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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앨리스 Aug 01. 2022

ROME에서 POSITANO 가는 길

초가을 이태리 남부여행기


                                       포지타노(POSITANO)


           힐튼로마호텔 - 로마 테르미니역 - (이딸로 기차) - 살레르노역 - (배) - 아말피 - 포지타노



여행을 위해 인천에서 터키를 경유하여 로마까지 비즈니스를 타고 날아왔다. 

로마에 도착했을 땐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시차 때문인지 새벽에 일찍 깨서 목욕을 했다.
아무래도 장거리 비행을 하고나면 30대 이후 몸이 붓는 현상이 심해져서 버블배쓰를 들고온 참이었다.
다행히도 힐튼에서 욕조가 있는 방을 배정해주어 조금이나마 여독을 풀수 있었다.

남은시간동안 악명높은 테르미니역을 통과하기 위해 짐을 잘 꾸리고, 자물쇠를 챙기고
살레르노행 이딸로 기차시간을 체크하였다.

힐튼호텔의 조식은 꽤 많은 종류에 푸짐했다.
사실 더 저렴한 공항근처에 호텔에 묵고싶었지만, 도착시간이 자정이 넘어 어쩔수가 없었다.
힐튼은 로마 공항과 연결되어 있는 호텔이라 별도 차량이동이 불필요하다는 장점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잘 선택한 듯하다. 
가격대비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의 호텔이었고, 다른 공항근처 호텔보다 비싸다고 해도 사실 로마시내에서는 택도없는 가격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청결, 방의 크기, 조식수준, 시설, 모든게 다 상급이었다.
아마 두배의 돈을 주고도 로마에서 이정도 퀄리티의 숙박은 할수없었을 것이다.  비록 몇시간일지라도.

공항호텔이라 그런지 아시아나 승무원들이 많이 묵는것 같았다. 조식시간에 나온 한국언니들을
알아본 이태리 웨이터는 한국말을 구사하며 그들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려하니 벌써 줄을 서 있다.

어제 늦은 비행편을 탄 사람들이 꽤 보였다.
이때부터 이태리의 들었다놨다 밀당이 시작된것 같다.

난 성질이 평소엔 느긋한 편이다가 어딘가에 꽂히면 아주 급속히 급해지는 이상한 성격이다.
특히 줄서서 식당에서 기다리는거. 아주 질색이다. 맛집도 줄서서 먹는 집은 그냥 안 가고 만다. 
여행지에서 줄을 서기 싫어 웬만한 곳은 미리 예약을 해둔다.
그런데 아.....
체크아웃 줄이  내 앞에 단 두명뿐인데 아저씨가 엄청 느리다....
거의 폭발 직전이 되자 내 차례가 되었고,
난 이미 선결제도 한 몸이라 카드 한장  내고, 도시세 내고, 유유히 떠났다.
그리고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로마 테르미니로 가는 직행열차)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아.....아..........!!!!
한 명을 거의 10분을 잡고 있다.

물론 투어인포메이션을 겸하므로 그럴수 있다 치더라도 그럼 옆자리 사람이 표를 끊어주면 될 일인데

이건 왠걸, 이 아줌마 딴 아줌마랑 떠들고 노느라 쳐다도 보지않는다.
줄이 길에 늘어서서 기다리고있는데도....그래서 정말 미쳐미쳐 환장할 즈음에 내 차례가 왔고
표를 끊자마자 출발 5분남은 레오타르도 익스프레스를 간신히 잡아탈수 있었다.

공항에서 테르미니역까지 약 30분정도 소요된것같은데 체감시간은 매우 짧았다.

드디어 소매치기로 악명높은 "테르미니역"에 입성하다.


딱 내리자마자 "COIN" 매장이 보였다.
3일후 로마에 다시 올때 짐을 맡겨두고 당일 관광을 할 예정인데 그러려면 꼭 알아야할 매장위치다.

(짐 보관소가 코인 매장을 돌아서 있기 때문이다)
일단 눈도장 찍어두고 역내로 나와보니 사람이 많이 모여있다.

배 안쪽으로 안전복대를 차고 왔지만 사실 군인들도 좀 많고 막상 오니 그다지 공포스럽지가 않았다.

내 가방 근처로 오는 사람도 없었고. 만지는 사람도 없었다.
일단 조심하며 전광판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역안에는 일단 표를 확인하여야 들어올수 있는 문이 따로 있다.


역무원이 표검사를 하고 들여보내주는데 뭐, 출구나 다른질문을 하면 듣는 척도 안한다.
좀 짜증이 났다. 게이트넘버만 나오는데 게이트만 몇 개다.
C게이트가 어딘지 좀 알려주면 좋겠는데 저어기~ 이러기만 하고 대체 안 보이니....
10시 23분 출발 15분 전인 나의 살레르노행 열차는 아직도 플랫폼 넘버가 뜨지 않았다.



출발 10분전. 어쩌지.
할때 마악, 플랫폼 넘버가 뜬다. 3번.
사람들이 그때서야 힘차게 짐을 들고 뛰기 시작한다.
나도 덩달아 짐을 들고 3번쪽으로 경보시합하듯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Prima 등급 티켓을 끊었는데 내 좌석은 4번칸의 1번이다.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올라갈수 없어 낑낑댈때 한 젊은 청년이 번쩍 들어 올려주고 자기 짐 옆에 놔준다.
땡큐를 연발하는데 문득 그 생각이 났다.

곤충 머리를 닮은 듯한 이딸로 기차 모습


'짐 맘대로 들어주고 돈 달라고 하면 어쩌지?'

하지만 그 청년은 땡큐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노프라블럼, 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행인분의 훈훈한 배려에 감탄하며 내 자리를 찾아갔는데 다행히 짐놓는 곳에서 몇걸음 떨어지지않았다.

거의 정시에 열차는 출발했고 곧 검표를 하였다.
그리고나니 음료와 간단한 쿠키를 나눠준다. 
두시간 남짓 타는 열차시간에 나는 청춘시대를 틀었다.


그렇게 남으로 남으로 달려서 도착한 남부 항구도시 살레르노. 도착시간은 12시 40분정도. 
180미터정도 짐을 끌고 걸어내려가면 포지타노행 페리를 탈 수 있다.
사진찍기도 잊고 25킬로짜리 어마무시한 캐리어와 

8킬로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포지타노행 페리가 15분 내로 출발한다는 달콤한 소식이 기다리고있다.

배에 손님들이 오르고 출발했다.

살레르노항구. 배를 타려고 여행객들이 전부 대기중이다.



한창 무거운 짐을 끌고오느라고 엄청 땀을 흘렸는데 바람이 시원해지자 기분이 좋아졌다.
선상에서 음료와 맥주를 조금 비싼 가격에 파는데 맥주는 한병에 4유로? 정도였다.

(몇년 전 일이니까 지금은 더 올랐을것 같다)
더웠던 난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당장 샀다.
한모금 마시는데 살것 같다. 시원한 맥주의 칼칼한 목넘김이 시원한 바람만큼이나 짜릿하다.
사실 로마에서 포지타노로 가는 루트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보편적인 루트는


1. 기차와 사철, 시타버스를 타고 나폴리 소렌토를 거쳐 가는 방법
2. 기차, 페리를 타고 살레르노, 아말피를 거쳐 가는 방법
3. 마로찌버스를 타고 직행하는 방법

대부분 이 세가지중 하나인데
나는 짐이 많아 갈아타는게 많은건 싫었고 마로찌 버스는 길이 꾸불꾸불해 멀미할것 같았다.
한번만 갈아타고, 페리를 타고 가는길에 아말피코스트의 전경을 볼수 있단 것에서 무조건 2번을 선택/

날씨가 좋은 날엔 정말 아름다웠을텐데. 흐려서 그런지 운치가 잘 살진 않았다. 

아말피.
잠시 정선해서 승객들을 내려주고 다른 승객들을 태운다.
그리고 나서 30분정도 더 가면 포지타노가 나온다.

이런 비슷한 마을들이 몇번 나오고 나니 멀리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이 가까워져 간다.

포지타노 도착!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포터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호텔명을 물어본다.
이건 공짜가 아니라 유료 서비스인데, 아마 한 회사가 포지타노 내 호텔들의 포터서비스를
하고있는것 같다. 난 당연히 돈을 좀 줘도 끌고갈 생각이 없었다.

"얼마니?"
"10유로."
"나 호텔 사보이아인데 언제까지 가져다줄수있어?"
"10분."

아....

얘들의 10분은 X2라는걸 이때도 알았더라면 맘을 졸이지 않았을텐데.


일단 나는 돈을 주고 짐을 올려보낸 후 배낭을 매고 호텔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블로그에서 보던 익숙한 그 덩쿨길을 지나서


사보이아 호텔도착!

와 사진속에서 보던 그 모습보다 실물이 진짜 10배는 더 예쁜것 같다.
10분만에 포터가이가 도착할거라했기 때문에 엇갈릴까봐 무척이나 맘졸이며 엄청 급하게 올라왔는데....
안 온다. 내 옷짐보따리를 다 들고있는 녀석인데.
20분....그래도 안온다.
할수없이 먼저 체크인을 했다.

호텔로비. 아담하지만 깔끔하고 예쁘다.

"마담, 포터는 호텔명을 아니까 반드시 올라와요. 내가 오면 방으로 올려보내줄께요."

체크인해주는 직원이 걱정말라며 몇번을 말했지만 걱정되는 맘에 기다려서 올라가겠다고 하고 10분을 더 기다렸다.
결국 30분만에 도착한 포터가이!

"걱정했잖아..."
"먼저 짐을 맡긴 손님 올려주느라고 늦었어."

하지만 미안하단 말은 없다. 짐을 방까지 올려주려하길래 됐다 하고 짐을 들고 올라간다.


내 방은 307호. 주니어 스위트 코너룸.

사실 내가 묵게될 어떤 호텔보다도 고가의 호텔이었다.
2박을 하는데 60만원정도를 지불했다. (400유로대 중반)
하지만 두번오게될지 모를 곳에서 뷰도 즐기면서 좀더 아름답게 편안하게 있고싶었다.
그래서 무리했는데 그나마도 3월에 간신히 예약했다는 거.
그런데 비싼건 다 이유가 있다.

뷰가 뷰가....그레잇 뷰다 진짜.
포터가이가 30분이나 늦게와서 내 혼을 쏙 빼놓고 요런 아름다운 방으로 나의 혼을 다시 쏙 넣어주고
진짜 요물단지같은 동네다. 이태리란 나라.

커튼을 다 젖혀보면....사진은 깜박 안 찍었는데 문을 열면 먼저 복도 겸 거실이 있다.

새하얀 소파와 새하얀 붙박이 장롱들을 지나와야 이런 방이 나온다.
이런 방은 진짜 허니문용인데. 참. 없던 금슬도 생길것 같은 방이랄까. ㅋㅋㅋ

뷰를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한참을 앉아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낮시간이 다 지나가버릴것 같아서 일단 호텔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정처없이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다
꽤 먼곳까지 걸어왔다고 생각한 찰나, 그제서야 내가 점심을 거르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조금 늦은 점심, 이른 저녁을 먹겠다 싶어 찾은 곳은 까페 포지타노.
이곳은 포지타노 맛집의 이름에 올라가 있는 나름 인기 레스토랑이다.
한국의 모 여행사에서 이곳의 10프로 할인 쿠폰도 발행하고 있으니 꼭 챙겨갈것.
하지만 난 그걸 프린트해놓고도 나올때 미처 가져오지못했다. ㅠ
별로 의도치않게 발견해서 얼떨결에 맛집찾은 셈.


또 운좋게 바깥자리가 하나가 나서 거기를 차지하고 앉았다.
꽤 가격이 있는 레스토랑이지만 맛없는거 먹고싶지 않다.
점심도 굶고 포지타노까지 내려온 거, 오늘은 맛있는거 먹자.


일단 스타터로 뽈보를 시켰고 샴페인도 한잔 주문했다.
이 전경에 샴페인 하는 맛이 정말.....
행복의 끝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부드러운 뽈보와 감자, 올리브.
얘들은 어쩜이렇게 부드럽게 문어를 삶는지 정말 비결이 궁금하다.
샴페인과 잘 어울리는 초이스였다.

얘들은 일부러 그러는지 음식을 매우 천천히 내왔다.
사실 여긴 자리값이 큰 곳인데 천천히 구경하라는 의미인지 거의 전채와 메인사이의 시간이
30분정도? 아마 더 걸린것 같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가 시킨 메인요리인 펜네 치즈가지 토마토 파스타가 나왔다. 
기다린 만큼 맛은 꽤 괜찮았다. 메뉴선정은 전부 성공했다. 
먹고먹고 먹으며 그동안 소나기 구경도 하고 무지개 구경도 하고 고개를 40도만 돌리면 나오는 엄청난 

포지타노 전경을 반찬삼아 이태리여행의 시작을 자축했다.


천천히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젤라또까지 사먹으며 또 다시 언덕을 따라 내려갔다.

해안가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저녁먹을 준비로 부쩍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중이었고,
한참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던 해안의 사람들은 자리를 접고 있었다.

오래 걸었고, 오래 먹었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포지타노의 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걸었더니 피로해서 잠시 월풀욕조를 이용 후에 면세점에서 사온 작은 MOET샹동을 땄다.
작은 자축기념 한잔을 하려했는데. 사실 모에샹동은 내 입맛엔 별로였다.
그냥 난 마트에서 사는 만원짜리 모스카토가 더 맞는 입맛이었다.

한차례 정리를 하고나니 날이 어두워졌다.

평생에 다시못올 멋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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