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고미의 일곱 번째 고민해보고서_잼먹어보고서
(친한 사이의 거리조절에 대해서)
땅콩, 참 절묘하게 각방입니다, 그죠? 각방인데 살짝 열려있고, 혹은 한 방인데 슬쩍 갈려있어서, 같이 있으면서 은근 따로 있습니다. 이 정도면, 둘 사이에 거리 조절이 어렵기만 한, 세상의 모든 커플들에게 어떤 교훈을 던지고자 진화한 식물이 아닌가...라고 우기는 건 좀 오바겠죠? ㅎ 그치만, 말 나온 김에 땅콩의 절묘한 공간 점유 방식에 빗대어 사람 사이에 필요한 거리에 관한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 오롯이 누리고 싶은 개인적 영역(Personal Space)이라는 걸 갖는다고 합니다. 구내식당에서 혼밥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지그재그 띄엄띄엄 앉아 있는 게 그래서라고 하네요. 일반적으로 이 영역에 타인이 들어오는 건 불편한 일이 됩니다. 그래서 그 경계에 누군가 닿을까 긴장도 하고 경계도 하고 그렇게 됩니다. 또 남의 경계에 닿지 않으려고도 똑같이 신경을 씁니다. 지하철에서 이왕이면 한자리 띄고 않는 그런 거죠. 개인적 영역의 경계를 누가 훅 넘어 들어오면 일단 당황스럽고 불쾌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개인적 영역의 크기가 사람마다, 관계마다, 문화마다, 심지어 상황마다 다 달라지는 데다가, 딱 수치화하기 뭣한 심리적인 것이기도 해서 명확한 운용 매뉴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에티켓, 누군가는 센스로 치는 그런 것이다 보니, 잘 살펴 눈치껏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그런 고민에서였을까요? 에드워드 홀이라는 분이, 개인적 영역을 포함한 적정 대인 거리를 몇 단계로 구분해 정리를 해 주셨습니다. 사람 일에 cm 단위의 세세한 숫자를 붙여둔 걸 보면 애걔 싶기도 한데, 좀 들여다보면 꽤 그럴듯합니다. 친밀한 사이의 공간인 46cm은 어깨 붙여 앉는 정도고, 일반적인 개인적 영역인 120cm는 손 내밀어 악수하기 딱 좋은 정도이니, 말은 좀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연구 설계를 어떻게 한 걸까요. 오~)
이론이 말 된다고 내 현실에 매뉴얼이 딱 떨어지는 건 또 아닐 겁니다. 거리는 그런다 쳐도, 거리 정하기의 기준이 되는 친밀도를 어떻게 알겠어요. 내 맘도 모르겠고 상대의 맘은 더더욱 모르는데요. 그러니, 관계에는 삑사리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삑사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요치 않은 관계라면 삑사리겠거니 하고, 너무 불쾌해도 말고 너무 민망해도 말 것이고, 중요한 관계라면 삑사리로 조율하면서 나아가겠거니, 너무 맘 끓이지 말고. 그래야 되지 싶습니다.
그러니, 개인적 영역이라는 개념은 조절보다는 맘 수습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강의실에 친구를 발견하고 옆자리에 앉았는데, 슬쩍 한자리 비켜 앉더라 해도, 당황하고, 빈정 상하고, 섭섭하고, 주눅 들고, 소원해지지 않고, 그게 그저 개인적 영역의 차이겠거니, 친구랑 나랑 이번엔 그게 일치하지 않았겠거니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죠. 또 반대로 내가 비켜 앉았다 하더라도 괜한 죄책감 같은 거 만들지 않게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내 영역을 지키고 타인의 영역을 존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공간의 개념을 넘어 시간에도 스타일에도 생각에도 가치관에도 다 적용되는 개념일 겁니다... 그죠?
땅콩 얘기가 참 멀리도 왔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잼고미네 2월의 잼은, 콩냥콩냥 와중에도 니땅내땅 개념 가진 땅콩으로 만든 꼬숩꼬숩 땅콩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