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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Jun 16. 2023

루빅스 큐브와 인생

나만의 답 찾기



내반올시내

올돌내

돌올돌내돌돌올돌내

시시시내반반

내돌올돌내돌돌올돌

올돌올돌돌내돌올돌돌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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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한 문자들이 뭐냐 하면

루빅스 큐브를 쉽게 맞추는 공식이다.


어떤 기본 조건들이 충족되었을 때

오른쪽 줄 내리고 - 반시계 방향으로 윗줄을 돌리고 -

다시 오른쪽 줄 올리고 - 시계방향으로 돌리고 - 내리면

그 단계를 무사히 맞출 수 있는, 일종의 해법인 셈.




진득하게 머리를 싸매고 앉아

큐브의 A to Z,

그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지 않더라도

저 방법대로 그저 따라만 하면 어찌저찌 맞춰진다.

정답지이므로 반드시 맞춰지게끔 되어있다.


사실 그냥 따라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또 마냥 쉽지만은 않다.

내돌올돌돌돌… 하다가 순간 어? 어디까지 돌렸더라? 헷갈리기도 하고

앞면을 시계방향으로 돌려야 되는데 저 앞 글자 딴 거에 꽂혀서 윗줄을 건드린다거나..


해서, 얼마나 여러 번 처음 흰색 십자가를 맞추는 단계에서부터,

뒤집어놓고 ‘ㅜ’ 자 만드는 것부터 다시 했는지 모르겠다.


막판 8단계까지 가서는 다 맞게 했는데 왜 죽어도 안 맞는가 했더니

알고 보니 갖고 놀다 큐브 몇 개가 빠져서

아이가 마구 끼워 넣은 것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허무함이란….




그래도 이거 하는 동안만큼은

나같이 프로페셔널 오버띵커도 잡생각 없이

온전히 큐브를 맞추는 것, 완성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 좋더라.




큐브를 한참 돌리며,

그리고 끝끝내 맞춰내며 생각했다.


요행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도 그저 보고 따라만 하면

빠르고 늦고의 시차는 있을지언정 무조건 정답이 나오는 공략집,

손쉽게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이해 없이도,

나 자신을 괴롭히며 끝없는 질문을 던지거나

성장과 성공에 목마른 나머지 다소 무모해 보일 만큼

위험을 무릅쓰며 갖은 애를 쓰고 도전하지 않고도,

큰 역경이나 고생 없이도 그저 안온하게..

마치 2회 차 인생 살 듯 술술 해내면 얼마나 좋을지.



어째 말하다 보니 요행 바라는 거 맞는 거 같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바람은 바람일 뿐이고

나는 이제껏 늘 그래왔던 대로

나만의 정답을 찾아 나설 것이기에.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해보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틀린 방향으로 턴을 돌려보기도 하다가,

잘못을 알고 금방 돌이키기도 하고,

다 뒤집어엎고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내 식대로 끝끝내 해낼 것임을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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