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올해 배우고 깨달은 것

12월 챌린지

by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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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 올해 배우고 깨달은 것

일, 관계, 자기 자신, 역할 등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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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건 '괜찮아'.

유치원생에게나 가르칠 법한 단어 같지만, 스스로에게 수없이 말해주었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예전의 나는 늘 빠르게 적응하고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믿었다. 더 빨리, 더 잘하고 싶었고, 생각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면 초조해졌다. 작은 문제에도 금방 불안해졌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유난히 민감했다. 책임감과 집중도를 요구하는 환경에서 오래 일한 데다, 애초에 완벽주의 성향과 인정 욕구가 높아서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위 '빡셈'이 덜해진 지금의 삶이 편안하고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허전하게도 느껴졌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다들 저렇게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나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나? 이게 맞나...' 이런 불안이 밀려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괜찮아. 모든 좋은 일은 시간이 필요한 법이고,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내린 결정이야말로 가장 나쁜 결과를 만든다.




인간관계에서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은 이어가되, 필요 이상으로 애쓰지 않기로 했다.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니 마음의 결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다. 오랜 친구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특히 관계에서는 기대치를 너무 크게 갖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사실 머리로는 알지만, '사람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마음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상대가 기대에 못 미치다 못해 실망스럽고 화나게 하더라도, '그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나 보다.' 하고 넘기는 훈련을 했다. 그러는 나는 뭐 얼마나 잘한다고. 다 모지란 사람들끼리 뽁닥대고 사는 것이 인생이고 인간관계인 것을. ㅎㅎ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금 배웠다.


나는 결국 ‘무엇인가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

뭐가 됐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고,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고, 연결하고, 나눌 때 비로소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최근 들어서야 오랜 번아웃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다. 대체 무엇이 나를 그렇게 단기간에 깊이 지치게 했을까 돌아보았다. 지나친 열정, 잘하고 싶은 욕심, 인정 욕구…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정말 불타올랐더라. 그러니 무언가 새로운 것을 세상에 꺼내놓는 일이 설레고 신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망설여지고, 심사받는 기분이 드니 점점하기 싫어지고 무서웠던 것.


재미있게도, 이 지독한 번아웃은 '기본적인 것을 계속함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늘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에만 매몰됐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고, 다시 글을 쓰고, 뭐든지 기록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영감을 찾아 모으기를 반복하기. 별것 아닐지언정 반복하는 자체만으로 잘하고 있는 거라고. 그래, 뭔가 꾸준히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러니 충분히 괜찮다고.



오늘도 이 연말 회고 & 정리 프로젝트에 글을 써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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