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뒹굴

by 길 위의 앨리스



어릴적 나에게 소파란 부모님의 전유물 같은 거였다. 나는 소파에 누워본 기억이 거의 없다. 왜냐면 소파란 가족들이 같이 앉아야 하는 자리거나, 아니면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누워계신 자리였으니까. 어린 내게 소파에 눕는 일은 부모님이 집을 비웠을 때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나마도 학생 때였으니까 나 역시도 학교 아니면 학원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런 시간이 없을 수 밖에.


독립을 하고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처음에 소파를 사지 않았다. 침대가 있고 의자가 있으면 TV를 보거나 하는 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소파를 따로 사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없이 살다가 소파를 산 것은 몇년 전이었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는 모습은 마치 현대인의 게으름을 상징하는 모습같아서 그런 자세로 앉을 소파 구입을 피했다. 하지만 몇년전 큰마음을 먹고 소파를 샀다. 등받이도 조절되고 누울수도 있는 소파. 소파를 산 이후로 그런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서 소파에 누웠을때의 그 편안함이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게 만드는 마성의 물건. 소파.


쉬는 날이면 소파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아마 내가 집에 있을 때 머물렀던 공간의 점유시간을 계산해본다면 소파에서 보내는 시간이 단연 최고 많을 것이다. 거기 누워서 소파 테이블에 놓여진 태블릿으로 유튜브며 OTT를 본다. 보다가 그대로 잠을 잔다. 그리고 일어나서 또 뭔가를 먹는다. 소파 옆에 놓인 소파테이블을 이용해서.


이쯤 되면 프로참견러들이 등판할 것 같다. 나태지옥에 빠지고 계신다는 둥, 움직이는 게 정신건강이나 여러모로 좋다는 둥. 안다. 나도. 하지만 왜 다들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거리는 휴식은 죄라고 단정지을까? 좀 뒹굴거리면 어때서? 솔직히 하루 종일 뒹굴뒹굴해도 생계에 지장없으면 평생도 할수 있다. 아니, 모두가 한다는게 아니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 솔직히 나는 그런 시간이 마치 내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 같다. 방전된 몸을 눕혀서 멍때리고 TV보고 잠도 자면서 다시 일어나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럴 수 있는 마음적 여유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시간이 있어도, 정신적으로 뭔가에 쫓기거나 신경쓸 일이 있을 땐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뒹굴거릴때 느끼는 행복감은 헬같은 일상에서 나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지칠 땐 소파에 벌렁 재껴 누워보자. 천국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곧바로 느끼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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