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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Jun 04. 2023

극 J 딸과 극 P 엄마의 유럽여행

무사히 여행할 수 있을까?



"엄마, 파리가서 하고싶은 거 있어?"


"아니. 가서 되는 대로 하면 되지."


"아니, 그러니까. 뭐 먹고싶다거나. 아니면, 박물관에 가고 싶다거나."


"나 박물관 시러."


"알았어. 그럼 디올갤러리는 괜찮아? 그건 엄마 좋아하는 옷이랑 가방 쭉 전시된 건데."


"나 그런건 좋아."


"알았어. 그거 예약할게. 그럼 먹고싶은 거는?"


"가서 보이는 거 먹음 되지."


"음....그럼 프랑스 가정식이 있고, 한식이 있는데."


"가정식 먹지 뭐. 한식은 한국 오면 먹으면 되니까."


그렇게 대화가 몇 번 이어지고, 나는 엑셀로 짠 여행 계획서를 메시지로 보냈다.

답이 없다.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이런다. 


"난 잘 모르겠고. 가서 되는대로 가면 되지 뭐."


아......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나는 극 J형 여행자이다. 물론 나도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서 계획을 모두 그대로 이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하고싶은게 있다면 뭔지, 어떻게 동선을 짤지, 뭘 먹을지는 어느정도는 정해두고 가는 편이다.

엄마와 유럽여행은 옛날 옛적 가족 패키지로 갔던 게 다라서 난 정말 울 엄마의 성향이 이럴 줄 몰랐다.

아, 해외여행을 안 가보신 분이면 감이 없으실 수 있겠지만 국외 여행 많이 다니셨다. 물론 패키지로.


무려 보름이다. 파리 In 파리 Out 인데 가고싶은 곳 있냐니까 자기는 데리고 가는대로 갈 거란다. 그래서

엄마의 연령과 체력을 고려해 3일에 한번정도는 쉬는 날을 배정해놓고 여행계획을 짰다. 그런데 그걸 들여다

볼 생각도 않는다. 그럴 수 있다. 딸이 다 알아서 데리고 다닐 건데 하는 믿음. 그런데 난 불안하다. 

"되는대로" 라는 말이 너무 너무 너무 x100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이상하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유럽을 가는데 언제 또 나이 든 엄마와 그 코스로 그 돈을 들여 여행을 할수 있을까 싶은 거다. 그래서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뭘 먹고싶을지를

알아내서 경험하게 하고 싶은데 대부분 돌아오는 건 니맘대로 해라 였다. 저 위에 대화는 양호한거다.

여행지인 남프랑스와 스위스, 파리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도 시시 때때로 보여드리고, TV프로그램에 나온 여행지 관련 프로그램도 보여드리면서 이거저거 계속 물어보았지만 반응은 거의 대부분이 뜻뜨미지근~했다.


  J들은 예측되지 않은 돌발상황과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예민하다. 물론 머리로는 엄마가 다니다 힘들면 쉴 수 있고 다니다 뭔가 맘에 안 들면 말할수도 있겠지. 그런데 한두가지 꼬이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 일정이 꼬여버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보름을 다닐 수 있을까?

이래서 사람들이 효도관광은 무조건 패키지라고 하는 걸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패키지를 뒤늦게 알아봤지만 패키지는 더 빡셌다.

엄마도 나도 저질체력이기 때문에 사실 패키지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어릴 때처럼 해외여행을 앞두고 설렘만큼이나 걱정이 앞서는 건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무튼 여행은 D-2?일. 

보름치의 엑셀파일은 이미 작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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