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세상에서 제일 힘든 직업

고생 끝에 낙이 오긴 오는데… 번아웃 주의요망

by 제이미

요즘 나는 DBpia(디비피아)의 플레이리스트에 푹 빠져 있다. (DBpia-학술논문 검색 등 콘텐츠 사이트)

선곡도 선곡이지만, ‘대학원생’이라는 레어한 생태를 이렇게 정확히 아는 제목들이 더욱 맛깔나다.


DBpia - 연구실 플레이리스트 들....

“연구실에서 소리지르고 싶을 때 듣고 싶은 리스트.”

"휴가 중에 미안하지만 자료 좀 수정해줄 수 있겠니?"

"논문 주제 고민하다가 자주 악몽 꾸는 편"

"추석 연휴 연구실에 있는 대학원생 모여라"


DBpia(디비피아) 플레이리스트



왜 대학원생들은(나 포함) 이 플리에 이리도 열광하는 걸까?


5년 동안 대학원생으로 살며 깨달은 건,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라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기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혹은 학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직장보다 ‘조금은 자유로워 보인다’는 이유로, 그들의 고됨은 자주 과소평가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학원생의 삶은 직장인의 그것보다 훨씬 고되다. (가장 순화된 표현이다.)

왜냐하면, 대학원생은 학생과 직원의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한 교수님의 문하에서는 하나의 작은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를 다양한 조직원이 모인 회사로 비유할 수 있겠다.

- 대학원생들은 본인의 연구를 하면서도 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연차가 올라가면 리더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도 한다. 즉, 절반은 학생이고, 절반은 직장인인 셈이다.

- 그런데 이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교육이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에서는 입사 시 오리엔테이션과 실무 교육을 해주지만, 대학원에서는 그런 체계적 온보딩도, 그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다.

- 결정적으로, 대학원생에게는 ‘이직’이란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디비피아 플레이리스트에 열광하고,
“내일이 마감이에요.”라는 댓글 한 줄에 눈가 촉촉히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내는가 보다. 고마워요...



대학원 생활에 도움이 될 두 가지 생각


1️⃣ 끝까지 버티게 해줄 당신의 ‘원씽(One Thing)’을 찾아라.

그게 목표든, 고됨을 덜어주는 실질적 지원책이든 상관없다.

내 경우, 대학원 선택의 유일한 기준은 지도교수였다.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에게는 리더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존경할 수 있는 교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진즉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2️⃣ 대학원생의 어려움은 개인 탓이 아니다. 즉 내탓이 아님을 명심하고 지원을 요청하자.

조직심리학적으로 보면 핵심 원인은 ‘리더십의 부재’와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 두 가지이다.

(다행히....) 이런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여서 Levecque et al.(2017)에 따르면, 박사과정생의 정신질환 위험은 고학력 직장인보다 약 2.8배, 일반인보다 2.4배 높고 지속적 긴장감(40.8%), 우울·불행감(30.3%), 수면장애(28.3%) 등 만성적 증상이 절반 이상에서 나타났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대학원생인 그대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낙이 오기 전에 빠짝 타버리는 건 곤란하지 않은가.


대학원생이여, 어려움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요청과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보자.

교수님과 선배, 동료들에게 말이라도 해보자. 절대 너무 혼자 오랫동안 끙끙 앓지 말자!


그대들의 건승을 응원한다!


참고문헌
Levecque, K., Anseel, F., De Beuckelaer, A., Van der Heyden, J., & Gisle, L. (2017). Work organization and mental health problems in PhD students. Research Policy, 46(4), 868–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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