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 위의 앨리스 Jul 30. 2022

남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일까

다른 것을 하자로 여기는 불쾌한 자들에게 대처하는 방법 좀 알려주실 분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나는 아주 어릴때 (유치원?)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외톨이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 때도 그렇고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그리고 취업을 하고나서도 

나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혼자인 것 같을 때가 많았다. 지금은 그게 이상하지 않지만 어린 나이에는 그게 되게 외롭고, 소외감을 느끼고,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다. 


 중학교 1학년때 친구에게 선물받은 책 중에 "혼자라고 느낄 때"에 관한 상담이야기가 적혀있는 책이 있었다.  그 책엔 이런 말이 써 있었다. 혼자라고 느낄 때, 친구들과 이질감을 느낄 때에는 주변에 보이는 것들에 말을 걸어보라고. 지나가다 본 잡초, 구름, 건물 등등등...그것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먼저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무엇이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누군가에겐 그런 말이 에이~하고 지나갈 말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 내겐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그것들은 혼자 서 있지만 내가 그것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생각해주면 그것들도 혼자가 아니다. 그 이후로 외톨이가 된 것 같을 때마다 내맘대로 친구를 만들었다. 맨날 보던 가로수도 친구가 되고, 지나갈때마다 부딪히는 정류장 표지판도 친구라고 생각했다.  적어놓고 나니 나도 진짜 특이한 거 같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누군가와 어울리려 비굴해질 필요가 없다. 나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우리는 왜 혼자가 싫은걸까? 혼자가 되면 뭔가 딱하고 측은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는걸까?



내 글이 포털 메인에 올라갔을 때 올라가는 조횟수만큼 많이 달린 악플은 "너는 왜 구태여 그렇게 혼자 여행을 가냐? 혼자 가는 저의가 뭐냐?" 라는 조롱식의 댓글들이었다. 내가 좋아서 가겠다는데 그걸 왜 설명해야하는건지 잘 모르겠었다. 여행기를 올렸는데 "집에 있음 되지 구태여 왜 이런델 가는지 설명이나 해보시죠?"라는 댓글은 절대 안 달리는데 여행을 왜 "혼자" 가는지?ㅋ 이런 댓글은 달린다. 왜 그럴까? 

 유독 혼자 떠난 여행에 관한 글에만 그런 악플이 달렸던 것은 혼자인 사람은 약자라는 심연의 생각, 그런 사람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거라는 선입견. 특히나 여자가 "혼자"를 자처한다는 것은 음험하고 이상한 "흑막"이나 "심각한 하자"가 있을 거라는 그런 편견이 있는 자들이 많다는 방증 아닐까?

 그런 비슷한 대전제는 어린 내게도 있었던 것 같다. 혼자라는 것이 비참하다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했으니까 "혼자라는 기분을 느끼지 않으려고" 저런 책을 읽고 저런 괴상한 방법을 생각했겠지. 그런데 그렇게 느꼈다고 내가 정말 친구가 하나도 없고 혼자였을까? 오히려 어릴 땐 친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외로움이나 소외감은 느끼는 사람의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기 때문에 친구가 있나 없나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다. 하지만 내가 주변 사람들과 생각이 비슷하지 않거나 어떠한 부분이든 이질감을 느낄때 그런 감정이 드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 그것은 곧 문제일까?


 나이가 많던 적던간에 비슷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게 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나와 다른 걸 수용한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못하고 판단하거나 비슷하게 만들려고 할 때 나는 불편하다. 남의 연애사가 왜 궁금하며, 연애를 안 하면 하자가 있는건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배우자 뒷담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그런 사생활 관련 질문을 던질 때 듣는 상대방은 퍽 불쾌할 수 있다는 걸 분명 알만큼 나이를 먹고 배울만큼 배웠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고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삶과 비슷한 잣대를 들이댄다. 나와 다른 것은 불편한 것으로 느끼는 오래된 습관같은 것일까. 하긴, 그런 질문을 하는 상대방을 나는 불편하게 생각하니까 똑같은 거일 수도 있겠다. 나이가 들면 좀 덜할 줄 알았는데 어릴때보다 더해지는 것 같다. 그냥 사람들은 생에 보편적인 어떤 루트, 이를테면 대학입학-졸업-취업-연애-결혼-출산-육아-정년퇴직- 이 루트를 벗어나지 않는 삶이 하자없는 삶인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심한 것 같은 건 나만 느끼는 걸까?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도 들어오는 간섭과 훈계, 잔소리를 빙자한 우월감 과시용 발언들을 왜 나는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건가? 좀 불편한데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저 루트를 조금만 벗어나 있어도 사람들은 깜박이 없이 잘도 들이댄다. 살면서 종종 느끼는 이 불쾌감은 내가 왜 느껴야 하며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누가 좀 가르쳐주면 좋겠다. 

   얼굴생김새가 다르듯 다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들을 닮아서 인간은 다 다르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살수 있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