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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Jun 27. 2022

빌런 보존의 법칙 속 생존기

인생은 끝없는 놈,놈,놈의 습격이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 3%의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의미인데 우스갯소리로 내 조직 안에 또라이가 없으면 내가 그 또라이라는 얘기도 있다. 참 재미있게도 학교를 포함한 조직생활 총합 30년을 넘어서는 나로서는 이 법칙만큼 예외없이 적용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우리는 전부 다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생각한다. 똑같은 영화를 보고서도 완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인지라, 빌런이란 말 조차도 상대적인 개념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형화를 해본다면 각자 한번쯤은 겪어본 적 있는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주변의 빌런들을 모아모아, 내가 쓴 대응책도 한번 공유해본다.



* 실제 내 주변에 있는 빌런의 유형들을 사례별로 모아봤음.



제1유형. 부정형 인간.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부정적으로 피드백하는 인간들이 있다. 때로는 까다롭다 내지는 심미안으로 포장되기도 하는 이 유형은 대화를 하기 싫게 만든다. 뭔가가 싫다, 별로다 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 대안은 내놓지도 않으면서 밑도 끝도 없이 부정만 하는 인간들이 있다. 만나서 밥 먹는 것조차도 메뉴가 맘에 안 든다며 이것도 저것도 싫다고 하는 인간. 일을 하다가 안을 냈더니 별로다, 거지같다는 다소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치 않는 인간. 최악이다. 본인이 내는 안도 거지같다고 무차별하게 까는 인간이면 인정. 그런데 지가 하는 건 다 괜찮고 남들이 하는 건 다 별로라는 인간 진짜 별로다. 대화를 하고나면 기가 쪽 빨려나가는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런 인간은 짧고 굵게 똑같이 돌려주는 게 좋다. 니 보고서 쉰내 나. 니가 쓴 글 감정과잉이야. 구려. 이렇게. (물론 잘 돌려 말해야겠지)



제2유형. 원초적 빌런.


어, 나 원래 그렇잖아. 라는 말로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는 인간. 정말 할말 잃게 만든다. 보통 이런 말을 붙일 땐 사회통념상 참 예의없거나 싸가지가 없는 언행을 할 때 뒤꼭지에 붙이는 말이다. 사람 무안하게 말을 한다던가 사람 말 끊어먹는다던가 무시를 한다던가 등등등. 그렇게 원래 예의없고 원래 남 생각을 안 할 거면 혼자 사시지 회사에는 왜 기어나와서 남들 스트레스 주고 지랄이세요? 제 말투도 원래 그러니까 이해하던지요. 라고 나도 말하고 싶다. 하지만 문명인이니까 참아주는거다. 그렇게  원래 하던대로 기저귀 차고 똥오줌 못가릴 거면 다시 엄마아빠한테 가서 좀 배우고나 오던가. 사회라는 세계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느라 막말을 안 하는 건데 그걸 자신이 대단히 잘 나셔서 사람들이 반박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 정말 무식한 인간유형이다.  이런 인간도 그대로 돌려주는 방식이 잘 통한다. 그럼 버럭 하겠지. 그때 말한다. "저 원래 그런거 아시죠? 돌려서 말 못하는거. 부장님이 이해하세요~"



제3유형. 뒷담화 형.


앞에서는 맞장구치고 정말 입안의 혀처럼 굴면서 뒤에서는 입에 담지도 못할 말로 사람을 가루가 되도록 까는 사람. 앞과 뒤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건 좀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저 인간이 뒤에서는 저렇게까지 생각을 하고있나? 싶은 수준으로 한 사람을 뒷담화로 패는 스타일. 그것도 뒤에서. 그런 인간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가 앞에서 잘 해줘도 뒤에서 깔꺼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본인이 아무리 잘 해줘도 그저 가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인간은 최대한 상종을 말아야 한다. 친하게 지내려고 다가오면 단답형으로 친다. 잘해주면 고마워. 하고 화장실에 간다. 그리고 뒷담화를 시작하면 말을 돌린다. "아, 나 부장님이 아까 뭐 물어보셨는데 뭐였지?"



제4유형. 일진놀이 형.


타겟을 정해놓고 그 타겟을 둘러싼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나 여론을 조성하면서 공공의 적을 만드는 사람. 질이 별로 안 좋은 스타일이다. 이런 사람은 평이 갈린다. 타겟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거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초딩때도 안 하던 일진놀이에 취해있는 유치하고 자존감이 바닥인 유형이다. 교묘한 스타일이라서 멀리서 보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한명 두명 겪은 사례가 늘고 오래 지내다 보면 다 보인다. 유치하고 비열한 거. 이런 인간은 시간과 거리두기가 답이다. 타겟이 아닐 땐 적당히 웃어주고 맞장구 쳐주면서 뻘짓하는 걸 지켜보다보면 재밌다. 남들은 자기가 잔대가리 굴리고 있는 거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본인이 그렇게 똑똑하면 같은 회사 입사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머리가 좋다. 자기만 모른다. 지 일진놀이 하고 자빠졌다는 거. 타겟일 경우에는 확실히 화살을 받아낼 준비를 해야한다. 내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줘야 놀잇감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나 그냥 당하는 것도 방법이다. 왜냐면 신나서 더더더 하다보면 사람들이 그를 더 싫어하게 된다. 그렇게 사내 또라이 1인자가 되어있지. 너만몰라.




제5유형. 무책임 형.


사람은 좋은데...로 시작하는데 우린 안다. 사람이 착하단 말은 칭찬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걸. 겉으로는 말 참 예쁘게 하고 배려하는 척 걱정해주는 척 하는데 척만 하고 자기 할일을 은근히 미루는 유형이다. 나는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자기 할일 앞에서 쓱 빠지는 인간. 정말 복장을 터뜨리는 인간유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은 정말 사람 자체가 아예 나쁘지는 않아서 딱히 꼬집어서 뭐라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이 인간이 일을 미룰 때나 제대로 일을 안할 때 흥분해서 펄펄 뛰면 나만 나쁜 놈 된다.  이런 유형도 똑같이 돌려주는 방법이 제일 좋다.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선 긋기. 부장님. 힘드시죠? 저도 너무 힘드네요. 그래도 보고서는 내일까지 보내주셔야 해요. 꼭이요! 하고 말이다. 그래도 안한다? 내깔려 둬야지. 호의가 지속되면 뭐다?



제6유형. 돌려깎기 형.


앞선 유형들과 보통 결합해서 나타날 때가 많은데 뭐 그렇게 상대를 까내리는지. 그렇게 돌려깎기 해대는데 턱은 남아나는지 모르겠다. 보통은 상대가 곤란할 만한 거리로 질문을 던지거나 말을 꺼내면서 깐다. 제2나 제4유형처럼 자존감 바닥 플러스 자격지심 쩌는 인간인 경우가 백프로다. 이런 인간들은 돌려깎되 좀 임팩트있게 까주면서 한방을 먹이는 방법과, 대놓고 묵직한 돌직구로 멕여서 다신 아가리 파이팅 못하게 하는 방법이 좋다. "요즘 이혼이 트렌드라는데 애없는 부부들은 좋겠어. 트렌드 따라가도 부담없어서." 라는 말을 하는 부장님이 계시다면 "부장님, 트렌드라면 애있는 부부로서 선빵 한번 날리심이 어떻습니까." 라던지 "이혼하고 싶으시면 용기를 내세요 부장님!" 라고 웃으며 던져보기. 포인트는 웃어야 한다.




 물론 여기 있는 빌런 유형 외에도 많은 놈놈놈들이 있다. 어찌보면 인생은 그러한 놈놈놈에게 당하고 퇴치하고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회사에 다니면서 일 자체가 힘들단 생각은 거의 안해봤다. 항상 사람이 문제다. 그놈의 사람. 하지만 늘 명심해야 할 것은 나도 누군가에겐 빌런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모르고 빌런이 되었을 수 있다. 그것까지는 나도 부족한 인간인지라 어찌할 수 없지만, 최고는 아니어도 보통의 동료가 되도록은 노력하자. 주둥이 좀 닫고 하고싶은 말 참고. 그리고 내 일은 내가 똑바로 하고. 그것만 해도 기본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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