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내려온 동아줄

덥썩 잡기 전에 꼭 생각해봐야 할 4가지 질문

by 제임이

“이번에 이런 사업을 새로 해보려 하는데요,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회사나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여러 제안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누구나 알 만한 기업/기관에서 오는 협업 제안은 연락을 받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가끔은 내가 뭐라도 된 듯 뿌듯하다. 마치 손을 뻗어 잡기만 하면 단숨에 우리를 끌어올려 줄 동아줄이 내려온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나 이용당하는 거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의심도 피어오른다. 언젠가 SNS에서 스치듯 보았던 어떤 대표님의 대자보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대기업과의 협업은 작은 기업이나 초기 서비스에 유용한 레버리지가 된다. 우리도 초반에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9년간 배운 건 ‘어떤 동아줄은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어떤 동아줄은 우리를 소진시킨다’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대부분 좋은 담당자를 만나 열심히 성장해왔지만, 때로는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주다 정작 우리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직접 잡아보기 전까지는 이 동아줄이 우리를 성장시킬지 소진시킬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아줄을 잡을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동아줄을 잡기 전,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네 가지 질문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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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아줄 위에는 무엇이 있나?

-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확장 가능한 영역인가


동아줄을 잡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동아줄 위에 무엇이 있는가’다. 사업이 유망한지, 시장이 건강한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지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가 가진 현재 역량에서 효과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시도인가?” 우리가 이미 가진 강점이나 자원을 활용해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인지 파악해야 한다.

시장의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꼭 큰 시장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조금 작아 보여도 우리의 강점을 활용해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아무리 유망한 시장이라도 우리가 가진 것과 전혀 동떨어진 영역이라면, 그건 기회가 아니라 모험이다. 이 때에는 ‘우리가 기꺼이 모험을 할 것인지 아닌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올라가 볼 만한 동아줄이라 생각이 된다면,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방향성이다.




2. 동아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 우리의 방향성과 맞는가,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두 번째 질문은 방향성이다.

이 동아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그게 우리가 가려고 했던 길과 맞는지 봐야 한다. 특히 사업 초기일수록 여러 제안에 휩쓸려 방향을 잃기 쉽다.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정작 우리는 뭘 하는 회사인지 모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금의 방향성에 조금 벗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기회들도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생존’이 절박한 시기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기회를 잡아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IT기업들은 초기에 외주개발을 하며 최소한의 비용을 마련하기도 한다. 혹은 성장을 위해 전혀 다른 분야로 확장하며 몸집을 키우기도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자.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은 방향성에서 벗어나는 일에 거부감이 먼저 든다.

내가 정말 그렇다. (만약 나 혼자 운영하는 사업이었다면, 수없이 많은 기회를 그냥 걷어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방향성은 ‘나’의 생각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장에 맞춰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나이키가 아니고, 나는 빌 게이츠가 아니다.


성급한 선긋기로 내려온 동아줄을 구경하기도 전에 태워버리지는 말자.

꼭 기회가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고민해보는 것 자체가 다른 차원에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3. 동아줄, 공짜는 아니더라고요

- 우리가 줘야 하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 번째는 동아줄에 따르는 대가, Give and Take 중에서도 ‘Give’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은 결국 거래다. 공짜는 없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줘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면서 동아줄을 내려보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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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협업 상대가 우리보다 우위에 있을수록, 새로운 시도가 우리에게 과분한 것일수록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크다. 그것이 돈이든, 노력이든, 때로는 자존심이든. 만약 우리가 치러야 대가가 작아보인다면? 뭔가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꼭 Give and Take가 합리적일 때에만 동아줄을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Give가 Take보다 크더라도 과감한 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경험이 적을수록 Take에 대한 기대만 크고 Give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내가 줘야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줘야 할 것을 제대로 주지 못하면 다음 거래는 없다. 그래서 내가 ‘더 많이 가져갈’ 궁리를 하는 것보다, 내가 ‘확실하게 줘야 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나아가 ‘얼마나 더 잘 줄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네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4. 내가 완봉할 상인가

- 우리가 정말 ‘잘’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줘야 하는지 인지했다면, ‘얼마나 잘 줄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기객관화를 바탕으로 ‘우리가 이 동아줄을 끝까지 오를 수 있는지’, ‘얼마나 잘 올라갈 수 있는지’ 실행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오르지 못할 동아줄에 오르면 결국 추락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은 어떤 방법을 통하면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외부와 또 다른 협업을 모색할 수도 있고, 우리의 Give 범위를 줄이고 Take할 수 있는 것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과대평가도 문제지만, 과소평가도 문제다.

할 수 있는데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정도를 미리 파악해두면 좋다.


나는 ‘적당히 도전적인 수준’의 제안을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Middle-Risk, Middle-Return이라 생각되면 도전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의 70~80%를 우리가 이미 갖추고 있고, 나머지는 노력으로 채울 수 있는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성장과 안정의 균형점(Middle)이자 마지노선이다. 거기에 노력과 운, 시너지가 더해져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보았을 때 120~150%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착수하는 편이다.

혹시나 결과가 조금 아쉽게 되더라도, 신뢰를 쌓으며 다음 기회로 이어나갈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에 잘 되면 다음번에는 꼭…”


네 가지 질문에 모두 답했다면, 마지막으로 꼭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돈'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예산이 판단 기준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첫 시도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기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적은 예산으로 일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리도 사업 초기에는 '다음 번에는 꼭'이라는 말만 믿고 무리해서 진행한 일들이 많았다. 우리가 가진 것은 열정과 체력밖에 없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난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더 다행히도 우리의 ‘무리한 진행’이 누군가의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좀 더 나은 협상을 해야 할 일들이 분명히 있다.


어떤 협업에서도 '지속가능하려면' 최소한의 수익은 확보되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가 회사의 위기로 이어지면 안 된다. 작은 기업일수록 재정난은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 최소한의 수익을 요구하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말자. 우리가 정말 필요한 협업 대상이라면, 또 다른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여전히 동아줄의 유혹에서 냉정함을 잃기도 한다. 완벽한 판단은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질문들이 어떤 유혹에서는 나를 구출해주고, 어떤 실패에서는 이유를 알게 해주기도 한다.


동아줄을 잡을지 말지 결정할 때,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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