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꼬리] 조수경, 한솔수북
발가락이 보이는 여름 신발을 신지 않는 나는 발에 콤플렉스가 엄청나다. 양말을 신은 채로 누군가 나의 발을 보는 것 같으면 그 상황이 꺼려진다. 아무도, 정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나의 발이 또 누군가에겐 감추고 싶은 꼬리이겠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그 꼬리가 나는 오늘도 아직은 많이도 신경이 쓰이는, 참으로 예민한 사람이다.
[내 꼬리] 조수경, 한솔수북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한테 꼬리가 생겼다. 어떻게든 감춰보려 하는데도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꼬리가 커져 갔다. 아이가 계속 그 책 속의 주인공에게 말을 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주인공이 여러 방법으로 애쓰고 있는 페이지를 읽어 줄 때도 “괜찮아”, 결국엔 이야기 속 주인공이 어떻게든 학교를 가는데, 친구를 마주쳐도 “괜찮아”. 해주는 것이 아닌가. 읽어주다가 어느 페이지쯤에서 잠시 멈추고 물어보았다. 왜 괜찮다고 말해주냐고. 왜 응원해 주냐고. 이 아이는 이게 정말 괜찮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내 아이의 대답은 순간 나를 멈춤 하게 하였다. “엄마가 맨날 나한테 별거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러니까…”
괜찮아야 한다는 강요, 또는 ‘괜찮아. 이 정도쯤이야.’라고 하는 한정을 나도 모르게 나의 아이에게 하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되었다. 나도 누구에겐 별것도 아닐 발가락 하나가 그렇게나 보이기 싫은 콤플렉스 중 하나라서 더운 여름에도 꼭 발 감추는 신발을 신으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옛 친구가 떠오른다. 그녀는 귀엽고 멋부릴 줄 아는 센스만점 팔방미인 연구실 친구였다. 더운 어느 날 그 친구가 샌들을 신고 나온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발이 심한 무지 외반증이었다. 나보다 더 못생긴 발을 처음 본 것도 놀라웠는데, 아무렇지 않게 발가락이 훤히 보이는 신발을 신고 나온 것도 놀라웠다. 무슨 용기일까.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저 신발을 신고 나왔지? 나는 정말 궁금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갔는지, 친구가 먼저 말을 해주었다. “난 발이 안 이쁜 것 보다 더 못견디겠는 게 더운거다? 이쁜 신발 신으면 내 발도 이뻐 보이는 거 같아서 난 그냥 샌들 신어! 누가 그렇게 내 발만 쳐다보고 있겠어. 누가 봐도 뭐, 난 괜찮아.”
나는 그 친구의 자존감이 부러웠다. 발가락 하나에 무슨 자존감을 갖다 대냐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정말 큰 문제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내 위주의 자신감 있는 사고방식이 너무나 멋졌다. 신발을 까다롭게 고르고 살 때마다 엄마가 나한테 말씀하시는, “괜찮아, 아무도 네 발 안 봐.” 이 말보다 백배는 더 멋지게 와닿았다. 난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그 말이 지금도 싫다. 난 내 친구의 그날 모습과 그 한마디에 나는 용기 내어 이쁜 샌들을 구매해 보았다. 몇 날 며칠이 걸려 겨우겨우 고르고 산 나의 첫 샌들은 아직도 손이 많이 가지 않아 몇 번 밖에 착용하지 않은 신발장 쳐박템이지만 절대 버릴 수 없는 나의 첫 상징과도 같은 신발이다. 하지만 그저 몇 번 도전해 보았을 뿐, 네일숍에서 절대 페디큐어를 받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겁쟁이이다.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감추고 싶은 꼬리를 내 기준에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괜찮다고 하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준은 다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에. 섣부른 위로나 괜찮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괜찮아’라는 말은 어느 시점에 누구에게로부터 듣느냐에 따라 위안이 될 때도, 용기가 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정말 괜찮지 않아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꼬리를 숨기려고 한 동화책 속 소년이 반에 들어갔을 때 보게 된 장면에 나도 모르게 ‘와!’ 마음속으로 외쳤다. 반 친구 모두가 각자의 꼬리들이 있었다. 어떤 아이는 수염이, 누구는 토끼 귀가, 누구는 고슴도치처럼 가시들이. 서로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대신 그저 그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아무렇지 않게 함께 놀았다. 내 꼬리를 더 이상 감추지 않고 들어낸다는 것, 다른 사람의 꼬리도 받아들여준다는 것, 혹시나 누군가의 꼬리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놀라워도 괜찮다고 서로 다독여 주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 그리고 내가 나의 본 모습을 그대로 안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나의 발이 이뻐 보이는 마법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발을 움츠릴수록 나의 마음속 꼬리는 더욱 크게만 느껴진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히 발가락을 쳐다본다. 내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나의 마음 근육은 단단해지는 연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