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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Jun 27. 2023

드디어 터지고야 말았다

출국 4일 전, 엄마의 ??이 결국 터졌다



* 주의 : 모든 것은 거짓없는 실화입니다.





"야. 나 수술실 들어가."


"엥? 뭐라고?"


D-4.


점심시간에 부재중이 들어와 있어 전화를 걸었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수술실 들어간단다.

엥?


며칠전부터 엄마는 계속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했고 두통도 심하다고 했다.

내심 출국 전에 아프면 어쩌나 해서 약 먹고 몸관리 잘하라고만 했는데....수술이라니...

어쩐지 다 순조롭다 했다.


"어디가 아픈건데? 어디가? 큰일이야? 뭐야?"


"응. 맹장이래. 떼야된대."



일단 아주 큰 수술 아니라서 조금 안도.

그렇지만 일단 끊어놓은 비행기표와 숙소와 이것저것들이 지나갔다.

기백만원이다.

엄마한텐 조금 미안하지만 작은 돈은 아니기에.


"엄마, 여행은 좀 미루거나 취소해야 되지 않을까? 개복수술을 했는데 비행기를 어떻게 타."


"걱정마! 요즘 맹장수술은 괜찮대. 그거 복강경이라 크게 문제 없을거 같아."


"아니 복강경이고 뭐고 여행이 되겠어? 그거 하면 걷지도 못할텐데. 위험하기도 하고."


"아냐. 내가 얼마나 기다린 여행인데! 가고말거야. 끊어!"



아 엄마........



회사에 있던 나는 어차피 장기 휴가를 내느라고 처리할 일이 산더미인데다 휴가를 쓸 상황이 아니어서 도저히 엄마에게 갈 상황이 아니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빠도 일이 있어 갈 수 없었다.

엄마는 씩씩하게 혼자 택시를 타고 가 근처 종합병원에서 혼자 수술을 받으셨다.

그리고는 주치의 두명에게 확인해봤는데 비행기 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강조했다.


나는 그래도 불안했다.

그래서 업무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병원은 문이 닫혀있었고 입원환자에게 전하는 물품 외에는 어떤 것도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입구에 서서 주치의를 연결해달라고 했지만 개인정보를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다.

면회시간에 찾아와서 환자와 같이 듣는 것만 가능하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엄마에게 필요한 물품만 전달해달라고 맡긴 후 집으로 돌아왔다.


전화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수술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고 나는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너무 아파서 뭐라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출국은 3일 후.


"엄마. 그렇게 아프고 대화도 안 되는데 갈 수 있겠어?"


"일단 된다고 했으니까. 좀더 기다려봐."


"..........아니, 조금 늦추면 어때. 나는 일정이 있으니까 먼저가고. 엄마 표만 좀 늦추면..."


"오늘만 좀 지나보고. 기다려."


찜찜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포탈사이트에서 맹장수술을 몇시간 동안 검색했다.

그래도 1주일동안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수술 후 3일만에 비행기를 탔고 아무 문제 없었으며, 지식인의 전문의도 요즘은 비행기 타는 것에 문제없다는 글도 있었다. 하지만 걷는 것도 힘든 엄마를 모시고 가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모르겠다. 대 혼란의 연속이다.

과연.......우리 모녀, 무사히 여행갈 수 있을까?




추가.

다음날 주치의선생님께선 장까지 염증이 부에

끝부분을 살짝 잘라냈다며 고통이 심했을텐데 어떻게 참으셨냐고 했다. 거기다 엄만 무통주사 부작용으로 비급여로 사놓고 결국 쓰지못하고 고난의 밤을 보내셨다 한다. 하지만 엄만 덧붙였다.

"아파서 정신없어가지고 못봤는데 의사선생님 진짜 잘~생기셨드라야."


엄마 괜찮네. 살아있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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