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 more tree by Liz Marvin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지 꼬박 한 달이 되었다. 지난 십 년간 하던 금융관련 일과는 철저히 동떨어진 IT 분야의, 전혀 다른 전문성, 직무와 책임이 필요한 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진짜 나를 찾고 싶었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장하고 싶었기에 다소 무모해보이지만 안정적인 곳을 떠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잘하고 싶은 욕심과 높은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부담 탓에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작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자주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늘었다. 해야 할 것의 리스트는 쌓여가고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데 당장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충만했던 의욕마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매일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이직 잘 한걸까, 변화에 적응을 못 하나,'를 의심하며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책방에 들렀다. 원래는 업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책을 살(펴볼) 계획이었는데 마치 뭐에 홀린 듯 리즈 마빈의 <나무처럼 살아간다>를 집어 들었다. 나무를 형상화하여 녹색 잎사귀들이 반짝이는 듯한 표지와 책등이 드러나게 엮은 모양새가 예뻐 눈길이 갔고, 깔끔한 타이포로 쓰인 원제가 <How to be more tree>였다. be more tree - ‘더’ 나무처럼 살아가는 법이라니, 대체 ‘더 나무같이’ 사는 것은 뭘까 궁금증이 일었다.
책은 60여종의 나무를 소개한다. 한쪽에는 식물도감 같은 나무 일러스트가, 다른 쪽에는 나무의 특징과 이어지는 지혜의 한 줄이 실려있다. 그중에서 큰 기후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여 살아남은 ‘발삼전나무’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한 번 터를 내리면 움직일 수 없는 나무 특성상 예상치 못한 가뭄이나 혹한에도 적응해야 하기에 무척 유연한 존재로 진화했다고 한다. 특히 이 나무는 북쪽 지방에서도 잎을 떨구지 않음으로 1년 내내 광합성이 가능하고, 찐득한 송진 같은 수액을 만들어내어 기온이 떨어져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 줄에 이렇게 쓰여있다. “물론 변화가 사람에게든 나무에든 다소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함은 종종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걸 잊지 말기를.” 아름다운 나무와 잎사귀, 꽃과 열매의 일러스트가 주는 잔잔한 힐링은 덤이다.
부제가 ‘흔들리며 버티며 살아가는 나무의 지혜’다. 어쩌면 ‘더’ 나무처럼 살아가기란, 단단하게 내린 뿌리로 말미암아 쏟아지는 폭풍우와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주목처럼 인내하고, 서어나무처럼 나다운 모습을 지키며, 개암나무처럼 강인하지만 좀 더 유연하게 일을 대해보기로. 나도 발삼전나무처럼 새 토양에 맞추어 변화에 잘 적응하여 멋지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