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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gomi Jan 17. 2019

나쁜넘 취약성

잼고미의 두 번째 고민해보고서

“나쁜 사람들 다 없어졌음 좋겠어요”


저두요! 극악한 범죄자부터 정신 나간 학대범, 사기꾼, 갑질 삐리리까지, 뉴스 보면 나쁜 사람들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그런 사람들은 말고 내게 직접 나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꼴통이나 밉상 같은 부류, 그중에서도 작심하고 그러는 나쁜 넘들 말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악한들과는 경우가 다르긴 해도, 없어졌으면 싶기로는 그에 못지않으니까요. 이들은 대체로 근접거리에 있으면서 내 삶에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골치를 썩이고, 마음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뉴스에는 안 나오지만 내게는 분명 범죄고, 학대고, 사기고, 갑질인 패악을 부립니다. 하아... 정말이지, 이들만 없어지면 내 인생이 훤해질 것 같습니다.

… 아니, 그보다도, 이 나쁜 넘들 대체 왜 그럴까요? 안하무인 몰상식에 작심하고 나를 골탕 먹입니다. 대놓고든 은밀히든 날 공격할 때 보면, 어딘지 깊은 속부터 고장 난 사람들 같아요. 유년기를 잘 못 보낸 게 틀림없습니다. 불쌍한 사람인 거죠, 자긴들 그렇게 나쁜 사람이고 싶겠습니까. 그 사람 가족은 또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러니 사라지길 바라는 건 좀 심했네요. 그렇게, 아주, 완전, 나쁜 사람은 아닐 겁니다. 나한테는 좀 나쁘지만, 사실 그게 좀 많이 나쁘긴 한데 여하튼, 그것만 아니면 멀쩡한 사람일 겁니다. 잘 생각해 보면 나한테도 잘해줄 때가 있(는 것도 같)고, 심지어 어쩔 땐 도움도 되(는 것도 같)고…


참으로 복잡한 마음입니다. 온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았을 테니, 참 힘든 마음이기도 하겠습니다. 근데 이 마음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속에 내가 없다는 문제요. 거기엔 온통 그 나쁜 놈만 있었습니다. 그넘의 문제와 그 문제의 근원과 그 나쁜 넘의 상태를 짐작해 보느라 나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나쁜 넘으로 인해 내가 당장 어떤지는 간과한 채 마음을 온통 나쁜 넘에게 빼앗기고는, 심지어 그를 받아들이는 흐름을 탑니다. ''알고 보면 나쁜 사람 아니다"라는 결론으로 슬그머니 나아갑니다... 이런 걸 나쁜넘 취약성이라고 부릅니다(저만요). 나쁜 놈 취약성이 있는 사람에겐 나쁜 넘들이 꼬입니다. 용케 그걸 알아보고 주변에 얼쩡거리면서 나를 우려먹으려 듭니다. 말마따나 나쁜 넘인 거죠.

나쁜넘 취약성은 여러 이유로 생길 수 있다고들 합니다. 누구는 남한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과해져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규범적인 것일 수도 있고, 타인의 인정과 애정으로 자신의 가치를 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빈약한 자존감이 드러나는 거지요. 또 누구는 냉혹한 현실이나 자신의 무력함을 직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의 악행을 어떻게든 이해해 내서, 세상이 혹은 그가 내게 그럴 리가 없다는 신념을 붙들고 싶은 것이라고요. 어떤 것이든, 나쁜넘 취약성은 나쁜 넘을 나쁜 넘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나쁜 넘을 나쁜 넘으로 지목하지 못하면 나쁜 넘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휘둘리게 됩니다. 말마따나 취약한 겁니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어딘가 취약하다면, 그건 하룻밤에 훌훌 털어 없앨 수 있는 간단한 것은 아닐 겁니다. 특히나 그 취약성을 자극하는 어떤 현실이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겠죠. 그치만, 그걸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알고 나면, 알고 나서 달라지려고 맘먹고 나면, 결국 어디론가 나아가게 됩니다. 아침마다 도돌이표를 찍는 것 같아도 제자리걸음은 아닐 터라, 그렇게 쭉 가다 문득 더 이상 나쁜 넘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일단 좀 내 마음을 짚어볼까요? 나쁜 넘을 두고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는지, 곰곰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변화의 목표를 세우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그걸로 현실의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작심한 나쁜 넘 같은, 실재하는 위협이 지근에 있다면 더욱 그럴 겁니다. 나쁜 넘에게는, 좀 더 유효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 유용한 대응, 즉 나쁜넘 대처법 얘기를 해야겠습니다...만 잠깐, 여기서 일단 한번 끊고 갈까요? 너무 길어져서 이쯤에서 숨 좀 돌려야겠습니다.ㅎ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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