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답 찾기
내반올시내
올돌내
돌올돌내돌돌올돌내
시시시내반반
내돌올돌내돌돌올돌
올돌올돌돌내돌올돌돌내내
이 이상한 문자들이 뭐냐 하면
루빅스 큐브를 쉽게 맞추는 공식이다.
어떤 기본 조건들이 충족되었을 때
오른쪽 줄 내리고 - 반시계 방향으로 윗줄을 돌리고 -
다시 오른쪽 줄 올리고 - 시계방향으로 돌리고 - 내리면
그 단계를 무사히 맞출 수 있는, 일종의 해법인 셈.
진득하게 머리를 싸매고 앉아
큐브의 A to Z,
그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지 않더라도
저 방법대로 그저 따라만 하면 어찌저찌 맞춰진다.
정답지이므로 반드시 맞춰지게끔 되어있다.
사실 그냥 따라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또 마냥 쉽지만은 않다.
내돌올돌돌돌… 하다가 순간 어? 어디까지 돌렸더라? 헷갈리기도 하고
앞면을 시계방향으로 돌려야 되는데 저 앞 글자 딴 거에 꽂혀서 윗줄을 건드린다거나..
해서, 얼마나 여러 번 처음 흰색 십자가를 맞추는 단계에서부터,
뒤집어놓고 ‘ㅜ’ 자 만드는 것부터 다시 했는지 모르겠다.
막판 8단계까지 가서는 다 맞게 했는데 왜 죽어도 안 맞는가 했더니
알고 보니 갖고 놀다 큐브 몇 개가 빠져서
아이가 마구 끼워 넣은 것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허무함이란….
그래도 이거 하는 동안만큼은
나같이 프로페셔널 오버띵커도 잡생각 없이
온전히 큐브를 맞추는 것, 완성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 좋더라.
큐브를 한참 돌리며,
그리고 끝끝내 맞춰내며 생각했다.
요행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도 그저 보고 따라만 하면
빠르고 늦고의 시차는 있을지언정 무조건 정답이 나오는 공략집,
손쉽게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이해 없이도,
나 자신을 괴롭히며 끝없는 질문을 던지거나
성장과 성공에 목마른 나머지 다소 무모해 보일 만큼
위험을 무릅쓰며 갖은 애를 쓰고 도전하지 않고도,
큰 역경이나 고생 없이도 그저 안온하게..
마치 2회 차 인생 살 듯 술술 해내면 얼마나 좋을지.
어째 말하다 보니 요행 바라는 거 맞는 거 같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바람은 바람일 뿐이고
나는 이제껏 늘 그래왔던 대로
나만의 정답을 찾아 나설 것이기에.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해보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틀린 방향으로 턴을 돌려보기도 하다가,
잘못을 알고 금방 돌이키기도 하고,
다 뒤집어엎고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내 식대로 끝끝내 해낼 것임을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