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 나의 추억]2006년 12월 18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너무 오래전이라 내가 이책을 읽었는지 읽지않고 이야기로만 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네요.
그냥...추운 월요일 아침.
뭐가 문제였는진 모르지만 주말보다 더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세워두곤
한시간을 넘게 동생에게 투덜거리다 늦게 출근했어요.
꽉 막힌 동일로를 지나오면서 문득 생각이 나더라구요.
초등학교 5학년때였죠.
저희 반엔 두 자매가 한반에 있었어요.
한살차이인 두 자매의 언니는 무슨 이유인진 잘 모르지만 한학년을 쉬고는 동생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있었죠. 한참 여자아이들의 2차 성징이 시작되는 때인지라 겨우 한살차이인데
그 친구는 키가 얼굴하나보다도 더 컸고 체구는 왠만한 남자아이들 저리가라 할만큼 거구였답니다.
게다가 카리스마는 얼마나 위압적인지..
매년 반장을 하던 그 친구가 조회시간에 아이들 줄을 맞추면
조금이라도 줄에서 어긋난 아이는 엉덩이 걷어차이기 일쑤였죠.
이쯤되면 어린 아이들 세계에서 군림하던 그 친구의 높은 신분이 느껴시지겠죠?
그때 그다지 내세울것없는 저였지만..
그래도 공부하나 쪼금 잘하는 그룹에 속해있어서 그 친구의 휘하에 들어가게되었죠.
그게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덩치 큰 왕카리스마 언니가 몰고다니는 8명의 그룹에 제가 있었으니..
나름 다른 아이들로부터 보호도받고...
마음에 안드는 아이들을 왕따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언니의 품안에서
평화롭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그 균형이 조금 깨지기 시작한건 2학기가 조금 지나면서였어요.
그래도 자기가 거느리던 8명의 친구들에겐 한없이 친절하기만 하던 언니였는데..
어느날..친구중 한명이 너무 재수없게 군다며
나머지 7명에게 그친구와 말도 하지 말라는 명령을 하더라구요.
소심하긴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왕따 조건에
전 역시나 소심하게..
언니에게 들키지 않는 방법을 동원해서 왕따를 당해 갑자기 너무나 외로워보이던
그 친구에게 종이 쪽지를 보내며..걱정하지말라고 위로를 하곤 했었습니다.
근데 뭐가 문제였는지.. 그 자그마하고 이쁜 아이로부터 시작한 왕따의 행진은
한칸씩 한칸씩 옆으로 이어지더라구요.
왕따라는 무서운 조직의 규제를 통해 자신의 죄를 깊이 반성한 아이를 다시 끌어안고는
다른 아이를 다시 왕따의 외로운 소굴로 밀어넣는
그 어릴때는 생각만하기도 끔찍한 잔인한 형벌의 릴레이가 진행되는 거였죠.
왕따 대상이 되던 아이들이 바뀔때마다 전 동일한 방법으로 쪽지를 보내고..
그래도 우린 친구라는 몇자 안되는 메세지를 남겼고..
언니가 없는 틈을 타서..이야기도하고.. 집에가선 전화통화도 하곤했었답니다.
그 사실이 언니에게 들키고.. 모두에게 순차적으로 적용되던..그 왕따의 행진이 제 순번앞에 이르렀습니다.
뒤로 호박씨까며 착한척하는 제가 얄미웠던 언니는 아이들을 선동해 재미랑 놀지말라는 명령을 내렸죠.
그.런.데.
콩심은데 콩이 난다는 옛말대로...
언니의 그 명령뒤로 나머지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쪽지를 보내며..제가 했던 말을 저에게 건네주더라구요.
그게 조금 커지더니..급기야..
다수의 파워에 기운을 얻은 우리 친구들은 거꾸로 그 언니에게 본인이 수차레 상처주었던
그 매정한 왕따의 형벌을 자연스럽게 주게되고 말았답니다.
결국... 언니의 스파르타식 카리스마는 저의 감성 카리스마에 주저앉고
어느날..언니가 날 찾아와 정말 잘못했다고 울고불며..
다시 아이들과 친구하고 싶다는 고백을 하는 감동적인 화해의 장을 통해 일단락짓게 되었답니다.
그 일이 있은후 우린 서로 조금 더 솔직해졌고..
진실과 서로를 위하는 배려가 친구를 더 가치있게 만든다는걸 배운것만 같았답니다.
한참이나 자라서...문득 초등학교 카폐에 들어갔더니.
어린 시절 그 마을을 지키고있는 언니는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신랑이야기 아이 이야기로
카폐 주인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더라구요.
요즘 자주 그런 생각을 하게되네요.
Soft Charithma
칼을 녹이는 뜨거운 불!
전 정말...그런 사람이 되고 싶답니다.
어떻게하면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