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증류소는 하쿠슈였다. 전날 숙소에서 하쿠슈 증류소까지 가는 교통편을 알아봤는데 2시간 반 가까이 소요된다고 하였다. 예약이 필요한 기차를 예약하고 다음 날을 기대했다. 하지만 늦잠을 자서 기차를 놓치게 되었다. 다음 기차는 매진이었고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며 새로고침을 반복했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났고 예약하고, 바로 뛰쳐나가 전철을 탔다.
2시간 반 이상의 이동시간을 소요하여 하쿠슈 증류소에 도착했다. 하쿠슈 증류소는 완전 숲에 있었다. 여러 새들이 있다는 표지판이 있었고, 증류소는 산토리의 생수 공장과 함께 있었다. 후지나 야마자키에 비에 훨씬 자연 친화적인 증류소임을 알 수 있었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위스키 뮤지엄으로 이동해서 투어를 기다렸다. 하쿠슈 투어는 영어 가이드 없이 일본어만 가능했다. 지난 후지 증류소 투어 때 일본어 가이드를 나름 잘 알아들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오디오 가이드 어플을 다운받아 한국어 가이드를 따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하쿠슈 증류소는 매우 넓었다. 처음에는 이동하여 위스키를 만들 때 쓰이는 여러 재료들을 구경했고, 위스키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았다. 설치되어있는 모형물에 빛을 비추어 보여주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 과정에 따라 본격적으로 투어가 시작되었다.
투어는 사실 다른 증류소들과도 비슷했다. 당화조를 보고, 발효조를 보고, 증류기를 보았다. 아마 내가 있었던 공간이 증류까지 하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후에 셔틀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 곳에는 오크를 구성하는 재료들과 오크통들이 있었다. 오크통의 사이즈 별 이름도 함께 적혀 있었다.
오크를 구경한 후 숙성고로 이동했다. 숙성고 속 오크통들은 철장 속에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야마자키 숙성고에 들어갔을 때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하지만 숙성고 내의 위스키 향은 너무 좋았다.
숙성고 구경까지 마친 후 시음을 할 수 있는 바 하쿠슈로 이동했다. 시음했던 위스키는 lightly peated, peated, spanish oak cask와 하쿠슈 dr이었다. 시음하며 느낀 점은 하쿠슈 특유의 피트향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이 나의 첫 하쿠슈였는데, 이런 피트는 처음 느껴보았다. 아일라 섬의 피트 위스키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재패니즈 위스키 특유의 가볍고 청량한 느낌에 피트가 더해지니 굉장히 잘 어울렸다. 시음 때에는 위스키 아로마에 대해서도 알려주었고, 하이볼 레시피도 알려주어 만들어 마셨는데, 하쿠슈 하이볼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무료 시음이 끝난 후 유료 시음으로 하쿠슈 18년을 마셨다. 야마자키 18년에 비하면 훨씬 매력있었다. 가벼운 피트와 고숙성의 깊은 맛, 하지만 재패니즈 특유의 깔끔함까지. 근래 마신 위스키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하쿠슈 증류소 투어가 끝나고 이제 일본 여행이 하루 남아 있었다. 그동안 여러 증류소들을 다녔고, 새로운 바에 갔으며 여러 위스키들을 마셨다. 정말 위스키만을 위한 일본 여행이었다. 너무 좋았다. 증류소 투어는 사실 다 비슷했지만 새로운 증류소는 그 만의 매력이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증류소를 계속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의 카발란도, 그리고 반드시 스코틀랜드도 가야겠다고. 사실 그동안 별로 여행에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위스키를 위한 여행이라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