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침에 서둘러 급한일을 마무리 짓고.. 며칠내 벼르던 짧은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준비도 그리고 여행 시간도 넉넉치 않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왠지 모를 설레임은 그날 하루를 충분히 '여행'이라는 두글자로 장식해도 좋으리란 생각을 한다.
참 오랜만에 타는 기차..
혼자 다니는 시간이 많아진 최근 몇년..
예전엔 혼자서 식당에 못들어가서 빵이나 과자로 배를 채우던 나였는데 이젠 기차를 타야하면 꼭 밥을 먹어둬야한단 생각에 여기저기..잘도 들어가고 잘도 서서..먹어댄다.
가끔 젊은 여자 혼자서 사람많은길에 서서 오뎅 꼬치를 들고 먹는 모습을 생각하면 스스로도 우습지만 이젠 조금 그런 혼자의 모습에 자신있어지는 나이일지도 모르겠다.
도착한 역.. 역안의 모습은 변함없었는데 계단을 돌아 내려온 곳은 이전과는 다른 곳이었다.
한창 공사중이던 그 곳이 조금 마무리 짓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내가 그곳에 발을 디디지 못했던 2년..
그 시간이 짧지 않음을 도착하자마자 느껴본다.
풋풋하게 들리는 경상도 사투리...
천천히 걸어가면서 이전에 눈에 익었던 곳들이 마냥 새롭고 반갑기만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추억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예전에 자주 타던 버스를 타고....
예전에 내가 자주 들르던 학교 문앞에 섰다.
조금 달라진....후문 골목..
그래도 아주 오래부터 교과서 살때마다 들르던 서점은 그대로였고
친구들이랑 가끔 스트레스 해소하러 다니던 오락실도 그대로였고
내가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꽃돼지 삼겹살집도 그대로였다.
돈 얼마없는 학생들에게 싼값에 이것저것 푸짐했던 분식점은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했고
빵가게는 좀 더 세련되져서 이젠 서울에서 볼만한 빵가게처럼 가게앞에 '빵나오는 시간' 뭐 이런 칠판을 내걸어 두었더라.
남자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노래 부르러 가기보다 청소하러가고..
김밥이랑 떡볶이 사들고 식사때마다 찾아가던 노래방
그 노래방의 계단앞에서서 촌스럽고 다시 되씹기 부끄러웠지만 순수했던 마음하나 기억하면 살포시 미소띄워본다.
봄볕 따스한날 운동장벤치에 늘어져서 '뭐하니'라고 물어보면
'어..광합성중'이라고 대답하던 그자리에서
대학 초년생... 내 자리에서 뭘해야하나 고민하며 즐겨 늘어져있던 내 모습을 기억해낸다.
운동장을 돌아서서 높아만 보이던 우리 학관의 모습이 보일때 새건물이었는데
이젠 제법 익숙해져 그자리에 적응하고 있는 그놈의 모습이 반갑다.
친구들과 사진기들고 뛰어다니며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던 계단 옆 턱위에 잠시 앉아본다.
그 공간.. 추억이란 이름이 물밀듯 밀려와 가슴 뭉클한 자리........
교수님이란 소개에 깜짝 놀랄만큼 젊어보이셨던 존경하던 분을 마주하며 그분 언저리에 주저리 흘러내리는 연륜을 의미하는 살가움이 조금 흘러간 시간의 사이를 가르쳐준다.
살아가는 이야기...살아갈 이야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날 믿는다는 까만 교수님의 눈동자를 보며
새삼 새로운 희망을 나누어 가진다.
주저리, 주저리.. 아직 처음 입학해서 만났을때 그 모습인 동기 녀석들은....한
결같은 모습으로 변함없이 시끄럽다. 반가움..추억.. 그것을 되집는 나의 하루가 매일의 7배보다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