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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er Jul 31. 2021

코로나 시국에 일본 주재원 파견, 험난한 도쿄 입성기

Intro.2021년 7월 여름, 서른 살 도쿄 재입성기


지금부터 두 달 전인 5월 말,

회사에서 8월 1일부일본 도쿄 지사 발령을 받았다.


10년 전 스무 살에 일본 대학 입학을 위해 도쿄행 비행기를 탔었는데

딱 10이 지난 2021년, 서른이 된 내가

다시 도쿄에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가게 될 줄이야...


도쿄지사 근무 발령이 났을 때, 솔직히 말하면 좋으면서도 싫었다.

마치 일본에 대한 내 감정과 같았다.


도쿄에 친한 친구들도 많고, 오랜만의 도쿄 생활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 있는 가족, 남자친구, 친구들을 생각하니 가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6월을 보내버린 후

7월이 돼서야 진짜 내가 일본에 가게 된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가족, 남자친구, 친한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게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7월 말이 돼서야 허둥지둥 출국 준비를 시작했다.

빠뜨리는 것이 없도록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하나 클리어 해나 가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었다.


< 출국 준비 체크 리스트 >

1. 운전면허증 발급받기

2. 부산 본가에 전입신고 꼭 하기

3. 업무 인계인수서 작성해서 제출하기

4. 일본에서 쓸 기초 화장품 대량 구매

5. 안경원 가서 안경이랑 콘택트렌즈 대량 구매

6. 이불류 코인 세탁소 가서 세탁 해두기

7. 이삿짐 싸기 (쓸데없는 거 다 버리기)

8. 통신사 요금제 제일 저렴한 걸로 바꾸기

9.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받고 영문 음성 확인서 받기

10. 알라딘 중고서점 들려서 필요 없는 책 팔기

11.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르고 염색하기

12. 샤워기 필터, 마스크 도착하면 짐 싸기


준비할게 여러 가지로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코로나 음성 확인서 받는 게 생각보다 너무 번거로웠다.


집 근처 병원 중 코로나 영문 음성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건국대학교 대학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72시간 전 받은 코로나 검사만 유효하기 때문에 출국일 이틀 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게 제일 좋다.

건대 병원은 무조건 선착순이다 보니 아침 8시 전에 갔는데도 땡볕에서 40~50분을 기다려야 했다.


하필 태양이 딱 내가 기다리고 있는 그 위치 바로 위에서 내려 쬐고 있어서

불타는 태양의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있는데도 온몸에 땀이 줄줄 흘렀다.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어도 일사병에 걸릴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7시 50분쯤 가서 줄을 서서 8시 반에 접수 시작, 9시 55분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병원을 나왔을 때가 10시쯤이었으니 총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일본 출국자의 경우, 감염내과에서 진료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급하게 감염내과 진료예약까지 했다.

검사 당일날 오전 10시쯤 검사를 받고 4시간 후인 오후 2시에 결과가 문자로 날아왔다.  

그리고 그다음 날 또 감염내과에 방문해서 영문 음성 확인서를 받았다.


여러 이슈가 이었지만 무사히 출국 준비를 마치고,

출국 전날, 남자친구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출국 (Departure)


D-Day, 출국날 아침이 밝았다.


회사에서 공항 리무진 콜밴을 지원해줘서 아침 7시 20분쯤에 집을 나섰다.

남자친구가 고맙게도 공항까지 같이 가줬다.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정~~ 말 없었다.

탑승객보다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훨씬 많아 보였다.


공항에 도착해 수하물을 맡기고 시간이 남아서 지하 1층에 내려가 아침밥을 먹기로 했다.

다행히 이른 아침에도 문을 연 곳이 있어 남자친구와 함께 북창동순두부를 주문해서 먹었다.

출국 전 인천공항 지하 푸드코트에서 먹은 마지막 아침식사

출국 전날과 전전날 양식을 먹어서 한식을 못 먹은 게 아쉬웠었는데

마지막 출국 전에 남자친구랑 같이 한식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남자친구와의 출국 전 마지막 한식 식사...

먹다 보니 또 울컥했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뜨거운 북창동순두부찌개를 후후 불며

야무지게 먹는 남자친구를 보니 더 가슴이 미어졌다..

세상 맛있게 먹는 아이를 앞에 두고 우울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나도 순두부찌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뉴욕에서 먹었던 북창동순두부찌개에는 못 미치지만

인천공항의 순두부찌개도 충분히 훌륭했다.

(혹시라도 뉴욕에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꼭 뉴욕 한인타운에 있는 북창동순두부에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머나먼 뉴욕에서 인생 순두부찌개를 만나실 수 있다.)


이른 아침밥을 먹고, 은행에서 환전을 하고 나니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출국 전날 펑펑 울었기 때문에 출국 게이트로 들어갈 때 울진 않았다.

궁상맞게 보이는 게 싫어서 밝은 모습으로 인사하고 출국 게이트로 들어갔다.

출국 게이트 먼발치에서 V자를 그리는 남자친구

사실 코로나만 아니면,

서울과 도쿄는 가깝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2주에 한 번씩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다.

올해 안에 (11월쯤) 반드시 한국에 놀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제발 코로나 사태가 좀 진정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출국 게이트를 통과한 후

면세점에서 도쿄 지사 직원분들에게 드릴 작은 선물을 사고, 탑승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올라탔다.

대기줄도 없어서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대한항공 비행기..


비행기에 탔는데 탑승객이 정말 없었다.

전세를 낸 기분이다.

이 정도면 누워서 가도 될 정도지만

나는 지성인이기 때문에 얌전히 지정된 자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맸다.

텅텅 빈 도쿄행 비행기 기내 좌석들



오프라인에 저장해둔 유튜브 음악을 들으며 전세 낸 기분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가 출발했다.


비행기가 어느 정도 높이에 다다르니 서울이 한눈에 보였다.

서울에서 보낸 3년 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건

아니었지만

뭔가 벌써부터 서울이 그리워지는 기분이었다.


언제 다시 서울에 올 수 있을까...

만감이 교차했다.

창문 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서울을 보며 꼭 금의환향하리라 굳게 다짐해본다.

도쿄행 비행기 출발


유튜브 채널 딩고에 나온 성시경 킬링 보이스를 들으며 감상에 젖어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분이 입국 관련 서류와 코로나 관련 서류를 한 뭉터기 건네주셨다.

확실히 코로나 때문에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진 게 실감이 났다.


입국 서류를 열심히 작성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승무원분이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를 챙겨 주셨다.

탑승객이 너무 없다 보니 승무원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기분이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기내식은 아예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기내식 샌드위치

맛은... 매우 훌륭하진 않았지만 내 사전에 기내식을 남기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긴 먹었다.

샌드위치 친구야.. 허기진 내 배를 채워줘서 고마웠고.. 우리 다신 만나지 말자..☆


기내식을 다 먹고 다시 서류 작성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꼼꼼하게 서류를 작성하고 노래 2곡 정도 들으니 기내 안내방송이 나왔다.


" 우리 비행기는 곧 도쿄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 벌써????


서울에서 KTX 타고 부산 갈 때 보다 훨씬 빨랐다.

서울과 도쿄는 정말.. 정말 가깝구나 실감하는 순간이다.


입국 (Arrival)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연결통로로 걸어가다 보니 멀리서 일본 ANA 항공기가 보인다.

이것도 기분 탓인진 모르겠지만 나리타공항도 꽤나 한산해 보인다.

일본 나리타 공항 도착


공항연결통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도쿄올림픽 선수를 맞이하는 직원들이 피켓(푯말)을 들고 서있다.

도쿄올림픽 선수들은 이미 다 입국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우리나라 선수들도 몇몇 입국한 것 같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했다는 사실이 뭔가 자랑스럽고 영광이다.

올림픽 선수들은 일반 입국자와 다른 특별한 전용 패스로 입국하는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일반 여행자들 앞에는 험난한 코로나 입국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만 이렇게 입국절차가 까다로운 건지 모르겠지만

나같이 성격 급한 사람에게는 상당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절차였다.

게다가 일본어를 아는 나도 골치 아픈데 일본어를 모르는 분이면 더 힘들 것 같았다.


혹시 앞으로 일본 입국할 예정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2021년 7월 말 시점 기준 코로나 검사 관련 절차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일본 입국 전까지 일본 후생노동성의 코로나 관련 설문표 작성하고 QR코드 스크린샷 반드시 저장하기.

* 설문 링크 : https://arqs-qa.followup.mhlw.go.jp/#/

위 설문 링크에 들어가서 설문에 응답을 완료하면 QR코드가 보이는데 그 QR코드를 입국 후 검역 절차에서 직원에서 제시해야 하므로 꼭 캡처해서 저장해둬야 한다.


2. 일본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3개 다운로드하기 

앱스토어에 들어가서 아래 3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야 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스마트폰 [설정]에서 언어를 [일본어]로 변경해두는 게 좋다.

1) Overseas Entrants locator : 격리자의 건강상태 및 현재 위치 확인 앱

2) COCOA : 코로나 확진자 접촉 시 통지하는 앱

3) My SOS : 영상 전화를 통한 격리자의 건강상태 보고 및 현재 위치 보고하는 앱


3. 공항 검역소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서 서류 제시하기

공항에 도착하면 엄청난 인파의 검역소 직원들이 입국자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입국 전 응답한 일본 후생노동성 코로나 설문 QR스크린샷, 비행기에서 작성한 코로나 관련 서류(자가진단표, 서약서 등)와 여권, 그리고 영문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구비해두고 바로바로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둔다.


< 검역 절차 시 필요한 서류/준비물 체크리스트 >

1. 여권

2. 일본 후생성 코로나 자가진단 설문 응답 QR 스크린샷 사진

3. 비행기에서 작성한 코로나 관련 각종 서류(자가진단표, 서약서 등)

4. 영문 코로나 검사 음성 확인서 (입국 72시간 전 국내에서 받은 PCR 검사 결과)

5. 일본 자가격리 앱 3개(Overseas Entrants locator, COCOA, My SOS)



4. 검역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코로나 검사 응하기

입국 수속을 위해 일본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한 차례 진행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콧구멍과 목구멍에 꼬챙이를 찌르는 방식이 아니라

용기에 일정량의 침을 뱉는 방식으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한다.  

주의할 것은 검사 30분 전에는 음식물을 섭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직원이 작은 용기를 건네주며 공중전화 부스 같은 개별 부스로 가서 침을 모아 오라고 말한다.

부스로 갔더니 벽에 레몬 사진과 매실 장아찌 사진이 붙어 있었고,

"신 음식을 먹는다는 상상을 해보세요"따위의 문구가 일본어로 적혀있었다.

그리고 영어로는 심플하게 'Imagine...'라고 적혀있었다.

(매실 장아찌를 잘 아는 외국인이 얼마나 있을지 살짝 의문이지만

레몬 사진도 있으니 의도하는 바가 뭔지는 대략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짓말 같겠지만 진짜.. 이런 사진이 붙어있었다.

매우 신박하고 기발..? 한 방법이었지만

레몬을 생으로도 씹어먹을 정도로 신 음식을 잘 먹는 나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어쨌든 침을 뱉는 코로나 검사가 끝나면 여권 뒤에 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그 스티커에 적힌 숫자 맨 뒷자리 3자리가 내 검사 번호다.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 세 자리 번호를 부르니 놓치지 않고 잘 듣도록 한다.


5. 자가격리 앱 설정 방법 설명 듣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직원으로부터 자가격리 앱 사용방법을 설명 들어야 한다.

직원분께서 미리 설치해둔 자가격리 앱의 기초 설정 방법과 사용 방법을 알려준다.

위치 정보 확인 허용 설정, 앱에서 개인정보 등록, 구글맵의 위치 허용 등등..

직원이 "사용방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

당신의 설명이 너무나 명쾌해서 단번에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면 된다.


6. 코로나 검사 결과 나오면 입국 수속하러 가기

별의별 절차를 거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대기 의자에 앉아서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체감상 코로나 검사하고 1시간 내외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았다.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 안내 방송으로 여권 뒤에 붙여준 뒷번호 3자리를 호명하니

상시 귀를 기울이고 있도록 하자. (참고로 나는 멍 때리고 있다가 내 번호를 못 들어서

공항 직원분에게 재차 물어봤다.)


내 번호가 불리면 이제 입국 수속하러 가면 된다.


오후 2시에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340분 정도에 공항 밖으로 나왔으니

다 합쳐서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탑승객이 많거나 사전에 필요한 서류 구비가 늦어지면 2~3시간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하니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미리 취하고 가는 게 좋겠다.



'진짜' 도쿄 입성기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공항 입국 게이트로 드디어 나왔다.

일본 입국자는 대중교통이나 일반 택시 이용이 금지되어 있다.

가족 친지 또는 지인이 개인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거나 '하이야(hired car)'라고 하는 방역차량을 개별적으로 불러서 이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2~3만 엔(20~30만 원)으로 후들후들하다.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천사 과장님이 공항까지 차를 타고 마중 나와주셔서

무사히 호텔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약 1시간 좀 넘는 거리인데 과장님과 부동산 이야기, 주식 이야기 등

미래 지향적이고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호텔에 도착했다.


내가 묵을 호텔에 도착하니 도쿄 지사장님과 부지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

별 볼 일 없는 일개 직원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호텔까지 오셔서 환영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몰랐다.

내가 체크인 수속 마치는 것까지 지켜보시고 환영인사를 건네신 후 다시 복귀하셨다.

너무 황송하고 감사해서 그 순간 앞으로 회사를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는 의지가 잠시 불타올랐다.


아오야마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오후 5시 반 정도였다.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서서 오후 5시 반에 목적지인 도쿄 시내에 도착.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린 대장정이었지만 무사히 입국해서 다행이다.


14일 간 자가격리 기간이기 때문에 당분간 밖에 나돌아 다니진 못하긴 하지만,

앞으로의 도쿄 생활이 기대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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