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영화 '조디악'을 보고

by 담조

조디악 (2007)


ZODIAC


감독 : 데이빗 핀처

출연 : 제이크 질렌할(로버트 그레이스미스),

마크 러팔로 (데이빗 토스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폴 에이브리)

안소니 에드워즈 (윌리엄 암스트롱)

러닝타임 : 157분


요약 :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범인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언론사에 스스로 제보하며 연쇄살인이 일어날 것을 예고한다.

두 경관과 두 기자. 범인을 쫓는다.






Check point 1

1. 감독 : 데이빗 핀처 (David Fincher)

2. 1962년 8월 28일, 미국

3. 작품 : 하우스 오브 카드(드라마), 히치콕 드뤼포(2015), 나를 찾아줘(2014), 사이드 바이 사이드(2012),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 소셜 네트워크(2010),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패닉룸(2002), 파이트클럽(1999), 세븐(1995) 외 다수


Check point 2

1. 배우 : 마크 러팔로 (Mark Alan Ruffalo)

2. 1967년 11월 22일, 미국

3. 작품 : 나우 유 씨미2(2016), 비긴 어게인(2013),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2014), 비긴 어게인(2013), 나우 유 씨미 : 마술사기단(2013), 땡스 포 쉐어링(2012), 어벤져스(2012), 미라클맨(2010), 에브리바디 올라잇(2010), 셔터 아일랜드(2010), 눈 먼 자들의 도시(2008), 이터널 선샤인(2004) 외 다수


Check point 3

1. 배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Robert Downey Jr.)

2. 1965년 4월 4일, 미국

3. 작품 :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2016),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더저지(2014), 아메리칸 셰프(2014), 아이언멘 3(2013), 어벤져스(2012),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2011), 듀 데이트(2010), 아이언맨 2(2010), 셜록 홈즈(2009), 솔로이스트(2009) 외 다수


위의 체크포인트는 영화의 주요 정보만을 정리해 놓는 부분이다. 다음 영화를 선택할 때 참고 할 수 있는 자료, 즉 가지(branch) 중 큰 줄기 역할을 하는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단지 작가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흥미가 있어보이는 영화들만 제목을 기재 하였다.




** 아래 내용은 영화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 담겨있습니다. (스포주의)

Zodiac 2007 1080p Director Cut BluRay x264 AAC - Ozlem 0000020062ms.jpg '이 영화는 실제 수사 기록에 기초하였음.'


-1969년 7월 4일 / 캘리포니아, 발레이오

마이크(男)/달린(女). 늦은 밤 둘은 드라이브를 한다. 잠시 차를 멈춘 채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 검은색 차가 두 사람이 탄 차로 다가온다. 경찰인가. 남자가 뭔가 설명하려는 찰나, 총성이 울려 퍼진다.

여자는 그 자리에서 죽었지만, 남자는 살았다. 그리고 종적을 감췄다.


- 1969년 9월 27일 / 캘리포니아, 나파

브라이언(男)/세실리아(女).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섰다. 차를 대고 호수가 근처에 누워 둘 만의 시간을 보낸다. 여자가 멀리서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쓴 입은 남자를 발견한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점점 다가온다. 총을 들고 있다. 그에게 지갑과 차키를 모두 주었지만 그는 두 사람을 밧줄로 묶는다. 그리고 칼로 무참히 찌른다.

여자는 그 자리에서 죽었고, 남자만 살았다.


-1969년 10월 11일 /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한 남자가 택시를 잡는다. 뒷 자석에 남자를 태우고 택시가 출발한다. 이윽고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한다. 기사가 돈을 받으려는 찰나, 뒷자리에 있는 남자가 택시기사의 머리를 잡고 뒤통수에 총을 쐈다.

택시기사는 죽었다. 그리고 택시 안에서 지문이 발견되었다.


- 1970년 3월 22일 / 캘리포니아, 모데스토

늦은 밤, 한 여자가 운전을 하며 가고 있다. 뒤에서 검은색 차가 클락션을 울린다. 차를 길가에 세우자, 그 차도 따라 세운다. 오른쪽 뒷바퀴가 헐겁다며 끼워주겠다고 한다. 여자는 불안하지만 그러라고 한다. 조수석에 갓난아이가 엄마를 보챈다. 다 했다는 얘기를 듣고 차를 출발했다. 얼마 나가지 않아, 바퀴가 차에서 빠져버렸다. 앞서간 줄 알았던 검은색 차가 돌아온다. 카센터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차를 타고 따라나섰다.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카센터를 지나친다. 카센터를 조금 지나 인적이 없고 어두워지자, 남자가 말한다. "널 죽이기 전에, 아이는 창 밖으로 던지지."

그러나 여자는 아기와 함께 차에서 탈출하여, 지나가던 다른 운전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위의 사건은 자신을 '조디악'이라 칭하는 남자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유명해진 이유는, 그가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을 드러내고 다음번 살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Zodiac 2007 1080p Director Cut BluRay x264 AAC - Ozlem 0000858358ms.jpg 조디악이 편지와 함께 보낸 암호문. 여기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다고 한다.


세 번째 살인사건 후, 데이빗과 윌리암이 사건 수사의 담당자로 배정되고,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에서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용의자는 많고 증거는 나오질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범인을 쫓는다.


조디악이 편지를 보낸 신문사의 삽화가인 로버트는 조디악에게 집착한다. 그의 암호나 그가 보낸 편지, 그의 생각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한다. 같은 신문사 기자인 폴 또한 조디악에 대해서 기사를 쓴다. 폴은 위의 4개의 사건 외에 66년 10월 30일에 리버사이드에서 있었던 살인사건 또한 조디악이 범인임을 밝혀내고, 계속해서 조디악의 행적을 쫓는다.


수많은 제보와 용의자들. 경찰은 그 속에서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내지만, 그를 정확히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 수사는 지연되고 모두가 지쳐간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담당 수사관이었던 윌리엄은 조디악에 대한 수사를 포기한다. 데이빗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수사를 그만두게 된다. 폴은 알콜 중독으로 다니던 신문사도 조디악도 포기한다.

Zodiac 2007 1080p Director Cut BluRay x264 AAC - Ozlem 0006431611ms.jpg 폴은 더 이상 메이저 신문사의 기자가 아니다.


신문사의 삽화가였던 로버트만이 조디악에 대한 조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아내와 아이들이 떠나고 직장을 내려놓고서라도 계속해서 조디악을 쫓는다. 필체와 지문이 일치하다는 것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모든 정황 증거상 유력한 용의자 한 사람을 찾아낸다. 그가 분명하다. 로버트는 자신이 수집한 모든 자료를 토대로 '조디악'이라는 책을 낸다. 그리고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91년 8월 16일. 결국 경찰은 첫 살인 사건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마이크를 찾는다. 그리고 그로부터 증언을 받아내었고, 첫 사건이 발생한 지 25년 만에 용의자에 대한 기소가 진행된다.




지난번에 본 영화 데몰리션에 이어,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영화가 '조디악'이다.


'조디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와 피해자 이름, 수사했던 경관과, 기자의 이름을 실제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 물론 모든 내용 또한 마찬가지다. 이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가 수년간 지속된 만큼, 수사내용도 방대하다. 그것들을 최대한 많이 영화에 담으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157분이라는 러닝타임 또한 이것을 말해준다.)


이 영화는 (몇 안되지만 내가 보았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내가 아는 살인 영화의 대다수는 살인으로 인한 피해와 유족들의 아픔을 드러낸다거나, 범인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유년시절을 표현한다거나, 살인을 통해 사회의 불합리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메시지보다는 수사 자체의 진행에 초점을 맞췄다.


위에서는 내용을 짧게 정리했지만, 160분 정도의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경찰이 수사하고 조디악을 찾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단순히 '몇 년 후'라는 자막 하나로 시간을 훌쩍 뛰어넘지만, 현실에서는 그 한 달, 한 달이 일 년, 일 년이 버텨내야 하고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다. 내가 수능에 실패하고 재수했을 때, 똑같은 공부를 1년만 더 하는데도 진저리가 쳐졌다. 그런데 같은 사건으로 1년, 2년도 아닌 10년을 수사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수사를 시작하고 3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의 내용이다. '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모든 정황 증거가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정확한 증거인 지문과 필체가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그를 범인으로 기소하는데 실패하고, 3년 동안 쉬지 않고 그를 쫒아온 담당 수사관은 실의에 빠진다. 그가 말한다.


"가장 최악인 건 그가 범인이기를 바란 건 지 수사를 끝내고 싶었던 건 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는 몇 일간의 휴가를 가졌고, 업무에 복귀했다.

Zodiac 2007 1080p Director Cut BluRay x264 AAC - Ozlem 0005435456ms.jpg

또 4년이 지난다. 데이빗과 호흡을 맞추어 수사를 진행했던 윌리암이 다른 부서로 전출을 요청한다. 데이빗에게 고백한다. "더는 못 버티겠어. 애들 크는 것도 보고 싶고".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너무 길고, 지루하고, 좀처럼 범인은 잡히지 않고.. 두 시간 동안 사이다 없이 고구마를 꾹꾹 눌러 먹은 기분이었다. 영화에서 끊임없이 쏟아내는 정보들과 증거, 증언, 용의자, 사건들에 대해 정보를 머릿속에 넣는 것 만도 집중력이 부족해지는 기분이었다. 영화를 보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고작 2시간 반 동안 사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무거운데, 그 오랜 시간 사건을 수사한 담당자들은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감독은 이렇게라도 조디악을 잡기 위해 수고한 분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수고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며 또 한 가지 질문이 있었다. "로버트(삽화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 조디악을 쫓는가."


Zodiac 2007 1080p Director Cut BluRay x264 AAC - Ozlem 0008790421ms.jpg 수 년간 조사한 자료들. 가족들은 떠나고 없다.


그는 기자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었다. 피해자도 유족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경찰마저 수사를 포기한 시점에도 포기하지 않고 조디악을 쫓는다. 이는 취미생활을 즐기듯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그는 어렵게 다시 얻은 가족을 잃었고 직장을 잃었다. 이혼한 아내가 로버트를 찾아와 묻는 물음에 로버트가 대답한다.

"누군지 알아야겠어. 그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면서, 그가 범인이 맞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왜 로버트가 해야 하냐고 아내가 다시 묻는다. 그리고 로버트가 대답한다.

"아무도 안 하니까."


진실에 대한 갈망. 누군가 거짓을 말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불합리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할 때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는 잘못한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그것마저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내고 밝혀내고 싶은 마음. 로버트는 이를 너무도 잘 드러낸 캐릭터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실존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로버트는 모든 증거를 가지고 다시 한번 '리'가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그리고 담당 수사관을 찾아간다. 로버트가 가지고 온 증거들. 분명히 리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증거들. 그러나 지문과 필체가 없다. 수사관은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결국 지문과 필체가 없으면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다.

로버트가 대답한다.


"입증할 수 없다고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죠."


부정한 일을 통해 이익을 취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숨긴다. 은폐하려 하고 본인의 책임을 지워버리려 한다.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어려움 따위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나만 괜찮으면 상관없나 보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시국이 생각이 났다. 살인사건은 아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살인도 있었을 누가 알겠는가) 잘못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발뺌하는 사람들,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편에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 두 달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특검이나(한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특검이 현재 이렇게 신속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박영수 특검이 정부예산이 나오기도 전에 사비로 사무실 임대료와 기타 비용을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게시글을 보았다. 나로서는 전해지는 내용들과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참 어려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참으로 대단하고 또 고맙다. 부디 그분들의 노고에 부합한 결과가 나오기를.) 세월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지금도 현수막을 걸고 애쓰는 시민단체나,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는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 촛불 하나하나. 한 네티즌 수사대는 장장 8시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게시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로버트는 결국 '리'를 범인으로 기소하거나 체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디악'을 드러낸다. 그가 수사한 모든 자료를 책으로 냈고,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리고 수사의 자료가 된다.


다시 한번 애쓰시는 특검의 노고를 치하하며, 작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는 하나하나의 로버트들. 우리나라의 국민들에게도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 영화를 보며,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는 소망을 다시 한 번 품어본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다.

부디 시국이 마무리되는 시점, 우리 모두 작게나마 웃을 수 있기를.


83년 로버트는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리'를 찾아간다. 그는 가게에 평범한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눈에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로버트는 그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30초간 로버트는 알았다.


'네가 범인이구나.'


#조디악 #ZODIAC #데이빗핀처 #제이크질렌할 #마크러팔로 #로버트다우니주니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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