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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Apr 11. 2023

커피 한 잔과 그림

‘morning coffee drawing meditation’


요즘 나는 매일 작은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모닝 커피 메디테이션’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mcm 이었는데 이제 mcdm 이라고 바꿔야될 것 같다. 'morning coffee drawing meditation.' 으로.





주로 심플한 스타일의 보태니컬 로고, 디자인, 글씨랑 어우러지는 조그만 잎사귀와 꽃잎들을 그리는데 어느 날은 버스 정류장 앞에 목련이 만개했길래 너무 예뻐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그림을 그렸다.





세밀한 그림을 진득하게 그려내는 성미가 못 되는 터라 5분도 안 걸려 쓱쓱 손 가는 대로 그린, 근본 없는 끄적임에 가깝지만 길어야 20분 남짓되는 시간 동안 종이에 연필로 그림 그리는 일이 매일 기다려지곤 한다. (어쩌다 늦어져서 이 시간을 사수하지 못하는 것만큼 아쉬운 것도 없더라.)


​어떤 것을 보고 그리는 그림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상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나무의 둥치에서부터 가지를, 줄기와 잎사귀를, 그것이 뻗어나간 방향을, 꽃봉오리가 움튼 시작에서부터 잎이 겹쳐져 열린 끝자락을, 보드라운 결이 느껴지는 꽃잎까지. 굵고 가느다란 줄기의 명암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줄기를 따라, 잎사귀의 맥을 따라 나름의 규칙을 지닌 듯 정연하게 트여있다. 섬세하고 여린 꽃잎 한 장에도 물이 올라가는 길이 여러 갈래 나있다.


참 곱다,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되지 않는 자연의 한 조각을 따라 손을 움직여본다. 매일 마음이 요동치는 생활의 복잡함 또한 연필 가는 길을 따라 차분하게 가다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화창한 아침 햇살에 투명하게 비치는 뽀얀 꽃잎에도 드리운 여러 겹의 그림자가 있다. 이토록 예쁘기만 한 꽃잎에도 그림자가 지고 찬란한 순간도 찰나, 곧 사그라질진대 하물며 우리 삶의 순간이라고 별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니 잠시의 모난 말들로 상처 받아 너무 아파하거나 속상해하지 말고, 조금이나마 바라던 대로 되었다 좋다며 가벼운 말과 행동으로 들뜨지도 말고, 그저 온전히 오늘,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 먹어본다.


​아침 커피 한 잔과 함께 그림 그리기 명상, 끝.




#아침커피그림그리기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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