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 가족> 후기

by 보통의 기억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180618_282%2F1529287571234llGc4_JPEG%2Fmovie_image.jpg 영화 <어느 가족> 스틸컷

*매우 주관적인 해석 및 스포일러 포함


최근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을 보고 왔다. 몇 달 전 브로커를 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 관심이 있던 차에 지역 청년 센터에서 주최하는 영화모임에서 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기에 다녀왔다.


이 영화는 201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가족 영화의 대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굉장히 궁금했으며,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작품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브로커와도 유사한 점이 많이 있었다.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의 형태를 띠는 한 집단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그렇다. '브로커'가 사람을 파는 이야기였다면, '어느 가족'은 사람을 훔치는 이야기이다. 브로커의 이야기는 아이를 버리며 시작되고, 이 영화는 아이를 훔치며 시작된다.


브로커와 이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과연 낳았다고 부모인가?"이다. 브로커에서 소영(이지은)은 '우성'을 낳은 사람이지만 그를 버리려 했다. 버리려 했던 우성을 브로커를 통해 입양하려 했던 윤 씨 부부의 아내가 우성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에선 오히려 그들이 더욱 부모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느 가족에서의 유리는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었고, 유리에게 새로운 옷을, 비록 훔친 옷이지만, 입히고, 바다에 놀러 가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줬던 것은 오사무의 가족이었다. 후에 이 기억을 그림으로 그리는 장면을 통해 유리가 행복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후반부 노부요의 취조 장면에서 그녀가 "낳으면 다 엄마가 됩니까?"라고 말하는 대사를 통해 감독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을 알 수 있다.


'어느 가족'의 첫 장면은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며 시작한다.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리를 만나게 된다. 이 마트는 나중에 또 등장하게 되는데, 유리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본 쇼타가 일부러 자신이 티 나게 물건을 훔치고 점원에게 걸리게 되는 장면이다. 그 후에 이 '가족'은 모두가 흩어지게 된다. 마트라는 공간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공간이다.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을 선택한 후 비용만 지불하면 그 물건은 자신의 물건이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족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선택할 수도 없고, 물건처럼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은 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라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그들의 필요에 의해 선택한 가족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의 가족은 그렇지 않기에 또다시 나온 마트 장면 후에 이 '가족'이 해체되는 것을 통해 결국 가족은 선택하거나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가족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쇼타는 스위미라는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 물고기들은 여러 마리가 모여서 큰 모양을 만들어 다른 큰 물고기를 내쫓는다고 한다. 큰 물고기의 입장에서 이 여러 마리의 스위미들을 하나의 물고기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가족의 역할 또한 그러하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하나의 집단으로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것, 그것이 가족의 역할이라고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듯하다.


브로커도 나름 재밌게 봤지만 몇몇 장면들이 조금은 조잡해 보이기도 했었다. 어쩌면 일본 감독이 만든 한국 영화이기에 약간은 한국의 정서와 다른 부분들이 이러한 감정을 야기했을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어느 가족은 2시간의 러닝 타임 동안 아쉬운 장면이 거의 없었다. 후반부에 이 가족들에 대해 얽혀있는 여러 가지 비밀들을 취조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감상한 후에 '저 대사는, 저 연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집착하며 영화를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러한 나의 습관을 통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감독의 다른 가족 영화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꼭 관람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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