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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gomi Jan 17. 2019

시작이 어려워

잼고미의 첫 번째 고민해보고서

"일을 미루는 습관이 큰 고민입니다!!"


이번 고민은 우리 고민패널 모두의 격한 공감을 받으며 뽑힌 것은 물론이고, 급기야 제가 이 첫 보고서를 쓰고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래서, 제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딴 얘기는 아니지만요.


자, 일단, 제 사정은 이렇습니다. 잼고미는 애초에 고민툰과 고민해보고서가 함께 가도록 기획되었답니다. 고민툰이 고민을 나누고 위로하는 마음모으기라면, 고민해보고서는 그 고민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맞대는 생각모으기라서, 둘이 함께 있을 때 해결을 위한 힘모으기가 될 거다, 그런 생각이었던 거죠. 근데 여지껏 고민툰만 나간 건 왜 때문일까요? 그쵸, 뭐. 미루기였습니다. 맨날 해야지 해야지 다짐만 하면서 미뤄왔던 겁니다.

계획대로라면 진작에 프롤로그가 나갔어야 했습니다. 프롤로그는 우리가 누군지, 왜 이걸 하려는지, 이걸 어떻게 하려는지 같은 내용인데, 공부했던 상담 이론부터 정리해 담아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좀 큰일이었습니다. 작심하고 몇 날을 파야 하는 큰일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제대로 된 프롤로그로 시작해야 짠한 출발일 터라, 잘하려고 했는데, 맨날 생각만 굴뚝이고,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채, 시간이 이만큼 갔습니다. 아우 이노무 게으름... 매일 밤 TV를 끄면서 머리를 쥐어박았습니다.

 

그러다 저 고민을 만난 겁니다.

 

고민에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면서 우리가 다다른 곳은 꾸물거림, 책에선 좀 과하게도 병적 꾸물거림(Morbid Procrastination)이라고까지 하는, 그 행동 특성이었습니다. 이 꾸물거림은 게으름과는 다르게 설명됩니다. 이건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잘할 수 없을 것 같은 걱정이 더해져 생긴 행동인 겁니다. 꾸물대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뭉그적거리며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것 같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해야 할 일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득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엄청 잘하는 거 말고는 생각해 볼 수 없는, 실수나 실패는 받아들일 수 없는 완벽주의자들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하려는 부담감에, 완벽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에, 차마 시작을 할 수가 없는 거죠.


또, 이런 설명들도 있습니다; 꾸물거리다 잘 못한 건 좀 덜 부끄럽습니다. 이번엔 미루다 이렇게 됐지, 시간만 좀 있었으면 훨씬 잘했을 거거든요. 잘 못한 건 내가 아니라 내 게으름 탓인 거죠. 꾸물거림은 그렇게 좋은 핑계가 되어 줍니다. 긴가민가 싶지만, 그 와중에 자만심이 한몫할 수도 있대요. 막판에 몰려서 급히 해도 웬만큼 해낼 것 같은 자만심. 하아... 그러니까 우리는 부담감, 두려움, 회피욕구, 자만심, 그런 복잡한 마음에 휘둘리며 꾸물대는 모양입니다. 연필도 깎고, 방도 치우고, 미드 정주행도 하고, 간만에 초저녁 잠도 자고, 그렇게 되나 봅니다, 되려 마감이 낼모레라서.  

늘 강조하지만, 우리는 행동 하나에 이유 하나를 찾으려 하진 않습니다. 그럴 게 아니란 걸 잘 알죠. 그렇지만 가능한 이유들을 짚어가다 보면 어디 하나에 딱 걸릴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기대와 부담감이란 데서 그랬습니다. 아마도 제가... 이걸 아주 짠하게 해내고 싶었나 봅니다. 하하하.


그런 마음을 보고 나니 어딘가 좀 가벼워졌습니다. 가벼워진 김에 이 보고서, 써볼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저 고민 밑에다 "뭐든 일단 시작"이라고 써 붙였습니다(에라 모르겠다고 썼다가 바꿈 ㅎ). 그리고는, 쓴 대로 '일단 시작' 해 버렸습니다. 거창한 프롤로그는 안 되겠지만, 그게 '뭐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으로요. 여전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그래서 더해진 부담감이, 두려움이,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그 마음에 휘둘려 겁내고만 있지는 않으려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쭉 이래 보려고 합니다. 뭘 하기 엄두가 안 나 뭉그적거리게 될 때, 게으름을 탓하며 시간을 버리는 대신, 잘하고 싶은 속마음을 알아봐 주고, 그만큼 안돼도 잘 한 걸 거라고 토닥이면서, 그 '일단 시작'이란 걸 자꾸 해 볼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같이 그래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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