MBC의 '나는 가수다 2'에 전격출연하여 경연을 하였다고 하는데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고 주로 라디오의 DJ로 그녀의 노래가 아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 2016년 12월 3일 '박근혜 퇴진 국민비상행동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이 노래 '조율'과 '갈증, 

'내 나라 내 겨레', '홀로 아리랑'등을 열창하며 당시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께 "여러분 지치지 마십시오"

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이때 광화문 언저리 멀리서 한영애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나오는 상태에서 이 노래 

'조율'을 들었다. 이 노래의 열기로 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독특하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그녀가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그런 거친 창법을 받아들이기 쉬운 시대는 아니었고(윤시내가 독특하고 허스키한 창법으로 80년대 인기를 끌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보컬은 한국가요계에 

다양성을 가져왔고 블루스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그녀의 음악적 스펙트럼도 위에서 말한 대로  R&B, 포크록, 트로트, 블루스 등 매우 다양한 장르에서 

모두 그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은 대가이기도 한데 그녀의 음반 중 1999년 발매한 5집은 1920년~1950년대까지 인기를 끌었던 한국 전통가요를 재해석하여 리메이크를 해서 냈는데 다시 한번 그녀의 광폭 행보에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트로트조차 그녀의 목소리와 아우라로 다시 다른 곡으로 내놓는 것이었다. 

또한 서울예전 연극과 출신으로 한동안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이러한 활동이 노래하는데 도움 되었다고 하며 정확한 발성과 성대를 잘 관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또한 영화에도 단역이지만 주요한 역으로 

출연한 적도 있다고 하는 등 다재다능 팔방미인이며 독특하고 개성 있는 파격적 의상을 입어 방송 규제가 심했던 시기,  방송 전 옷 심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나이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감정유감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