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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서 까르보불닭에 도전하는 프랑스인들

겨울 유럽여행기-아이슬란드편

by 길 위의 앨리스 Dec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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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매워요. 엄청 매워요."

"그래요? 나 이거 유명해서 사와 본건데 기대되네."

"음. 맵다구요. 엄청."

"와우."


이 대화는 12월 초 아이슬란드 어느 호스텔 키친에서 프랑스남자와 홍콩여자의 대화를

한국어로 재구성해 옮긴 것입니다.


그렇다. 아이슬란드다. 해외 나간다고 컵라면에 밑반찬에 고추장 바리바리 싸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닌 내가 이상하게도 이 동네는 오자마자부터 매운 컵라면에 국에 먹지도 않던 카레라이스가 먹고 싶었다. 다행히도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가 누룽지며 즉석국(요즘은 동결건조 제품으로 잘 나와서 종류별로 아주 가볍고 작게 나온다)을 보내줘서 그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어느날이었다.


 호스텔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국적의 젊은 친구들을 오며가며 만날 수 있었다. 식사시간의 풍경도 각양각색. 빵 하나 사와서 먹는 사람도 있는반면 중국인들은 채소나 고기를 사서 볶고 삶아 요리를 해 먹는 편이다. 홍콩, 한국인들은 컵라면을, 유럽인들은 파스타 등을 삶아 한그릇 음식을 먹는 편.(술만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동양인은 대부분 중국계(본토, 홍콩, 대만)인데 홍콩 출신들은 영어가 비교적 유창해 그런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유럽계들은 서로 각자 나라나 문화에 대해 깊은 이야길 나누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여행꿀팁 공유는 만국공통.


 아이슬란드 입국 후 시내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고추장 쌈장 된장에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까지 파는 걸 보고 조금 웃었다. 한국인이 그렇게도 많이 오나? 하면서. (당연히 봉지라면 기본컵라면 김치까지 다 팔더라는.)


그런데 어제 그렇게 난장을 치며 크게 음악 틀고 지네끼리 방에서 좋~다고 흔들던 그 녀석들이 불닭볶음면을 사들고 주방에 들어온 것이었다.


 속으로 푸흡. 비웃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니들이 그거 과연 먹을까? 싶었다. 솔직히 어제 저녁부터 클럽처럼 음악 틀어놓고 고성방가를 뿜어대던 촌뜨기 프랑스 남자애들에 대한 비호감도 조금 있었고(호스텔에는 quiet hour가 분명히 있고 그 시간이 아니더라도 온 호스텔이 울리도록 음악을 트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짓은 분명하다) 그래서 한번 매운맛 디지게 보고 엉덩이에서 한번 불맛도 봐봐라 하는 심술도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끼지는 않았지만 프랑스건 홍콩이건 까르보 불닭이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대체 어디서 유명해진 거지?) 아주 기대에 찬 그들은 끓는 물을 부어놓고 잔뜩 들떠서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물을 붓고 이렇게 저렇게 섞고 (설명이 써있지만 착한 홍콩여자분이 자세히 알려줬다) 드디어 그들의 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우 마덜 갓!!!!비스무리한 말들이 터져나오면서 난리가 났지만 좋다고 낄낄댔다. 잘 못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보단 잘 먹었다. (젊은이의 패기란)


 물론 그 이후.....그 때문이었는지 어떤진 몰라도 그들은 어제 밤 틀었던 그 시끄러운 음악을 단체로 남자 화장실에서 감상하기 시작했다. 어제 그들에게 태클을 건 사람은 없었는데 오늘은 참기 힘들었는지 한 남자가 그들에게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여기가 니네 집이냐? XXXXing 시끄러우니까 끄라고! @#$%^^) 결국 호스텔 관리자로 보이는 여자분이 그들의 화장실에 노크를 하고는 조용히 뭐라 말을 건네자 그들의 음악소리는 사라졌다. 그들의 엉덩이는 불맛을 봤을까? 모를 일이다. ㅋ


지구 유일무이한 풍경. 아이슬란드.지구 유일무이한 풍경.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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