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증 극복 프로젝트

기어이 이기고야 말겠다

by 길 위의 앨리스


휴직기에 작성한 나의 버킷리스트의 절반은 공포증을 극복하기 였다.

사람들은 뭔 놈의 공포증이 그렇게 많냐고 하겠지만 나도 그런 삶을 살고싶어서 사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고속도로 공포증이 있었지만 해소했고, 그리고 공황발작 이후로는 사람이 많거나 물건이 많은 트인 구역들이 무서웠다. 엘리베이터나 화장실과 같이 폐쇄된 공간도 불안했다. 잠은 넓은 방 아니면 거실에서 잤다.


일단 고속도로 공포증과 화장실 폐쇄 공포증은 극복했다. 답답하긴 했지만 공포감을 주진 않아서 이제 더이상은 일상을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무섭지는 않아졌다.


사람이 적은 시간대의 백화점은 갈 수 있었다. 나는 공황이후로 백화점에 처음 가고선 너무 기뻐서 거의 매주 오전시간에 백화점 출근도장을 찍은 적도 있었다. 다이소도 갔다. 다이소는 사실 시도를 여러번 했지만 괜찮지 않았고 한 10개월차가 넘었을 때에서야 괜찮아진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정말 넘고싶은 공포증이 남아있었다. 그건 바로 비행기 공포증.

코로나 시국에 해외는 갈 수 없었다. 갈수 있다고 해도 아마 가지는 못했을거다.

하지만 문제의 제주도. 1시간정도의 비행은 도전해볼 만했다.


나는 그 비행을 정복해야만 했다. 나는 여행이 행복의 반 이상인 사람이다. 국내여행도 좋아하지만 버킷리스트 속 수많은 여행지는 전부다 비행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 공포증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제주 여행을 안하더라도 비행기를 계속 타 볼 요량이었다.


그렇게 휴직 끝자락에 다시 예약하게 된 제주도행 비행기.

역시 엄마와 동행했다. 혼자서는 아직 자신이 없기에. 그리고 일주일의 일정을 짰다.

스케줄 또라이의 엑셀 스케줄 짜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드디어 내가 돌아왔다. ㅋㅋ


약을 먹고 비행기를 탔다. 근데 일단 마음이 그때처럼 두렵지가 않았다. 제주에 가는 비행은 무난하게 마쳤다. 그리고 여행을 했다. 운전은 대부분 내가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날이 됐다. 사실 내게 공포였던 비행은 제주-김포 노선이었다.

고민을 하다가, 예전에 국제선 장거리 비행을 할때 쓰던 방법을 떠올렸다.


웃기긴하지만 나는 비행 시에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여행에 관련된 음악이거나 반복적인 리듬 혹은 멜로디가 있는 음악(예 : EDM)을 선곡했다. 그리고 폭발이나 흔들림, 추락 등 공포를 불러올만한 주제의 곡은 뺐다. (정말 웃긴건 아는데 그렇게 했다) 그렇게 듣다보면 집중을 하게되어서 흔들림에 둔감해지곤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집중 몰입할 무엇을 찾자. 이거였다.


책은 안된다. 평소에도 집중하기 어려워서 활자로 된 걸 피했다. 음악은 그 난리부렸던 그때도 듣고있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영상? 영상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 즐겨보는 드라마 몇 편과 그알, 꼬꼬무를 오프라인으로 저장했다. 몰입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선별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탔다. 타자마자 꼬꼬무를 켰다.(약은 물론 그전에 당연히 먹었다)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이륙을 하는지도 사실 잘 인식하지 못했다. 그렇게 1시간의 비행은 별 탈없이 꼬꼬무를 다 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싱거운데? 하지만 이젠 일본정도는 가겠구나 하는 마음에 뛸듯이 기뻤다.


비행기 공포증도 정복한 나. 이젠 한가지만 남았다.

사람. 바로 타인들이다.

사람의 시선과 비판적인 태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 괴롭히는 사람 등 그런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의 템포를 유지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입사시험 감독을 들어갔다 나와서 바로 공황발작이 온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의 시선과 더운 날씨, 그리고 당시 있던 스트레스가 한데 어우러져 벌어진 사고였다. 시선을 견디는 연습을 해야한다. 어떻게 연습을 하지? 그렇다고 모임에 갈 수도 없고. 하지만 아주 적당한 장소가 있었다. 바로 회사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야 가득하지만 한번은 돌아가서 나를 시험해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그 곳에서도 나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다면 이젠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아예 마음을 굳힌 것은 아니었다. 굳이 이미 마음떠난 곳에 돌아가서 보낼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고민 속에서 나는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또 실현하기로 했다. 바로 탈색.

사람의 시선을 싫어하는 내게는 이것도 큰 도전이었다. 새치커버를 제외하고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를 다니며 튀거나 밝은 색 염색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탈색을 2번하고 연예인들이나 입힐법한 색을 입혔다. 거울 속 나는 어색했지만 생각보단 괜찮았다. 마녀같은 머리색에 조금 어색해서 그렇지 망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과정은 꽤 힘들었다. 탈색은 한번만으로 머리색이 잘 나오지 않는다. 독한 탈색약을 머리에 바르고 있으면 두피가 다 타들어갈 것 같다. 하지만 그걸 두번이나 거쳐서 색을 입혔다. 내가 원한 색은 보라색. 비용도 비쌌다. 하지만 하고 나니 바뀐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머리가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 머리색이 튀다보니 외출할때 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종종 느껴졌다. 당황스러웠지만 불안하진 않았다. 그렇게 계속 반복이 되다보면 피하지 않게 될 것이고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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