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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Jun 17. 2022

격렬하게 집에 가고 싶어

직장노예의 밥값을 위한 열정과 냉정사이


 오늘은 직장생활의 꽃요일, 금요일이다.


 너무너무너무 집에 가고싶다. 집에 있는 소파에 누워서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눈을 감고 싶다.

퇴근까지는 2시간이 넘게 남았다. 환장할 노릇이다.


 오늘은 용역사의 업무 중간점검 겸 전화를 했다. 상대방은 정확히 8번의 신호 후 전화를 받아서 설명을  후 내가 감사합니다 라고 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린다. 0.5초만에. 보통 이것은 말없는 기분나쁨을 표출하는 사회인 상호간의 암묵적 규칙으로 봐도 무방한 스탠스다. 요것 봐라? 지금 우리가 주는 돈이 얼만데 기관에 대한 예의가 없네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것은 갑질일까.


 그렇다 해도 할수 없다. 차라리 내가 직접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드는 용역의 서비스는 그럼 을질이다. 아무리 수정을 거친다지만 n차로 넘어오는 결과물들은 이건 전문가가 아닌 내가 봐도 너무한다는 수준의 아웃풋이다. 기본적으로 성의가 너무 없다. 비전문가인 내가 포토샵으로 쓱쓱 해서 만들어도 이 아웃풋보다잘 만들 자신이 있었다. 철학이 없으면 안목이 있어야 하고, 안목이 없으면 센스라도 있어야 되는데 다 없다. 진정 그 최종본 본인 PR에도 쓸 수 있겠어요? 라고 묻고싶은 마음이 턱끝까지 찼다. 그렇다고 날 것의 피드백을 줬다가는 담당자도 마음의 상처 내지는 감정이 상하게 되어 남은 기간 계속 불편해질 테지. 내가 왜 이런 걸 고민해야 되는거야. 그래, 돈 받으니까 해야 되는 거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아가는 반복되는 일들 속에 어릴 때보다도 빠르게 지쳐간다. 살겠다고 내가 왜 이런 감정놀음을 하고 있나. 내가 사장도 아니고 주주도 아닌데. 그냥 집에 가고싶다. 아무도 (제발 그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누워 고요하게 숨만 쉬며 살고 싶다.


 휴직을 했을 때 업무를 하며 열을 펄펄 냈던 일들이 떠오르면 참 부질없다 왜 그랬을까 생각했다. 복직을 하고 다시 일을 하면서 나는 다시 그 때처럼 열을 펄펄 끓이려고 가스불을 당기는 것 같다. 빚지는 거 딱 싫은 나는 혐관인 직장이라도 월급값은 똑바로 돌려줘야겠는데, 내 아까운 열정은 쓰기 싫다. 그렇다고 뚱하니 냉정하자니 일이 안 돌아갈 테다. 내 인생은 끝없이 그 언저리에서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며 반복일 것만 같다. 왜 퇴사도 못하는 무능력자여서 이렇게 인생이 힘든걸까.  에잇. 떡볶이에 맥주한잔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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