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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Jun 29. 2022

 어쩌면, 태도의 문제

내겐 너무 불쾌했던 배달원 


 며칠 전, 나는 우회전을 하려고 사거리에 들어섰다. 내 앞에는 배달하시는 분의 오토바이가 서 있었다. 그분은 직진을 하려는 듯 정지중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경적을 살짝 울렸다. 그러자, 그분이 뒤돌아보며 오토바이를 슬슬 뒤로 오기 시작했다. 뭐지. 경적 눌렀다고 보복운전 이런거 하려는 건가? 그분은 뒤로 오다가 

왼쪽 옆차선으로 비켜섰다. 나는 우회전으로 가려고 하고있는데 그는 담배를 물고 고개를 쳐든 채 뭔가 육성으로 크게 말을 하고 있었다.  내게 말하는 것 같아 창문을 열었다.


"저기요, 말로 하시라구요! 경적 울리지 말고! 비켜줄 필요 없잖아요. 내가!"

"네. 안들리시니까 울린 건데요."

"그러니까. 말로 하라고! 비켜주세요! 부탁을 해야지! 경적을 왜 울려요 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켜줄 의무는 없다.  그런데 그분의 표정과 태도는 마치 내가 본인에게 엄청난 잘못을 한 것처럼 다그치고 있었다. 은근히 반말 섞어가면서, 고압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담배를 물고 이를 악 물면서 모자라는 사람 가르치듯 말하는 그의 태도는 많이 불손하고 나는 불쾌했다. 아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고 나는 빠져나갔다. 뒤에서 큰 소리로 욕하는 게 들렸지만, 어쩌랴. 내가 내려서 그 불손한 사람과 차 세워놓고 싸울 것도 아니고. 나도 할 말은 있다. 비켜주세요. 라고 창문열고 말하랴? 당신이 비켜주는 게 의무가 아니듯, 내가 경적을 울리든 육성을 쓰든 그것도 내 권리다. 


 그런 일에 그런식으로 반응하는 수준밖에 안되는 사람에게 내 감정 내 신경을 낭비하는 게 싫었다. 그리고 배달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추가됐다. 자기들 편리할 때는 마구잡이로 신호 교통법규 다 무시하고 다니는 무법자들이 대부분인 배달원들이 본인한테 경적 한번 울린 일로 저렇게 고압적일 수 있다는. 물론 모든 배달원들이 다 그런것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겪으니 나도 모르게 그 분들에 대한 감정이 나빠졌다. 아까 그 분은 법규는 잘 아는지 몰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빵점인것 같았다. 물론 평소 길에서 본 그분들의 태도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저 업계는 그런 분들이 대부분인가? 싶어졌다.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봤다. 나 역시도 그런 일이 없었는지를.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아래로 내려다보고 고압적으로 굴었던 적이 없었는지를.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는 말이 옳더라도 상대에게 꼭 그렇게 면전에 대고 화풀이하듯 표현할 필요 없었음에도 오만불손했던 나를 반성한다. 어쩌면 인간관계의 대부분의 문제는 태도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옳고 그름은 사실 모호할 때가 많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일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아진다. 그 배달원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신호 지키고 정확히 서 있고 일도 바쁘고 빡빡한데 뒤에서 왠 아줌마가 경적 울렸으면 짜증이 좀 났을수도 있지. 일하면서 나는 내가 아는 배경지식을 모르는 상대를 속으로 조금은 비웃기도 하고 왜 이것도 모르지 라고 생각하며 은근히 무시한 적이 솔직히 있었다. 그랬을 때 상대의 기분이 어땠을까. 뭐 하나 조금 더 알고 덜 아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때의 내가 얼마나 상대에게 모자라 보였을까 생각하니 혼자 창피해졌다. 


 항상 친절한 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불쾌감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날것의 그것을 나눠봤자 남는 건 서로간의 더해진 불쾌감과 부정적인 인상 뿐이다. 재치와 무례는 한끗 차이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는 것은 교양도 학력도 아니고 인간에 대한 기본예의, 태도의 문제다. 아무리 불쾌해도 기본은 지키면서 살자. 내 마음에 내린 그날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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