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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Jun 16. 2022

인생은 울렁울렁 흘러간다

파도를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배 안에서 우리는

 

 갑자기 차를 타고 가다 생각이 난 건데, 인생은 육지에서 먼 섬을 향해 배를 타고가는 여정 같다.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타고 가는 길에 파도가 출렁이면 작은 배가 같이 울렁이며 흔들릴거다. 체질이 좋은 사람이면 멀미를 안 할 수도 있지만 엄청나게 흔들린다면 멀미가 나겠지. 멀미가 나면 괴롭다. 구토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멀미를 표현하는 모습은 다양하겠지. 아프다고 나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대며 다른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사람. 토악질을 하려면 바다에다 하든가 하지 꼭 옆 사람 무릎에다 하는 사람. 선장 왜 운전을 그따위로 하냐고 삿대질하고 남탓하는 사람. 그 와중에도 아프네 어쩌네 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며 참는 사람. 주어진 시련이 같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고통의 크기도 다르고, 그에 따른 해소방법도 표현방식도 다 다르다. 더 멀미를 한다고 그 사람이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건 그냥 다른거다. 타고난 체질이 좋거나 운이 좋아서 멀미를 안 하는 사람은 그 울렁대는 배 속에서 도착할 때까지 힘들어하는 옆사람 등이라도 두들겨주던가 할 수 있겠지. 안 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난 괜찮네 난 안 괜찮네 해봤자 그렇게 흘러가다 우리는 다 똑같은 종점에서 끝이 난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지 못했다고 뭐라 하지 말자. 당신은 운이 좋아서 멀미를 적게 해 그런 게 보였는지 몰라도 어떤 사람은 이 울렁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버텼을지 모른다. 그리고 또 멀미 안 했다고 그 사람에게 아무 고통이 없을 거라 지레짐작하지 말자. 당신에게 토악질이라는 핸디캡이 있다면 그에겐 장트러블이라는 핸디캡이 있었을 수도 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는 내가 좀 괜찮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도 좋다. 나는 왜 아프고 저 사람은 왜 안아프지라는 생각이 쓸데없다는 건 바로 알면서, 왜그렇게 남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시기질투하는 건 쓸데없단 생각을 못 하는지 모르겠다. 멀미가 무서우면 멀미약도 미리 좀 먹고, 귀밑에 스티커도 좀 붙이고, 정 자신없으면 수면제라도 사서 갈 때까지 눈을 좀 붙여보자. 그래도 힘들다면, 이건 내 영역이 아닌 거다. 어쩌겠는가. 이미 배 탔는데. 그래도 끝은 있다. 그리고, 그 끝엔 뭐가 기다릴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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