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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er Mar 20. 2022

흔들리는 악플 속에서 네 관심이 느껴진 거야

[시트콤이 체질] 악플에 유쾌하게 대처하는 법



#시트콤이 체질 ep1. 한밤중에 디스코팡팡



올해 일본에 머무는 동안 음식 관련 사업 아이템 발굴하기 위해 최근 일본의 식문화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관찰하던 중,

일본의 편의점과 밥집 문화가 굉장히 독특하고 편리하다고 느껴서 내가 경험하고 느낀 바를 브런치에 올리기로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을 쓴 후 발행 버튼을 누르니 어느덧 밤 11시 반이 훌쩍 지나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려던 바로 그 순간,

책상 위의 모니터가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몇 초 후 책상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 지나니 온 집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인가 보군.'


보통 지진이 와도 몇 초 가볍게 흔들리다가 그쳤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러다 말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흔들리는 게 심해지더니 속이 좀 안 좋아질 정도로 세게 흔들렸다.

일본에 살면서 겪은 지진 중에 이렇게 큰 지진은 2011년 3월 이후 처음이었다.

미쳐버린 SBS 개표 방송 (출처: SBS)

얼마 전 SBS 대선 개표 방송에서

대선후보들이 디스코팡팡을 타는 장면을 보고 한밤중에 빵 터졌었는데 그게 내 일이 될 줄이야..(맙소사)


도쿄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약 70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고, 대중교통도 다 멈춰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귀가 난민이 속출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쓰나미 경보까지 울리는 바람에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집 바로 앞에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ㅎ)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회 인프라가 끊겨 버리니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얼마 후 쓰나미 경보가 해제되어 그제야 마음을 놓고 잠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비가 오나 지진이 오나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세상은 너무도 평화로웠다.

지하철 안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마치 어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온했다.

아무리 인간이 아등바등 대도 자연 앞에선 무력해진다는 걸 일본 사람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 삶과 죽음 앞에 초연해진 걸까.

산다는 건 뭘까..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브런치에 '일본이 먹고살기 좋은 이유'라는 글을 올리자마자 지진이라니...ㅎ

다음 글은 '일본이 먹고살기 ㅈ같은 이유'로 글을 올려야 하나..?^^;;


정말 인생의 매 순간이 시트콤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명언 짤^^ (출처: 인스티즈)



#시트콤이 체질 ep2. 흔들리는 악플 속에서 네 관심이 느껴진 거야



짧은 순간이었지만 한밤중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지진을 겪고 나니 전날 일본이 먹고살기 좋다는 글을 괜히 올렸나 싶었다.

가뜩이나 요즘 글 쓰는 데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글에 대한 반응도 시원찮아서 브런치에 글 올리는 걸 잠시 중단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핸드폰 대기화면에 브런치 알림 화면이 뜨는 게 아니겠는가.

내용을 확인해보니 '글 조회수가 1000을 넘었다'는 알림이었다.

평소 내 브런치에 1000명이나 올 일이 없는 데 이게 무슨 일이지...?

... 설마..?

혹시나 해서 다음 메인에 들어가 보니..

오랜만에 다음 메인 등판..
내 주식 차트가 이랬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

하루 만에 조회수 5만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보다 어그로를 끄는 제목을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덕분에 바닥을 뚫고 끝없이 수직 하강하던 자신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역시 인간은 피드백을 먹고사는 존재인가 보다.


3일 만에 10만 조회수 돌파..(그 와중에 댓글 수 ㄷㄷ..)

이 글은 불과 3일 만에 조회수 10만을 돌파하고 부동의 1위였던 부동산 글을 제치고 단숨에 1위에 등극했다.(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데 진심이다.)

내 글을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건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부작용도 없는 건 아니었다.

늘어나는 조회수에 비례해서 부정적인 댓글악플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포인트가 그들을 불편하게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댓글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내가 일본을 치켜세우며 한국을 후려치기 했다고 오해하신 분들이 계신 것 같았다.  


'한국 물정을 잘 모르나 본데' 같은 댓글부터

'일본 생활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은 데 자신이 제대로 아는 분야에 대해 글을 써라'라든지

'(지금 쓴 내용에) 손목 걸 수 있냐'는 살벌한 댓글까지.. ㄷㄷ


이유 없는 반일 댓글이나 근거가 있는 비판적인 댓글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논리도 없고 맥락도 없는 악플에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처음엔 좀 당황했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나이였다면, 멘탈이 완전히 나가서 엉엉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7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며 수많은 진상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맷집이 길러진 덕분인지 

생각보다 타격감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내 멘탈이 이렇게 강했을 줄이야..)


처음에는 내 소중한 시간 아까워서 그냥 '신고' 및 '삭제' 버튼을 누르며 조용히 처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나는 일본 생활도 제대로 모르고, 한국 물정도 모르면서 아무 글이나 써재낀 파렴치한 친일파 쉐끼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분들의 뜨거운 관심♥에 조금은 부응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몇몇 댓글에는 답글을 달았다. 부디 내 정성이 그분들에게 닿길 바라며..♥(헤헿)





Title : 흔들리는 악플 속에서 네 관심이 느껴진 거야♪



유형 1. 지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뇌섹남 댓글러

일본에 사신 지 무려 3년이 다되어간다는 이분은 나에게 일본 생활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다며 3가지 근거를 들어 정성스럽게 훈계해주셨다. 언뜻 보면 굉장히 논리적(?)으로 쓰신 듯 하나, 근거로 드신 3가지 모두 살짝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정정해드렸다. (팩트 폭행러라 죄송합니다..ㅜㅠ)


 유형 2. 도르마무 댓글러

출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이분은 댓글을 삭제해도 도르마무처럼 계속 오셔서 득달같이 댓글을 다시길래 어쩔 수 없이 답글을 달아 드렸다. (댓글 다는 데 쓰는 시간 저한테 좀 파시면 안 될까요?^^) 댓글에서 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느껴진다. 나 또한 회사 면접 때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의 GDP 성장에 기여하고 싶어서'라고 찐으로 답했던 1인으로서, 우리나라가 변화를 거부하고 무조건 자기 나라가 최고라고 말하며 현실에 안주하다가 뒤처져버린 일본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열심히 공부 중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니까.


유형 3. 상황 정리를 자처하는 리더형 댓글러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요즘 가장 핫하다는 성수동에 살다가 일본에 다시 나온 지 6개월밖에 안됐는데..ㅎㅎ(긁적긁적.. 머쓱타드)

그래도 이분 말씀이 맞다. 항상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 독립할 능력이 없어서 일본에 살고 있는 1인으로서, 일본의 좋은 점만 쏙 빼서 한국에 가져가기 위해 일본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정신승리 개 행복❤️


#부록) 개인적으로 빵 터진 댓글

위의 두 댓글을 보고 거짓말 안 치고 육성으로 뿜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의 민족답게 한국인의 드립력은 진심 월드 클라쓰★다. 이분들의 유머 센스드립 능력본받아 나도 좀 더 재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큰 웃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도 그 센스와 드립력이 매우 탐나네요..)





#마무리: 악플에 유쾌하게 대처하는 방법



 글에 악플이 달린다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사실 그것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나를 더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덕분에 내가 쓴 글에 대해 한 번 더 되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됐다.


마지막으로 악플에 대처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꿀팁을 공유드리고자 한다.




<악플에 유쾌하게 대처하는 3가지 방법>

 

1. 측은지심 가지기

작은 핸드폰으로 정성스럽게 악플을 꾹꾹 눌러쓰는 악플러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자.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이 고팠으면 돈보다 귀한 시간을 갖다 버리면서까지 악플을 쓰겠는가. 남을 까내리며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사람들은 그만큼 내면이 황폐하고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다는 증거다. '악플을 다는 데도 노력이 필요한데, 나름 참 애쓰면서 열심히 사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자. 시간 아깝다.


2. 조회수 올려준 거에 감사하기

그 사람은 인생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평생에 한 번뿐인 그날 그 순간의 시간을 내 글의 조회수를 올려주는데 투자했다. 짧은 인생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내 글을 보고 댓글 다는 데 주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트래픽 유입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는 회사가 넘쳐나는 오늘날, 악플러들은 공짜로 내 글의 조회수를 올려주는 감사한 분들이다. 감사합니다 고갱❤️


3. 꿀잼 시트콤 한 편 본다고 생각하기

악플이 달리는 상황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웃음과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제3자의 시점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서 악플러들이 부들부들 대며 열폭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것만큼 재밌는 게 또 없다. 웃음이 터져 나올까 봐 참는 게 고역이다. 장난기가 많은 나는 그 모습을 보면 놀리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지성인이 되기 위해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세상엔 재밌는 게 왜 이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ㅎ





P.S. 항상 부족하고 미숙한 제 글을 보러 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글에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독자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저와 다른 의견을 남겨주시는 분들, 뼈때리는 조언을 주시는 분들, 저의 부족한 점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악플을 남겨주신 분들, 관심 주셔서 감사하고 조회수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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